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항한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무궁화 23호 타보니

[온 국민이 기자인 한국시민기자협회 정덕구 기자회원 ] 거센 파도 가르며 서해 황금어장 지킨다

지난달 취항한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무궁화 23호 타보니
국내 최대 어업지도선…주·야간 감시시스템 등 최첨단 장비 장착

▲ 서해 황금어장을 지키는 늠름한 위용의 무궁화 23호
지난 6일 오전 9시 전남 목포 국가어업지도선 전용부두. 제18호 태풍 판폰의 간접 영향으로 파도가 너울 거린다. 전용부두에는 목포대교를 배경으로 9대의 어업지도선이 정박해 있다.
그 중 지난달 26일 취항한 무궁화 23호선의 웅장한 위용이 시아에 들어온다. 이날 두번째 출항을 앞두고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인 선원들은 중국 불법조업 어선 단속장비와 기관 점검으로 분주했다.

김한민 2등 항해사는 불법조업 어선 승선때 착용할 라이프 자켓과 방검복, 방탄모 등을 꼼꼼히 챙겼다. 가스총과 전자충격기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에서는 전장에 나서는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얼마후 이규철 선장의 출항 지시에 조타실은 분주해졌다. 이 선장이 배 좌·우현과 선미를 오가며 ‘풀빽’을 외치자, 무궁화 23호가 3번의 뱃고동을 울리며 푸른 물살을 갈랐다.

강한 조류로 인한 목포대교와 전용부두 방파제의 충돌 위험성에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배가 방향을 틀면서 보이는 목포해양대 실습선과 목포대교의 전경이 한폭의 그림과 같았다. 모래 예인선과 블럭 장비를 실은 바지선 사이로 무궁화 23호가 지나갔다.

서해어업관리단의 무궁화 23호는 해양수산부가 213억원을 들여 건조한 1638톤의 대형 지도선이다. 배의 길이인 전장이 80m에 전폭이 13m, 시속 18노트로 달릴 수 있다.

주·야간 감시시스템과 전자해도시스템, 횡요감쇄장치, 위성항법장치, 위성인터넷 통신망 등 첨단 설비를 장착해 단속현장에서 효과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어업지도선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특히 12인승 단속정 2대는 본선에서 승선을 한 상태로 바로 바다로 투입이 가능하다. 달아나는 중국 불법조업 어선에 50노트(시속 100km/h)로의 속도로 신속히 접근 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실제 본선에서 보트가 내려오는데는 2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태풍의 간접 영향에 따른 풍랑주의보로 해상은 2.5m 이상의 높은 파도가 몰아쳤다. 보트 보다 큰 파도에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만 같았다. 악천후 상황에서도 이 정도의 기동성이면 달아나는 중국 불법조업 어선에 접근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타실에서는 모니터를 통해 선박의 내·외부와 사건조사실의 모습을 실시간 볼 수 있었다. 단속된 중국 선원들의 진술내용과 조서, 심지어 진술 거부 행위까지도 영상자료로 보관해 검찰로 송치한다.

무궁화 23호는 한번 출항하면 7박 8일간 전남 해안에 머문다. 이번에 맡은 해역은 한·중 잠정조치수역 접경지역이다. 중국 불법조업들이 이 수역 경계라인에 숨어있다 단속을 피해 우리 해역으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높은 파도 때문인지 우리 어선들의 조업 광경은 목격되지 않았다. 하지만 불법조업 어선들은 단속이 이런날 더욱 기승을 부린다. 단속이 느슨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무궁화 23호선이 한중잠정조치수역 접경지역에 야간에 배치된다.

현재 정부로부터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조업을 허가받은 중국어선은 총 1600척이다. 현재 약 200여척의 중국 유망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

승선인원은 총 26명이다.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22명의 인원이 필요하지만 12명의 직원만 탑승했다. 이 가운데 사법경찰권을 가진 선원은 5명이다.
부족한 인력이지만 서해어업관리단의 지난해 단속 실적은 349건으로 전년도 289건에 비해 늘었다. 10월 현재까지만도 132건을 단속했다.

이규철 선장은 “비무장인 어업지도선 특성상 장비가 열악하지만 큰 사고없이 지금까지 원활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중국어선에 승선해 어획량 축소 등 단속으로 이어진 실적은 30%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는 16일 금어기가 풀리면 중국 불법조업 어선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우리 어민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담보금 상향으로 단속에 적발되지 않으려고 더욱 흉폭해지는 경향이 있고 이를 단속하는 직원의 피로도가 높아 인력 충원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단속은 사전에 허가를 받은 경우 승선해 어업할당량 등을 점검한다. 그리고 격렬히 저항하는 무허가 불법 조업어선의 경우 승선하거나 방수포로 쏴 EEZ 해역 밖으로 밀어내는 방법을 구사한다.
올해도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이 성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가받은 어선 외에도 무허가 어선 수천척이 우리 해역에 대한 침범조업을 노리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어업지도선 직원들은 이 시기가 가장 힘들다.

4시간을 넘게 항해한 뒤 흑산도 해안으로 접근했지만 파도는 점차 거세졌다. 인근 우리 어선의 조업 여부를 살펴본 뒤 무궁화 23호는 다시 서해 격전지로 떠났다.
서해 황금어장의 수산자원을 지켜내기 위해 한·중 잠정조치수역 접경지역으로 돌아서는 무궁화 23호의 모습이 더욱 늠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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