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김민숙 센터장

“우리는 학교를 그만 둔 것이지 학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에요.”

지난 28일 ‘꿈드림 청소년 날아오르다’에 참석한 어느 청소년의 말이 편견 가득했던 어른의 가슴을 때린다. 학교와 집, 그리고 학원. 어른이 설정해 놓은 무한반복 궤도를 이탈한 이들은 비행청소년이다. 비행(非行)이 아닌 비행(飛行). 이탈한 자는 자유롭다. 학교를 관두고도 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한 303명 아이들은 모처럼 환하게 웃음을 짓는다. 학교 밖을 선택하며 숙명처럼 따라붙었을 선입견은 분명 이들의 용기를 희석하고 위태롭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험로를 함께 뛰어준 이 사람이 더욱 고맙다.

 

꿈을 향해 다른 궤도를 선택한 이들의 아름다운 행로를 함께한 청소년의 페이스메이커, 김민숙 센터장이다.
꿈을 향해 다른 궤도를 선택한 이들의 아름다운 행로를 함께한 청소년의 페이스메이커, 김민숙 센터장이다.

“3월엔 우리보다 아이들이 센터에 먼저 나와 있어요. 센터 계단에 앉아 선생님을 기다리는 광경이 우리에겐 일상적인 출근길 풍경이에요.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과 학교 안에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 센터를 찾아요.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 써야할 정도로 바쁜 나날이지만 그만큼 보람도 많아요.”

김민숙 센터장이 몸담은 대전광역시 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사단법인 온누리청소년문화재단의 산하기관이다. 9세부터 24세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과 청소년 전문지도자 육성을 목표로 청소년 관련 전문지식 연구와 교육·복지·권익증진을 위해 2008년 개소했다. 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이 외 서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도안 청소년 문화의 집이 온누리청소년 문화재단 산하기관으로 운영 중이다.

김민숙 센터장은 센터를 찾는 아이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눠 설명했다. 학교 밖 아이들과 학교 안 아이들. 3개월 이상 결석하거나 어떠한 이유로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 혹은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통해 학업에 복귀하거나 취업 혹은 재능 개발로 사회진입을 돕고 있다. 이와 함께 진로나 대인관계, 학교폭력 등 다양한 심리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청소년은 물론 그 가족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청소년 상담 채널인 1388은 문자와(#1388) 카카오톡(카카오톡 플러스 친구에서 #1388과 친구 맺기)으로 365일 24시간 운영한다.

 

온누리문화재단 식구들
온누리문화재단 식구들

지역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

“아이를 키울 때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우리 아이들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를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변 기관이 연계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죠. 그런 아이들에게 사회 예산이 얼마나 집행될까요? 1%에도 못 미치죠.”

김 센터장과 합을 맞춰 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이끌어 가는 상담사는 10명 남짓이다. 집으로 돌아가도 아이들의 상담 내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에게 김 센터장이 해 줄 수 있는 말은 퇴근하며 상담 내용도 내려놓고 가라는 말뿐이다. 이들 중엔 신문 사회면에 실렸던 비극적인 청소년 사례를 직접 겪었던 상담사도 포함돼 있고, 언제 도움을 청하는 아이가 생길지 몰라 점심도 간단히 해결한다는 고충은 아무도 모른다. 종량제 봉투도 지원되지 않았던 과거엔 센터를 이용한 아이들이 남긴 쓰레기를 모아들고 퇴근 후 자신의 집에 버렸던 센터 가족들의 열정에 비하면 현실적인 예산 할당이 야속하기만 하다.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은 대부분 부모의 방임, 폭력, 이혼 등으로 보호자가 결핍되거나 제대로 훈육이나 학습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하는데 이런 것들은 우리 선생님들의 열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죠.”

김 센터장의 일침은 날카롭고도 절실했다. 사회복지지출은 차분히 증가하고 있지만 상담 복지사의 환경은 제자리걸음이다. 상담사가 마주하는 청소년의 상황은 나날이 피폐하고 도움이 절실한 순간과 대면하게 되지만 정작 상담사를 보호할 사회적 장치는 어떠한 것도 없다. 어떠한 외상후스트레스를 겪었더라도 자가 치료와 동료의 격려밖에 없다. 그럼에도 오늘도 센터를 향하게 만드는 동력은 먼저 나와 선생님을 향해 웃는 아이들과 잊지 않고 한 번씩 센터를 찾아오는 졸업생들 덕분이다.

이제 어른이 된 졸업생, 그들이 내민 손을 잡고 다시 한 발 전진

센터를 찾아오는 후배의 절실함을 알고 멘토를 자처하는 이제 커버린 졸업생은 누구보다 든든한 센터의 지원군이다. ‘내가 했으니 너도 할 수 있어.’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졸업생의 격려 한 마디로 열정을 충전한다. 학교 폭력 가해자로 몇 년을 속 썩였던 아이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카네이션을 들고 왔을 때처럼, 센터의 아이들은 어떠한 미래도 꿈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올 해도 제 책상에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어요. 스승의 날도 잊고 살 정도로 바쁜 날들이어서 외근 후 와보고 놀라고 기뻤죠. 지금은 돈이 없어 이렇게 밖에 마음을 표시 못하지만 백배, 천배 마음을 갚고 싶다는 아이에요. 이젠 어엿한 청년이지만. 본인 같은 어린 아이를 돕고 싶어 진학도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다는 그 말 한마디가 아직도 이 자리를 지키게 만듭니다. 아이들의 1% 변화, 이것이 제 소명이자 목표입니다.”

대전광역시 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042)527-3112

후원계좌 : 새마을 금고 9002-1348-5616-5

예금주 : (사)온누리청소년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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