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행사 문학제로 개편, 시낭송·시극·공연 열어,문병란 작가상에 허형만 시인

고 문병란 시인
고 문병란 시인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중략)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문병란 ‘희망가 중에서’)




지난 겨울은 유독 추웠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멀지 않듯 추위가 맹위를 떨칠수록 봄이 멀지 않다는 말은 진리 중에 진리다. 그렇게 어느 결에 봄은 우리 곁에 와 있다.

문병란 시인(1935∼2015)의 ‘희망가’에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다. 시인은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고 노래했다.

오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추위로 상징되는 절망은 언젠가 물러가고 반드시 희망이 온다는 사실이다. 이 땅의 가난한 민초들과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늘 희망의 노래(시)를 멈추지 않았던 시인이 그리워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서은(瑞隱) 문병란 시인의 삶과 문학을 기리는 문병란 문학제가 열린다.

서은문병란문학연구소(이사장 황일봉)는 오는 24일 4시 조선대학교 서석홀 대강당에서 ‘제1회 광주 동구 문병란 문학제’(이하 문병란 문학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문병란 문학제는 지금까지의 추모 위주의 행사를 확대 개편해 문학제로 치러지는 첫 행사로, 고인의 민족사랑을 기억하고 평화의 노래(시)를 기억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이번 문학제에서는 제1회 문병란 작가상과 공로상 시상식이 치러질 예정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문학제에서는 사물놀이 공연, 시낭송, 초대가수 공연, 우쿠렐레 연주, 우리 춤, 시극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홍영숙 시인의 사회로 1부 행사에서는 황일봉 이사장의 개회사, 강춘기 문병란문학상 심의위원장·임원식 광주문인협회장·윤장현 광주시장·김성환 광주시동구청장·송일준광주문화방송사장의 축사가 있을 예정이다.

이어 제1회 문병란 작가상(상금 1000만원) 수상자인 허형만 시인과 공로상(상금 300만원) 수상자인 공옥동 시인에 대한 시상이 개최된다. 목포대 국문과 명예교수인 허 시인은 고인의 제자로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비 잠시 그친 뒤’ 등 다수의 작품집을 펴냈다. 서은문학연구소 부이사장인 공 시인은 창작반 모임 회장을 맡아 고인의 뜻을 받들고 계승하는 데 기여를 했다.

제2부에서는 시낭송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사물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김숙희 시인과 홍영숙 시인, 강숙자 시인이 각각 문병란 시 ‘인연서설’, ‘불혹의 연가’, ‘희망가’를 낭송한다. 또 반달문화원 박애정 씨의 우쿠렐라 연주(‘백만송이 장미’ 외)로 문학제의 분위기를 돋운다.

이밖에 나르샤 공연단의 우리 춤 공연이 진행되며 이희옥 씨의 나레이션으로 시극 ‘강의 노래’(문병란 시)가 펼쳐진다. 양기준, 양동률, 강명숙, 전경숙 씨가 참여한다.

3부는 교제의 장으로 참가자들이 식사와 음료를 들며 고인의 뜻을 기릴 예정이다.

황일봉 서은문병란문학연구소 이사장은 “제1회 동구 문병란 문학제가 민족사랑과 평화통일을 지향했던 고인의 뜻을 받드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이러한 시 정신이 사회 각계로 확산돼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의 062-234-8158, 010-3609-7576.

광주일보 박성천기자가 작성한 것을 한국시민기자협회에서 문병란 시인의 업적승화를 위해 발췌하여 기록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