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학부모 시름에 교육당국은 뒷짐만

올해도 대학들은 지난해에 이어 입시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 대학이, 그 중에서 명문대학들은 더욱 그렇다. 학부모들은 입시비용을 치르느라 길바닥에 떨어진 붕어 마냥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각 대학의 수시모집을 마감한 결과 수도권 대학의 평균 경쟁률이 33.3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고려대 수시 일반전형에 총 모집인원 1천966명에 지원자가 7만9천996명이 지원(40.69대 1)했다. 전형료를 학생당 평균 7만으로 계산하더라도 전체 전형료 수입이 어림잡아 55억원의 입시대박을 터뜨렸다.

연세대도 마찬가지여서 수시 일반 전형의 전체 지원자는 2천512명 모집에 무려 7만678명이 지원했다. 같은 전형료 수준으로 어림 계산해도 49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전형료를 긁어 모은 셈이다. 물론 수시 1단계에서 탈락하면 일정액의 전형료를 돌려주기에 전부가 대학의 금고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수입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대학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수도권 대학들은 전형료 대박으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학생이 수시에 10여 대학에 지원한 것은 기본이고 많게는 20여개 대학까지 지원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수시지원에 따른 전형료 부담이 100만원이 넘는다. 전형료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혹시 수시 1차에 통과할 것에 대비해 고액 논술 또는 심층면접이 기다리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대학까지 오가는 경비도 한 두 개 대학이 아니다 보니 무시할 수 없다. 수시에 실패하면 정시 전형이 또 부담으로 다가온다.

좋은 안주와 노래에 취한 대학들과 교육당국이 자기 몸의 기름을 짜내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수험생을 가진 학부모들의 심정을 알 리가 없다. 춘향전에 나오는 옥반가효 만성고(玉盤嘉肴 萬姓膏)요, 가성고처 원성고(歌聲高處 怨聲高)라는 대목이 절로 떠오르는 스잔한 계절이다.

특히 이과계의 상위권 학생들은 변별력이 없게 될 물수능 걱정에다 약학대학이 모집을 하지 않음에 따라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한양대 의예과는 12명 모집에 3621명이 지원해서 301.75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연세대도 의예과 일반전형은 13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고려대 의예과는 158대 1, 중앙대, 한림대, 인제대 등 의과대학은 50대 1의 바늘구멍이 됐다.

올해 수능이 쉽게 출제된다는 이른바 물수능을 예고한 교육과학부가 怨聲高의 일차 대상이다. 특히 지난해에도 대학들이 전형료 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거세고 일었고 교육당국은 묘책이라도 내놓을듯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대책은 온데 간데 없는 용두사미가 됐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덥썩 물을 수 밖에 없는 독점 대박상품인 대학입시에 불공정 거래법이라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학부모 가슴만 멍들게 하는 입시는 언제까지 되풀이 될 것인지. 유지희 무등일보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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