오늘도 시민들의 무탈한 하루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들이 있다. 지역민의 소소하나 평안한 일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현장의 사람들. 현장 속 그들의 목소리를 잠시 귀를 기울여 보자. 이번 호의 주인공은 대전광역시 유등 지구대 소속 신미경(39) 경위의 목소리를 담았다.

경찰은 지역민의 공유제, 애정으로 지켜봐 주길

지역민의 치안과 사회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해 가장 먼저 출동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지구대 경찰들. 24시간 지역을 지키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

“아버지의 권유로 경찰 공무원 시험을 봤어요. 지금은 퇴임하셨지만 아버지도 경찰이셨어요. 2005년 시험에 합격했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근무했습니다. 현재 소속된 곳은 유등 지구대인데 저를 포함해 9명이 근무 중입니다. 관할 지역은 태평 1,2동과 유천 1,2동입니다.”

아버지에 이어 경찰관이 된 신미경 경위는 ‘경찰은 지역의 공유제’ 같은 역할이라고 소개한다. 경찰은 모두에게 필요한 직업인이나 동시에 모두가 공유해야 하기에 특정인만을 대상으로 업무를 할애할 수 없다. 하지만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은 아직도 아쉬움이 많은 실정이다. 가해자는 체포 순간에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과잉진압 논란은 현장 경찰을 괴롭히는 단골 수순이다. 본인만 납득 불가능한 체포 과정은 ‘너 두고 보자’란 상투적 으름장으로 끝을 맺곤 한다.

“신입 때였어요. 다들 그렇지만 신입 땐 사명감과 의욕이 매우 투철한 시기잖아요? 식당에서 신고가 들어와 남성 한 분을 제압해야 했던 사건이 있었어요. 제가 손을 번쩍 들고 진압에 나섰죠. 이성을 잃은 남성을 제압하고 수갑을 채우기 위해 제가 그분을 깔고 몸으로 눌렀죠. 남성분은 ‘나 깔고 수갑 채운 여자 경찰 가만 안 놔둔다’ 이러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요. 여자인 제게 제압당한 게 어지간히도 분했나 봐요.(웃음)”

본인은 웃으며 말하지만 긴 시간 경찰 업무를 봐오며 과연 보복은 없었을까 묻자 다행히 아직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현장 생리를 잘 아는 아버지의 걱정은 없었냐는 질문에도 역시 없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딸의 안위보다는 시간과 약속을 엄수하는 경찰이 될 것을 당부한다고.

“선배들이 늘 강조해요. 다치지 말 것. 내 몸을 지켜야 남도 지킬 수 있다는 의미죠. 아버지는 이 전제 조건을 아시니까 걱정하지 않으세요. 하지만 시간과 약속 지키는 것에 나태해지면 제가 하는 업무는 덩달아 나태해집니다. 그래서 14년 동안 늘 엄수하려고 노력해요.”

부전여전, 유천 지구대에서 신미경 경위를 추천한 이유가 짐작됐다. 그러나 정작 신미경 경위는 가장 닮고 싶은 경찰 모델로 본인이 속한 지구대 팀원들을 꼽았다. 누구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닮고 싶은 점을 보유한 유능한 경찰들이란 이유를 들었다.

“직급과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팀원들은 각자의 장점이 있어요. 여경인 저를 배려해 주는 아버지 같은 넉넉한 마음, 어리지만 능숙하고 사려 깊은 민원인 대처, 자연스럽게 전수해 주는 현장 경험, 편하지만 긴장의 끈은 놓지 않도록 지도해 주는 리더쉽 등은 모두 제가 닮고 싶은 장점들이에요. 그분들이 유등 지구대를 지키고 있고요.”

공명정대, 그리고 인간미 있는 경찰

이제 베테랑 요원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지만 유 경위는 아직도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고 자평한다. 그런 마음이 동료를 존중하고 자신을 겸손하게 만든다. 유 경위는 앞으로 AI가 인간의 직업을 대신하는 미래가 오더라도 경찰만은 사람으로 남길 바란다고 덧붙인다.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현장은 기계의 가치 판단이 아닌, 인간만이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 경위는 공명정대하게 법을 집행하되 인간미도 공존하는 경찰이길 노력한다고.

“한번은 칼로 노모를 위협하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어요. 빌라에 도착해 벨을 눌러 보니 그 집이 아니었어요. 어디지? 하는데 옆집에서 밖을 살피려고 문을 여는 것이 보였고 그 문틈 사이로 칼이 보였어요. 날이 긴 칼이라 내가 갖고 있던 가스총으로 대처하긴 거리가 문제였어요. 차분하게 지원을 기다리면 설득하기 시작했죠. 상대를 흥분시키지만 않으면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거든요. 결과적으론 설득에 성공했어요.”

흉기를 들었으니 무조건 제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판단은 현장에 직면한 그 요원이 가장 최선의 선택할 수 있다. 노모를 위협했던 아들은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였다. 그는 사건 종료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신 경위의 판단으로 아들은 어머니를 상해한 범죄자란 죄명을 피할 수 있었다.

“민간인 신분이었다면 못 했을 일도 많아요. 제가 여자라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사례도 있고요. 가령 가정폭력 사건 같은 것이 그런 케이스에요. 심각할 경우보다 실제적으론 단순한 부부싸움이 잦아요. 그리고 가해자가 보통은 남성이에요. 그럴 땐 아저씨들한테 얘기해요. 여자인 내가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부인이 서운했을 법한 일을 들려주면 설득될 수가 있거든요. 강압적인 체포와 화합할 수 있는 설득, 두 가지를 병행하도록 제가 돕는 거죠.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끼죠.”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처럼 지구대 사람들은 누구보다 가까운 이웃이길 자청하며 오늘도 관내를 순찰한다. 신미경 경위가 탑승한 순찰차에 경광등이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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