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5.18부상자동지회초대회장. 시인, 연극인)

이지현(애꾸눈 광대)

가난해서 대학을 꿈꿀 수 없었던 필자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녔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 고등학교를 간다는 것은, 부모님을 잘 만난 엄청난 특혜였다.  

그런데 학창시절에 공부보다는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아서 졸업 후 악극단을 기웃거렸다. 그렇지만 열정에 비해 이끌어줄 선배도 없고 전라도 출신이라는 족쇄에 묶여  민주화운동보다 험난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서울 운동장 야구장에 가서 응원단장으로서 끼를 발산하곤 했다.

야구 불모지라고 일컬은 호남 고교야구에 휘파람을 불도록 한 계기는, 김 봉연 선수가 활동했던 1972년, 제 29회 황금사자기 쟁탈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역전의 명수로 각광을 받게된 한 군산상고의 우승이었다.

그후 선 동열의 광주일고, 이 순철의 광주상고(현 동성고), 김 진우의 진흥고가 전성기를 이뤘다. 호남 고교 야구 경기가 있을 때면 호남 향우들은 서울운동장으로 달려가 응원을 하며 즉석 향우회를 열었다.  경남고, 부산고, 경북고, 대구상고 등 영남세에 눌려서 질 때가 많았지만, 고향의 정을 느끼게 해서 야구장을 찾았고, "개땅새"라는 설음을 해소할 최적의 장소가 바로 서울운동장 야구장이었다.

자연스레 호남향우의 단합대회로 자리매김한 동대문 야구장은 호남인들의 축제장이 되었다..  그곳에서 목이 터지게 부른 노래가 무엇이었을까? 바로 이 란영 선생의 국민가요 "목포의 눈물"이었다.

목포의 눈물은 한맺힌 전라도 사람들, 아니 억압받은 사람들이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부른  애창곡이었으며 영원한 응원가였다. 해태 타이거즈 야구 경기가 열릴 때, 1997년 12월 19일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5월 항쟁의 상징인 구 전남도청 앞에서 감동의 눈물을 닦으며 부른 노래가 바로 전라도의 아리랑 "목포의 눈물"이었음을 기억하는가?

목포는 전라도에 속한 항구이지만 민주주의의 한과 열망을 담은 상징적인 도시다. 그런 목포가 기대와 우려의 두 얼굴로 뉴스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눈물도 흘리고 웃기도 한다. 허탈해 하는 사람들, 목포의 발전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따로 따로 다시 "목포의 눈물"을 부르기 시작했다.

한 국회의원 덕분이다. 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영입 되어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았던 손혜원 의원. 지금은 탈당하여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간사 시절에 권력을 이용하여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으로부터 얻은 정보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는것 때문에 목포항은 출렁거리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무기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목포는 호구다"를 열창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한 채 목포를 방문하여 선동을 하고 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의혹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힘겨루기가 영화보다 재미있다. 부랴부랴 손 의원이 1월 23일 목포를 찾아 기자회견을 했다. 부동산 투기가 아니며, 향후 나전칠기 박물관을 만들어 국가에 헌납하겠으니 진심을 믿어달라는 내용이다. 구 도심을 살려달라는 주민들의 응원이 있었지만, 권력을 이용하여 사익을 남기려 했다는 의혹에 대한 이해 충돌에 대한 질문에는 얼버무리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권력을 이용하여 취득한 정보로 부동산을 매입하여 값을 올리려는 것은 전형적인 권력 남용이며 사익추구 라는 주장과 낙후 지역의 문화재 보존과 도시 활성화를 위한 노력으로 보고싶다는 의견이 맞선다. 공익과 사익이 충돌한 부분과 손 의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유권 해석은 법에 의해 가려지겠지만, 국민의 대변인인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상투 끈을 매지 마라는 속담을 국회의원들은 진정 모르고 있었을까. 가재는 게 편이어서 슬금슬금 목포항으로 갔을까.

몰랐으면 무식한 것이고, 알고도 모른 체 하고 있다면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2019년 1월 23일,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안 태근 전 검사장에게 마침내 실형이 선고되었다. 또한 1월 24일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양 승태 대법원장이 구속되었다. 법을 잘 보호하고 지켜야 할 모범적인 검찰과 사법 수뇌부가 국가적 망신을 시키고 있는 참담한 상황 속에서, 손 혜원 의원 사건을 비롯한 모든 판결에 대한 전권을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

니 기가 콱 막힐 일 아닌가? 그래도 한강으로 뛰어내릴 수 없어 말 없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피땀 흘리는 국민들은,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희망차게 도전할 것이다. 눈물 젖은 빵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자들이여, 국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악행을 저지르는 기득권 세력들이여, 억울하게 버림받으면서도 굳굳하게 살아가는 민초들을 더 이상 슬프게 하지마라.

돌아오지 않는 세월호의 애환이 서린 땅 목포. 굴곡진 역사를 보듬고 홍역을 앓고 있는 천형의 땅 전라도와 목포. 공익과 사익이 으르렁대는 목포를 위로하다 보니, 서울운동장 야구장과 구 전남도청 앞에서 희열의 눈물 쏟으며 부른 그 노래가 추억처럼 그립다. 기대와 우려의 목포항에 앉아,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꾸며 "목포의 눈물"을 합창하고 싶다.

언제 다시 목포의 눈물을 힘차게 부르랴!!

 

이지현(5.18부상자동지회초대회장. 시인,연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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