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에 방영된 SBS스페셜 ‘대2병, 학교를 묻다’ 다큐멘터리가 사회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2병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급격히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특이한 것은 인터뷰에 응한 이들이 모두 명문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는 점이다. 수능 만점을 맞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다니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모두 ‘대2병’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자기 삶을 토로했다.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고 해서 공부만 하다 대학에 진학했는데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명문대학에 진학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대학생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공부만 했다는 것이다. 성적을 올리기만 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져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자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못했다. 꿈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루어가는 단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아예 배우지 못하고 오직 공부만 하다 대학에 진학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기 진로를 확정하고 깊이를 더해가야 하는 현실의 문턱에서 주저앉게 되었다. 인생의 출발점에 서서 비로소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살피게 된 것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50만 명(2015년 통계)이 넘는 대학생들이 자퇴, 휴학, 전과를 하며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문을 찾기 위해 발버둥 쳤다.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가 정착하며 효과적인 진로교육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정부와 교육부는 의미 있고 행복한 인생을 준비하도록 학기와 학년을 할애해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실은 희망적이지 못하다. 여전히 대2병을 앓고 있는 대학생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대2병을 해결할 대안을 찾으며 덴마크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덴마크는 자기 자신이 온전한 주체가 되는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 되고 싶은 것,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할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그 힘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이제 진로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진학이 아니라 진로 교육을 해야 한다. 오직 성적과 명문대학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위해 인생을 투자해야 하는지, 가치 있는 삶은 어떤 것인지 살필 수 있도록 진로 교육의 변신을 꿰어야 한다.

그 대안을 필자는 ‘미래자서전’으로 찾고 싶다. 미래자서전은 아직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설계하고 계획하여 꿈이 이루어져가는 과정을 이미 이룬 것처럼 상상하여 쓴 글을 말한다. 태몽부터 유언장까지 한 평생을 글로 풀어내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신은 누구이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펴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삶을 디자인해 스토리를 부여해서 쓴 글이다. 가상의 공간에서 한 평생을 살아보며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인생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그냥 닥치고 공부나 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진짜로 원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살펴보라고.” 기회를 제공한다.

글은 힘이 있다. 이미 살아온 삶을 쓰면 자기 삶이 이해되고, 속상한 과거를 진솔하게 풀어내면 상처 치유 효과가 있다. 살아가고 싶은 삶을 가설로 풀어내면 그 이야기대로 살 수 있다. 살아가는 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한 대로 살아가는 효과를 거두게 만든다.

많은 청소년들이 미래자서전으로 자기 꿈을 발견하고 그 꿈을 차근차근 이루는 단계를 배우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이 땅에 대학생들이 더 이상 대2병으로 괴로워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