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조선이공대 교수 칼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
김성식 조선이공대 교수 칼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
  • 정은경 기자
  • 승인 2018.03.11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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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조선이공대학교 교수
김성식 조선이공대학교 교수

지금 우리 사회는 날만 새면 온통 ‘#Me Too’에 함몰되어 가고 있다. 그 동안 숨겨진 고백들을 들으면서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더 사악해질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문화계에서 시작된 미풍이 정치계를 거치며 커진 그 세력이 언제 어느 곳에서 태풍으로 변할지 아직 예측할 수 없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치 중의 하나는 부끄러움이며,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은 쉽게 죄악에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이 사는 곳에는 죄가 있기 마련이나 그 죄악을 어떻게 느끼느냐가 문제다. 그래도 예전에는 잘못을 부끄러움으로 여기고 근신할 줄 알았는데 요즈음 우리 사회를 보면 죄를 저질러 놓고도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당당하게 큰소리를 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한 말로 부끄러움을 상실한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는 욕심만 있었지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나 나라를 이끌어 나갈 비전도 없이 지역감정에 편승해 덜컥 대통령이 되다 보니 대통령 자신은 물론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된 적이 엊그제 아니었던가? 하물며 전직 대통령이 수백억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소환장을 받아 놓고 있는 현 상태에서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러한 적폐의 뿌리였던 정치 집단이 날이면 날마다 딴지를 걸고 구태의연한 정쟁이나 일삼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국민을 우습게 알고 있거나 부끄러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후안무치의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발전이라는 명제 아래 사회정의나 인권에 대한 가치 추구를 애써 외면해 왔다. 하여 도덕적 훈련을 받을 시간적·정신적 여유조차 갖지 못했고, 그런 교육 자체를 낡은 관습인 양 터부시하며 경제성장 제일주의를 추구해왔다. 물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경제적 소유만을 최고의 가치로 숭배하는 가운데 스스로 도덕적 인간이기를 포기해 버린 비도덕적인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사람다운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동물적 인간만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매천 황현은 나라를 망하게 하고도 망국의 책임을 지는 이가 없는 현실을 통탄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이 죽어 의를 지켜야 할 이유는 없었으나 망국을 책임지는 이가 없음을 부끄러워하며 선비로서의 길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처럼 옛사람들은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며, 말하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말라는 덕목을 실천하며 도덕적 양심을 지키려고 애썼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은 염치와 수치를 아는 도덕적 양심이 높은 민족이었다.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라고 한 맹자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부끄러움은 인간의 양심을 재는 도덕적 기준인 것이다.

일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가 여기저기서 향기를 날리고 있다. 자신의 향기를 간직한 것이 어디 매화뿐이겠는가. 어제는 모든 중생에게 향기가 되어주었던 법정스님 입적 8주기였다. 녹슨 삶을 살아가는 우리 영혼에 맑은 바람을 전해주었던 분이었기에 스님의 향기가 더욱 그립다. 스님은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려면 영혼을 맑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고 했다. 얼굴이란 ‘얼’의 ‘꼴’이라면서 ‘얼’을 아름답게 가꾸면 ‘꼴’인 얼굴은 저절로 아름다워진다고 했다. 자신이 누구인가 스스로 물어서 자신의 속 얼굴이 드러나 보일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귀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염치를 알고 수치의 예를 아는 인간의 얼굴이 되지 않을까. 결국 자신의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사회의 부끄러움에 대처하는 지혜로운 길이다. 이제 ‘#Me Too’를 계기로 잘못된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새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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