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스피치 대표
이창호스피치 대표

북한은, 지난 20일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14년 만에 방북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내외를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환영했다. 이날 전용기 편으로 평양 국제비행장에 도착한 시 주석 내외를 맞은 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여사였다. 평양시민 25만 명이 나와 북·중 국기와 꽃을 흔들며 ‘북·중친선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환영했다. 외국 지도자로선 처음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북한의 최고 성지인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공식 환영식을 가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우리 인민은 우리나라에 오는 시진핑 동지를 기쁜 마음으로 열렬히 환영한다"는 사설과 "시진핑 동지가 복잡한 국제관계로 인하여 긴요하고 중대한 과제들이 산재한 중에서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가 북·중 친선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고 주로 논설했다. 북한은 시 주석과 회담에서 양국 친선관계를 부쩍 강조하고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은 북한은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더욱 공고해졌다.

시 주석은 북·중 5차 정상회담에서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합리적인 안보와 발전의 우려를 확실히 해결하는 데 힘닿는 데까지 최선의 도움을 제공하기를 원한다(力所能及)”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 해결 과정을 지지한다”면서 “북한 및 관련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김정은의 작은 세상을 품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측면에서 볼 때 작금도 대북제재의 고삐는 당겨지고 있다. 시 주석은 유엔 제재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물 보따리’를 김 위원장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 인도적 차원의 쌀ㆍ비료 제공이나 북한관광 활성화 등 중국의 경제적 지원은 규모와 상관없이 가뭄의 단비일 것. 시 주석의 이러한 행보는 ‘북·중 운명공동체'로 엮으려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생존과 지속 가능한‘운명적 밀월관계’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다만 북유럽 국가들 순방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완전 비핵화’를 촉구하며 공조 의지를 강조했다. 가령 북·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주장과 달리 ‘단계적 비핵화’ 방안이 도출된다고 해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최근 북미 정상 간 ‘친서외교’가 재개됐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시 주석의 방북에 한국 정부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요컨대 김 위원장도 “중국과 계속 협력해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진전을 추동하길 원한다”며 힘을 보탰다. 또 북한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고 중요한 문제들에서 견해 일치를 이룩했으며 동지적 신뢰를 두터이 하고 회담은 진지하고 솔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양 정상은 한반도 정세를 비롯한 중대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해 공통된 인식을 이뤘다”고 밝혔다.

게다가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남북미 3자가 이끌어 온 한반도 비핵화 협상판을 남북미중 4자 구도로 확실히 바꿔놓는 데 성공했으며, 자칫 북·중 밀착이 북한과 미국이 어렵게 쌓아온 비핵화(FFVD)대화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전문가가 적잖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등에서 미국에 관계 개선을 위시한 체제 안전보장을 요구했으나 잘 풀리지 않은 틈새를 시진핑 주석이 파고든 것”이라고 분석하고 이와 관련해 통일부 정세현 전 장관은 “중국이 끼어 셈법을 중국식으로 바꿨다. 3자에서 4자 구도로 판을 벌이려 하는데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필자는 어쩌면 “북·중 정상회담 후 미중 갈등의 장기화가 자칫 비핵화 프로세스를 현상태로 방치할 수 있고,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G20 한·중·미 정상회담에서 정부는 ‘완전 비핵화’결과에 이르도록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는 바이다.

이창호(李昌虎 58세)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

《시진핑 위대한 중국을 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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