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7월 혈관성 파킨슨 증후군으로 제대로 걷지 못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던 조지 H. W. 부시는 60년 전 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 로빈을 생각하며 삭발을 했다. 자신의 경호원의 2살 배기 아들이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것을 보고 항암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출처=Office of George Bush> 2018.12.01

지난달 94살로 숨진 미국의 41대 대통령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10년 넘게 필리핀의 한 소년을 비밀리에 후원했다고 '컴패션 인터내셔널'이라는 자선단체가 밝혔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첫 이름과 3번째 이름을 딴 조지 워커란 가명으로 이 소년에게 매달 식비와 교육비를 후원했으며 이 소년은 최근까지도 자신을 후원해준 사람이 부시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부시 전 대통령이 후원을 시작한 것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지난 2002년이었고 티머시란 이름의 필리핀 소년은 당시 7살이었다. 티머시에 대한 부시 전 대통령의 후원은 그가 17살이 돼 후원 대상자에서 제외될 때까지 계속됐다.

컴패션 인터내셔널은 최근 부시 전 대통령과 티머시 사이에 오고간 편지 일부를 미국의 콜로라도 스프링스 가제트지에 전달했고 또 미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부시 전 대통령의 후원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2002년 부시 전 대통령은 티머시에게 보낸 첫 편지에서 "안녕 티머시! 편지로 너와 새 친구가 돼 반갑다. 나는 77살이며 아이들을 좋아한다. 아직 너를 보지는 못했지만 벌써 네가 좋아졌다. 나는 미국 텍사스주에 살고 있다. 종종 편지하겠다. 행운을 빈다"라고 썼다.

부시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서 물러나기 직전인 2001년 워싱턴의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컴패션 인터내셔널의 어린이 후원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그는 티머시가 전 미 대통령으로부터 후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위해가 가해질까 봐 가명으로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컴패션 인터내셔널의 웨스 스태퍼드는 부시 전 대통령의 가족들조차 이러한 그의 비밀 후원을 한동안 전혀 몰랐었다고 말했다.

스태퍼드는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당시 미 대통령이었던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로라 부시 여사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고 이를 들은 로라 여사는 눈물을 흘렸으며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아버지다운 행동"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티머시에게 편지뿐만 아니라 때때로 선물을 보내기도 했는데 티머시는 선물을 받은 후 보낸 감사 편지에서 "나를 잊지 않아 고맙다. 당신은 정말로 멋지고 친절하다"고 답했다.

티머시는 나이가 들어 컴패션 인터내셔널의 후원 대상에서 빠지면서 부시 전 대통령이 자신을 후원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내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컴패션 인터내셔널은 밝혔다. 그러나 그 이후 티머시와의 연락은 끊겼다고 이 단체는 말했다.

스태퍼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 중 하나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어린이를 아무도 모르게 도와주었다는 일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부시 전 대통령은 우리가 알지 못하고 우리는 해볼 생각조차 갖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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