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정화조 뚜껑과 나란히 누운 추모비
힌츠페터 추모비가 화장실 5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해 있다

 

힌츠페터 추모비가 화장실에서 5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해 있다.
힌츠페터 추모비가 화장실에서 5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해 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지난 2016년 5월 15일 살아생전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따라 그의 손톱과 머리카락 등 신체 일부가 광주광역시 북구 5.18 망월동 구묘지에 있는 그의 추모비 아래 안치되었다.

2017년 8월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되어 힌츠페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80년 5.18의 진실을 알린 그를 의인이라며 추켜세웠다. 5.18 구묘역을 찾는 사람들은 일부러 힌츠페터 추모비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추모비가 화장실, 정화조 옆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의 추모비는 5.18 구묘역 입구에 위치한 화장실에서 불과 5미터 남짓 떨어져 있다. 세 개의 정화조 뚜껑은 2미터 옆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몰리면 누군가는 위험스레 정화조 위에 서 있어야한다. 5월, 때 이른 더위 속에 화장실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는 광주의 진실을 알린 의인에 어울리는 향기가 아니다. 때문에 처음부터 추모비의 위치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광주는 힌츠페터 추모비를 왜 이런 곳에 세울 수밖에 없었을까? 광주의 진실을 밝히자는 외침이 39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그 진실을 세계에 알린 사람을 광주는 그들의 심장에 묻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온갖 벌레 날아다니고 악취 나는 화장실 옆. 그곳이 광주의 심장이라는 말인가?

세 개의 화장실 정화조 뚜껑과 나란히 놓인 힌츠페터 추모비.
세 개의 화장실 정화조 뚜껑과 나란히 놓인 힌츠페터 추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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