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용산구의 미성년자 신분증 검사 불이행에 과징금 부과 정당 판결

미성년자가 음식점에 들어와 술자리에 합석했다면 실제 술을 마시지 않아도 음식점에 1천만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할까?

지난 2월 저녁, 용산구 소재 한 음식점에서 성인 여성 손님 2명에게 고기와 소주를 판매했다. 그런데 그 이후 그 테이블에 어려 보이는 손님 1명이 동석했는데 이 손님은 18세의 미성년자였다.

음식점 종업원은 신분증을 확인하려 했지만 이 청소년은 소란을 피우며 신분증 제시에 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5∼6분이 지난 사이 느닷없이 경찰관이 음식점에 들어와 현장을 적발했고 이 음식점 업주는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했다는 혐의로 경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술을 주문한 것도 성인이고 미성년자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신분증 확인을 못했다고 주류를 판매·제공했다고 해석한다면, 술 파는 고기집이나 치킨집도 모두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되나?ⓒ 연합뉴스TV
술을 주문한 것도 성인이고 미성년자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신분증 확인을 못했다고 주류를 판매·제공했다고 해석한다면, 술 파는 고기집이나 치킨집도 모두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되나?ⓒ 연합뉴스TV

문제는 그 다음부터.

용산구청은 경찰의 통보에 따라 이 음식점 업주에게 1천만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고 업주 A씨는 해당 미성년자가 술은 마시지 않았으므로 주류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속되기까지 5∼6분의 시간이 있었고 미성년자가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신분등 검사를 하지 않았으므로 과징금 부가는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신분증을 확인하지 못한 음식점의 책임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필자는 용산구청과 법원의 판단이 지나치게 과도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보호법이나 식품위생법상의 청소년 주류 판매, 제공 금지 조항은 실질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지 못하게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신분증 검사는 그 판매의 금지를 위한 수단이다. 신분증 확인이 중요한 과정이지만 이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뜻이다.

술집에서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자에게 신분증 검사를 하는 이유는 출입 자체를 제한하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반 음식점, 고기집은 미성년자도 출입이 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고기집이나 음식점등에서 청소년이 가족이나 친지등과 식사할 때 신분증을 검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친권자 등 성인이 동반할 경우 미성년자에게 술을 마시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묵시적 전제가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소년보호법이나 식품위생법 어디에도 부모, 어른과 동석할 때 신분증 검사를 예외로 한다는 조항은 없다. 물론 청소년보호법에는 친권자가 동반할 경우 미성년자의 출입을 허용하지만 이는 청소년출입금지 업소에 한해서다.

즉, 술을 주문한 것도 성인이고 미성년자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신분증 확인을 못했다고 주류를 판매·제공했다고 해석한다면, 술 파는 고기집이나 치킨집도 모두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가족이 고기집에 가도 미성년자는 모두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분증 검사를 한다는 의미는 출입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게 과연 합당한가? 그렇다면 고기집이나 치킨집도 미성년자가 출입하면 안된다는 말일까? 이번 용산구 음식점의 경우 신분증 검사를 못했다고 했는데, 만약 신분증 검사를 해서 미성년자였다면 나가라고 하는게 맞는 것이었을까? 게다가 5~6분후 경찰이 들이닥쳤다면 이게 우연일까?

이 음식점의 경우 결론적으로 신분을 확인은 못했지만 당시 테이블에 청소년이 추가로 합석하여 술을 마시게 될 것을 예견했기에 신분증 검사를 요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를 거부한 건 그 미성년자였다. 강제로 지갑을 뒤져 신분증을 확인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터.

아울러 청소년이 합석한 후 술을 추가로 내어 준 것도 아니고 술잔 역시 추가로 내어 준 것도 아니었다면 업주가 청소년보호법 위반의 고의가 전혀 없고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경찰은 기소유예를 내렸는데 구청이 1천만원 규모의 과징금 처벌을 한 것은 과도하다는게 필자의 주장이다.

실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4069 판결)에서는 <음식점에서 주류를 판매한 행위가 청소년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일행에게 술을 내어 놓을 당시 그 일행에 청소년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를 음식점 운영자가 인식하고 있었어야 하므로 술을 내어 놓을 당시에는 성년자들만이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다가 나중에 청소년이 합석하게 된 경우라면 처음부터 음식점 운영자가 나중에 그렇게 청소년이 합석하리라는 사정을 예견할 만한 사정이 있었거나, 청소년이 합석한 후 청소년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추가로 술을 내어 준 경우가 아닌 이상에는 합석한 청소년이 상 위에 남아 있던 소주를 일부 마셨다고 하더라도 음식점 운영자가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행위를 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음식점에서 신분증 확인을 못하였지만 음식점에서 처음부터 미성년자에게 술을 제공하지 않았고 신분증 검사를 시도하였는데도 해당자가 소란을 피우며 거부했고, 추가로 술을 제공하지 않았고 미성년자가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음식점에 1천만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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