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여성정책개발원 한재숙 원장, 시공을 초월한 글로벌 전통식문화

[온 국민이 기자인 한국시민기자협회 박재홍 기자회원 ]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원장 한재숙]
 
▲ ⓒ아토피뉴스(atopynews.co.kr)
 
음식디미방은 현존하는 최고(最高)의 한글조리서로써
당대의 이미 ‘여증군자’로 불리며 칭송을 받던
안동장씨가 1672년에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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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대되는 식생활교육의 필요성과 가치
 
오늘날 식생활 문화와 관련하여 웰빙, 슬림, 힐링을 지향하는 추세는 가히 세계적이다.
 
따라서 저·무염식, 약선식, 유기농, 채식주의, 슬로푸드, 로하스, HACCP와 같은 건강을 중시하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식생활 트랜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건강’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때문이다.
 
식생활교육은 국민건강의 증진과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의 해결, 비만과 당뇨 등 소위 생활습관병 확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최소화, 학교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필요하다.
 
바람직한 식생활교육을 위해 먼저 전통 식문화의 보존과 창의적인 재해석을 위한 연구과정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사료가 바로 『음식디미방』이다.
 
정부인 장씨와 『음식디미방』의 미래지향적 가치
 
현존하는 최고(最高)의 한글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은 당대에 이미 ‘여중군자’로 불리며 칭송을 받던 정부인 안동장씨가 1672년에 저술하였다. 음식조리법, 저장발효식품, 식품보관법 등을 소개하였는데, 겉표지에는 ‘규곤시의방’이라 하였고 속표지에 음식의 맛을 아는 법이라는 의미의 『음식디미방』으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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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문화관광부 11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되기도 한 정부인 장씨는 1598년 퇴계학의 대가인 장흥효의 외동딸로 태어나 1616년 아버지의 제자인 석계 이시명과 혼인하였다. 3남인 갈암(이현일)이 이조판서에 오름에 따라 정부인의 품계를 받게 되었다.
 
정부인 장씨는 시 · 서 · 화 삼절에 능함은 물론이고 자녀교육에 사표가 되어 맹자와 정자의 어머니에 비유될 만큼 여성 삶의 모범이 되었다. 칠순을 넘긴 노구에도 불구하고 저술한 『음식디미방』은 조선중기 영남지방의 반가음식에 대한 사료로서 큰 의미가 있다.
 
조선시대 대부분의 여성인물이 시나 글 그림들로 이름을 남긴 것에 더하여 정부인 장씨는 과학적인 조리서를 저술하였다. 이런 이유로 정혜경(2007)은 최초의 여성과학자로 칭하기도 한다. 또한 부인의 공덕을 기려 음력 7월 6일 재령 이씨 문중에서는 불천위 제례를 모시고 있다. 이렇듯 『음식디미방』과 정부인 장씨는 전통 식생활과 관련한 높은 차원의 무궁한 역사문화적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이는 민족적 자존감을 높이고 전통문화의 글로벌브랜드화의 높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또한 『음식디미방』은 기존 남성이 저술한 조리서의 한계를 넘어서서 영양지역을 중심으로 경북 북부지역의 식재료를 사용하여 직접 생활 속에서 몸소 실천한 조리법을 저술하였다.
 
즉 지산지소의 로컬푸드를 실천한 음식을 소개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또한 『음식디미방』을 통해 잊혀진 전통 조리법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누르미’와 ‘즙’이다.
 
‘누르미’는 중국 음식의 조리 마지막 단계에서 물에 푼 전분을 끼얹어 음식을 걸쭉한 형태로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는데 동아누르미나 대구껍질누르미를 이 책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즙’은 소스를 이용하는 서양조리의 전통으로 우리의 조리법에는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던 것인데 역시 『음식디미방』의 생치즙, 동아즙을 통하여 전통조리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웅장(곰발바닥)을 이용한 조리, 내장까지 식재료로 활용한 개를 사용한 조리, 뽕나무, 맨드라미 등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들은 오늘날 웰빙을 넘어 힐링을 지향하는 식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사료이다.
 
『음식디미방』에 소개된 음식은 조선중기 고춧가루가 널리 사용되기 이전의 것으로 그 맛이 매우 담백하여 오늘날 우리는 재료 그 자체의 맛을 살린 전통음식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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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노인,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음식디미방의 음식들이 가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마일드한 양념에서부터 고추의 양념이 대표되는 오늘날의 식문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음식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디미방』음식은 선진적인 식생활문화의 글로벌화를 위한 준거모델이 될 수 있다. 계절별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식문화의 사례는 ‘로컬푸드’, ‘신토불이’의 가치와 함께 ‘약식동원’의 전통 식생활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전파할 근거가 되는 것이다.
 
실제 정부인 장씨와 남편인 석계선생께서는 당시로는 드물게 팔순(85세, 83세)을 넘게 장수하셨다. 그러므로 『음식디미방』은 자연건강식의 실천사례로 재현과 보급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영양군은 『음식디미방』을 통한 지역발전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식디미방보존회를 중심으로 대학과 연구기관의 전문연구자들이 참여하여 2011년 『음식디미방』에 소개된 음식 146종 가운데 86종을 한식의 식단으로 재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들을 정리하였고, 술 51종 가운데 감향주를 비롯한 14종을 복원하여 재현하고 있다.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에는 음식디미방 체험장과 박물관을 건립하고 주변을 공원화하여 농산촌이 주는 ‘고립’이라는 기존 지역이미지를 청정자연 환경친화적 식재료 생산 및 식문화 체험 지역으로 탈바꿈시키고 건강과 치료를 위한 미래지향적 식문화 중심지역으로 거듭나고자하는 것이다.
 
전통은 최소한 3세대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쉴즈(Shils, 1992)와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달되는 데 적은 부분만 변하고 그 본질과 눈으로 볼 수 있는 정체가 남아있는 것을 전통으로 정의하는 버크(Burke, 1978) 등의 정의를 재음미하면 전통음식이란 최소 1세기 또는 100여년 이상 선호된 것, 최소 3세대 이상 지속된 음식으로 세대간 전달에 있어 본질과 정체가 남아있는 음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음식디미방』 음식은 330여년을 넘게 지속되고 후손들에게 선호·보존된 것으로 세계적인 전통음식이 될 명확한 근거와 당위성을 가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인 장씨에 의한 『음식디미방』은 세계속에 우리 전통음식의 소개와 복원 그리고 산업화를 위한 문헌적 근거로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온고이지신 (溫 故 而 知 新)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전통 식생활문화가 단절됨에 따라 오늘날 화학조미료, 패스트푸드, 육류 소비가 많아지는 서구화된 식습관은 가족간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전통의 계승이란 지내온 시간차로 인하여 옛것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식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바람직한 식문화의 미래 대안을 『음식디미방』을 비롯한 우리의 전통 식생활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옛 지혜를 오늘날에 새롭게 되살리는 것이다.
 
자연친화적인 우리의 전통 식문화는 배고픔을 달래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식생활을 매개로한 성숙한 문화의식을 강조하며 수양과 실천을 지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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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인 장씨의 지혜가 오롯이 담긴 『음식디미방』은 식재료의 생산과 조리법을 통하여 우리의 품격있고 성숙한 식생활 문화를 알리는 소중한 사례가 된다.
 
가정의 회복을 밥상머리 교육으로부터 시작하고 근면, 검소와 절약을 통한 옛 어른들의 가르침, 즉 사회적 도덕성을 실천하는 글로벌스탠다드가 바로 『음식디미방』과 정부인 장씨의 생애속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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