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천성산을 관통하는 고속철도를 건설하면 도룡농 서식지가 파괴된다고 여스님을 비롯한 종교단체, 환경단체 등이 격렬하게 들고 나서 엄청난 예산낭비를 초래케 했고, 우리 주변에 양로원이나 보육시설이 들어서면 생활환경이 파괴되고 주택 값이 하락한다고 인허가를 내준 단체장은 백배사죄하고 물러나라고 꽹과리까지 동원하여 야단법석떠는 장면이나 밀양 송전탑을 둘러싸고 반대파와 찬성파로 양분되어 사상자가 발생하고 구속되는 참상을 보면서 님비현상 탓이라고 본인 역시 생각했었다.

전 재광 금정면향우회장

농촌의 주 소득원 쌀농사 보다는 대봉감 수입에 의존하는 금정에 화장장 납골당이 들어서면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대봉감, 토화젓이란 명성은 거품처럼 사라질게 빤하다. 더구나 왕복2차선 비좁은 도로에 1개 시, 10개 군에서 송장 실은 차량이 매일 30대라 가정할 때 조문객 차량포함 150여대가 연중내내 꼬리를 물고 질주하면 조상대대로 살아온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고향 선배님의 울분섞인 눈물을 남의 일이라고 바라만 봐야할까.

활성산에 20기의 풍력발전기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음공해와 전자파 영향으로 막대한 재앙을 안겨주지만 제 삼자의 시각엔 이색적인 구경거리다. 목구멍에 박힌 가시 같던 목포 옥암동 화장장이 폐쇄되고 금정에 들어서면 영구차가 번질나게 지나다닐텐데 그것도 눈요기 깜이 될까. 교통대란과 삶의 의욕상실도 해결하기 어려운 버거운 짐이 될게 빤하다. 대의명분을 위해 누군가 양보 희생돼야 한다는 건 이런 경우는 절대 아니다.

헌법 제35조1항에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존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론은 금정면민 모두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청정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의무뿐 아니라 금정인의 자존심과 재산권 행사, 생존권 보장과 직결된 탓에 적극 반대하지만 찬성하는 측의 입장도 무시해선 안된다. 안타까운 건 조상대대로 애지중지 가꾼 농토에 혐오시설 화장터가 들어서면 삶의 터전을 잃고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을텐데 하찮은 돈 몇 푼으로 어느 곳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겠냐는 걱정때문이다.

10년 전, 금정이 이렇게 천지개벽할 줄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경제력이 향상되고 정신적 안정과 취미생활을 지향하려는 귀농귀촌 붐이 갈수록 증가추세라 오염되지 않는 한적한 마을에서 요즈음 대세를 이룬 슬로푸드농법으로 힐링할 수 있는 전원생활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다. 따뜻한 온돌방에서 피로에 지친 몸을 추스르면서 싱싱한 채소나 과수, 오미자나 표고버섯 등을 재배한다면 경제적으론 풍족하진 않더라도 느긋한 마음으로 여생을 맘 편히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금정면 청용리·쌍효리·세류리가 제격이라 추천하고 싶은 건 첩첩산골 외딴 곳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희망을 가꾸는 TV화면을 보면서 깨끗한 음용수, 저렴한 토지, 훈훈한 지역인심, 사통팔달 연결되는 교통망, 정부의 다양한 영농지원 정책도 대단히 매력적이란 판단때문이다.

상수원 보호지역이라 악취가 코를 찌르는 목장이 없고, 사시사철 어느 때 찾아가도 진경산수화 같은 절경은 흔치 않다.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미개발지에 땅값이 저렴하고 주민들의 정서가 순박한 점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도록 방치한다면 금정의 장래는 끝장날 게 분명하다.

10년 전엔 고향을 사랑하고 뜨거운 피가 흐른 젊은이들이 앞장서고 노쇠한 노인네와 고향 떠난 향우들까지 똘똘뭉쳐 몸으로 막았지만 막강한 재력과 권력에 맞서 고향을 지켜내기 어렵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는다면 다 함께 공멸이다.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오기 전에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애향심을 떠나 간절하게 호소하고 싶은 마음은 금정에 선산이 있고 태를 묻은 분이라면 어느 누구나 똑같은 소망일 것이다.

나병인  yasin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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