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

무녀도와 선유도를 이어주는 선유대교
무녀도와 선유도를 이어주는 선유대교

선유도 (최순덕)

돌아서면 육지인 체

다시 돌아서 보면 여전히 섬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듯

처절하게 물 위에 떠 있는 선유도

어미 치맛자락이라도 잡으려는 아가손처럼

올망졸망 마주보며 바람소리도 잠재우더라

비릿한 갯펄에 움푹패인 장화 자국

빼꼼히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하늘

휘장처럼 펄럭이는 선유도의 훈장이

그날따라 어선의 깃발보다 더 화려했다

 

멀리가지 마라

너무 멀어지지 마라

연연해 하는 섬마다 줄 긋듯 이어지는 線

해뜨면 돌아 앉아 환하게 웃는 선유도

뜨거운 태양 종일 받아 품에 넣어

해지면 되돌아 서서 울다 잠든 붉은 선유도

바다는 바다의 이름을 기억하고

섬은 섬의 이름을 바다에 뿌렸다

 

허다한 섬들의 고향

일순간 우르르 별만큼 빛나려나

해 지고 달 뜨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섬과 섬

뜨겁게 잠겨있어도

날마다 냉랭해지는 섬들의 고향

고운 낙조를 잊은 듯

내내 섬 아닌체 선유도는 도도하게 땅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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