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명 김만수 태양열에너지 김만수기자

 

원자폭탄이나 원자력발전소는 하나의 원자가 쪼개지면서 에너지가 나오는 핵분열 반응에 기반한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야구 경기에서 정말 빛의 속도만큼 빠른 광속구가 존재한다면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정답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야구공은 엄청난 에너지를 갖게 되고 야구공 스스로 핵융합 반응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돼 야구장이 있는 도시 하나쯤은 가뿐하게 날려 버리는 폭탄이 된다. 그러면 핵융합 반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폭탄이나 원자력발전소는 하나의 원자가 쪼개지면서 에너지가 나오는 핵분열 반응에 기반한다.

핵융합은 거꾸로 여러 개의 원자핵이 모여 하나의 무거운 원자핵을 형성하는 반응이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돼 야구장뿐만 아니라 도시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핵융합 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은 태양이다. 태양이 1초에 방출하는 에너지는 우리 인류가 수백만 년을 쓰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양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존재하게끔 하는 태양은 고대에는 절대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500여 년 전 그리스에서 태양은 신이 아니라 불타는 돌덩어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왔다. 태양의 실체를 신의 영역에서 과학의 세계로 입문시킨 사건이었지만 신성모독죄의 적용을 피할 수는 없었다.태양이 불타는 돌덩어리라면 과연 어떤 성분의 돌덩어리여야 할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다. 하지만 아무리 태양이 크다고 하더라도 거대한 석탄 덩어리에 불과하다면 불과 2000~3000년 정도면 태양 하나는 모두 타고도 남는다.

1800년대 중반 열역학법칙을 확립한 헬름홀츠는 태양이 무한히 큰 기체 덩어리가 줄어들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면 태양의 수명은 수천 년에서 만 배 정도 증가한다. 이때는 인류가 지구의 수명을 알지 못했다(정확히는 수천만 년 정도에 이를 것이라는 학설이 당시 학계를 지배했다). 1900년대로 들어오면서 지구의 나이가 최소 수십억 년은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태양에너지의 기원을 찾는 작업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기 전까지 미궁 속에 빠져들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만으로 핵융합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해결의 단초를 제공했고 이후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헬륨을 만들 때 상당한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이것은 태양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얻어낸 결과다). 태양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이라는 사실 또한 밝혀지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거대한 수수께끼의 퍼즐이 맞춰졌다. 물론 현재의 이론도 틀렸을 수는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태양 속에 들어가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태양의 중심 온도가 1500만 도는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이건 아무리 문명이 발전하더라도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그런데 어찌 도시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야구공과 달리 태양과 같은 별은 핵융합 반응에 의한 폭발로 산산조각이 나는 따위의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자연의 곳곳에 숨겨져 있는 신의 오묘함이 여기에도 있는데, 별은 놀랍게도 자동 온도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핵융합반응으로 별이 과열되면 별이 팽창하게 되고 별의 중심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가 다시 수축되는 과정을 거치며 온도를 조절한다.

반대의 경우도 먼저 수축해 중심 온도를 올린 뒤 다시 팽창하는 과정을 거친다.현재의 인류는 석유·석탄·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통해 대부분의 에너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화석연료의 고갈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학자들은 아예 태양을 지구상에 만들자고 주장하는데, 한국도 이 대열에 합류해 있다. 핵융합 에너지의 실용화는 연료 고갈의 걱정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여러 국가의 연구 활동을 이끌어 내고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러시아·중국·인도·유럽연합(EU)이 진행 중인 국제공동연구사업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대표적이다.서울올림픽이 개최될 즈음부터 시작된 ITER는 7개국의 재정 분담 하에 현재 프랑스 남부에서 건설되고 있다.

한국은 2003년 ITER에 가입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 특히 10여 년의 투자 끝에 2007년 완성된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장치(KSTAR)라는 핵융합로는 ITER 완공 이전의 세계 핵융합 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현재 ITER가 지어지고 있는 프랑스의 조그만 마을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짓기 위해 부지를 조성하고 있는 거대한 신도시 개발 현장과 비슷하다. 그래서 많은 연구·개발 인력들이 KSTAR에서 ITER의 본격 가동에 대비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고 허허벌판인 ITER 현장의 미래를 KSTAR를 보며 머릿속에 그려 보기도 한다.

양자점 태양전지로 효율 개선 가능해KSTAR는 그전까지 관련 연구의 중추 역할을 하던 미국·EU·일본의 연구 시설과 다른 획기적인 핵융합 장치다. 구리 자석을 사용한 이들 국가의 장치와 달리 KSTAR는 초전도체를 이용해 효율을 향상시켰는데, 지름이 10m에 이르고 높이가 6m를 넘나드는 초대형 도넛 모양을 하고 있다. 혹자는 핵융합 장치를 무한 동력을 만들어 내는 영구 기관에 비유하곤 하는데, 물리법칙상 영구 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나타나 영구 기관의 발명을 외치며 세상을 현혹하는 사람들보다 지구상의 '인공태양'인 핵융합로는 그나마 영구 기관에 좀 더 가까운 과학기술의 산물이다.인공태양을 만들려는 노력과 함께 태양광을 활용해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움직임 또한 활발하다.

특히 최근 독일은 자국에서 생산된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태양광에서 얻었다고 발표했다. 비행기를 타고 독일 상공을 지나다 보면 초대형 선풍기처럼 생긴 풍력발전소 단지를 숱하게 볼 수 있고 집집마다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장치도 구경거리다. 현재의 태양광발전은 태양빛을 직접 전기로 변환하는 태양전지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

서로 다른 반도체를 접합한 형태의 태양전지에 태양빛이 쪼여지면 한쪽 반도체로 전자가 몰리게 되고 여기에 전기가 흐르는 것이 원리다.태양광발전은 공해가 없고 필요한 곳에 소규모의 발전 시설을 건축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발전장치의 가격이 비싸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태양광의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효율이 여전히 매우 낮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최근의 노력 중에 주목받는 것이 양자점 태양전지다. 아주 작은 반도체 결정을 일컫는 양자점은 크기가 워낙 작다 보니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특성을 많이 갖고 있다.

특히 양자점의 크기에 따라 기존의 태양전지보다 훨씬 넓은 파장대의 태양광을 흡수할 수 있어 태양광발전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 밖에 태양광발전의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비가 오는 날은 발전이 불가능하고 밤에도 발전이 어렵다는 '간헐성'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관련 업계의 노력은 지난번에 소개한 적이 있다.인류의 문명이 발전하고 특히 그 속도가 급속히 빨라짐과 동시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원래 자연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무한대이며 태양이 제공하고 있는 에너지 역시 우리의 수요를 훨씬 넘어선다. 하지만 석유를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와 관련한 문제는 세계 곳곳을 전쟁의 현장으로 바꾸는 등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화석연료의 고갈이 다가오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면서 대체에너지에 대한 고민이 커졌고 에너지를 둘러싼 다양한 형태의 각축전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확보와 개발을 위한 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데, 우리가 여기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고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곧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의 우리 모습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인용)


출처 :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http://www.civilrepor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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