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날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배가 진도 부근 맹골수도에서 기울어 침몰되어 가던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았었다. 기울어진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동안 세월호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아이들의 모습을 배의 창문을 통해 설핏 보았다. 생중계로 304명이 수장되는 장면을 지켜봐야했던 그 날의 기억은 오늘까지도 내게 아픔으로 남아있다.

5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진실은 여전히 가라앉아 있다. 아무도 그날의 진실을 보지 못했다. 왜 그 배는 침몰되어야만 했는지, 왜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는지, 왜 하필 정국이 어수선한 그 시점이었는지, 왜 당시 정부는 그리도 감추는 게 많았는지... 사고의 원인도 이유도 밝혀내지 못한다면 세월호는 여전히 인양되지 않은 것이다.

여전한 아픔이 진행 중인 사건, 39년 동안 왜곡되고 감추어져 이제는 더 이상 진실을 밝힐 수 없을 것 같은 사건이 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중항쟁. 나는 민주화운동이라는 말보다 민중항쟁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광주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도 높았지만 그날 시민과 학생이 어우러져 총칼에 저항했던 것은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눈앞에서 내 가족 내 이웃이 총칼에 잔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일어선 결연한 용기였으며 인간애에 바탕 한 분노였기 때문이다. 서슬 퍼런 폭압에 맞선 민중의 횃불 같은 항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민중항쟁은 참혹한 피해를 낳았다. 사망, 행불, 부상, 구금 등 당시 피해를 당한 사람은 5,000여명이 넘는다. 하지만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5.18에 관한 진실은 여전히 가려져 있다. 누가 시민을 향한 발포를 명령했는지, 왜 시민을 무자비하게 죽여야만 했는지, 그날 끌려가 실종된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 왜 광주 시민들을 폭도와 빨갱이로 낙인찍어야만 했는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39년은 여전히 우리 가슴에 한을 되씹는 기간이었다.

자연재해도 따져보면 원인이 있고 이유가 있다. 하물며 인간이 만든 불행한 사건엔 원인과 이유가 없을 수 없다. 사건의 원인과 이유를 밝혀내지 않는다면 반복되는 사건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세월호도 5.18도 진실을 밝히려하면 할수록 누군가에 의해, 혹은 무엇인가에 의해 진실이 감추어진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진실을 가리기에 급급하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려한다. 물증을 없애려한다. 거짓을 일삼는다. 그러므로 세월호, 5.18의 진실을 왜곡, 은폐, 파기하려하는 사람, 집단 그들은 그날의 범인이다.

우리가 여전히 소망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은 왜곡과 은폐의 힘이 강하다는 것은 진실이 감추어져 있다는 반증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이 진리를 확인한다.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다.”(성경 마태복음 10장 2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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