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김영은

 어머니의 직업이 중학교 선생님인 친구로부터 얼마 전 놀라운 어쩌면 놀랍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장래희망을 묻는 란에 한 반의 3분의2 정도의 학생들이 ‘공무원’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결과를 부정적이거나 절망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시대마다 주목받는 직업이 다르고, 꿈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공무원을 장래희망으로 택한 이유가 오직 '안정감' 때문이라면, 이 사회가 옳게 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취업과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필자 역시 '이왕이면 안정적인 곳' 을 꿈꾸고 있다. 이미 이런 생각을 갖고있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지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업 간 우열이 매겨지고 있었다.

 사실 대학생 특히 문과 계열의 대학생은 이과 계열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이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뚜렷한 진로가 없거나 전공을 살려서 취직을 하지 않는 경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 밖에 답이 없는 실정이다. 필자의 주변에도 수능이나 내신 공부 대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휴학을 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의 꿈을 새롭게 꾸기 시작한 사람 등 다양한 공시족이 있다.

 현재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 열풍은 더 거세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국가직 공무원 1만4000명, 지방직 공무원 3만3060명을 신규 채용키로 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인원이 큰 폭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취업준비생 중 40%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유에 대한 응답은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 (79.0%),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어서 (49.7%), 복지제도 등 근무환경이 좋아 보여서 (33.1%) 등을 꼽았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처럼 공무원만 많은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사실 우리도 그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IMF 등을 겪으며 안정성을 직업 선택의 우선조건으로 삼게 된 기성세대와 그 영향을 받고 자란 현세대의 입장에서는, 미래가 불확실한 요즘과 같은 때에 가장 끌릴 수 밖에 없는 직업이 공무원일 것이다. 즉 그 외의 직업들이 불안정하고, 노후 연금 보장이 되지 않고, 국가위기가 또 발생하면 언제 위기에 처할지 모르는 직업인 것이다.

 학력과 스펙 경쟁으로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많은 청년들이 어떤 길을 가야할지 쉽사리 정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 정부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긴급한 숙제이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해보지 못한 채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이 정답이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해야 한다. - 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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