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조선사회의 사상적 스승은 퇴계 이황과 그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율곡 이이를 들 수 있다. 신사임당의 아들로 태어난 율곡은 13세에 진사시험에 합격하였고 16세에 모친이 사별하였다. 3년 시묘상 이후 9번이나 장원급제하였고 정치에 입문하여 판서도 여러 차례 지냈으며 49살이던 1584년에 병사하였다.

율곡은 성리학을 중심으로 자신의 정치철학을 발전시켰으며 국민 교화 특히 권력에 종사하려는 자들을 훈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격몽요결(擊蒙要訣)>을 집필하였다. 이 책은 입지(立志)·혁구습(革舊習)·지신(持身)·독서(讀書)·사친(事親)·상제(喪制)·제례(祭禮)·거가(居家)·접인(接人)·처세(處世) 등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율곡은 이 책에서 수신제가와 더불어 치국에 관한 공직자의 기본자세를 강조하였다. 율곡은 자신이 해주에서 제자를 육성할 때 자신의 정체성이 모호한 제자들을 발견하였으며, 그들에게 학문함의 비전을 분명히 하고 삶의 태도에서는 부모와 이웃에게 예의로서 공적 인간관계 원칙을 지키도록 가르치고자 함임을 책의 서문에서 명시하고 있다.

오늘 우리가 특히 주목할 부분은 10장의 처세편이다. 율곡은 제자들에게 권력을 잡은 후 교만하지 말 것을 스스로 경계하라고 가르쳤다. 또한 권력을 잡기 위해 학문을 이용하지 말아야 하며, 만일 정도를 걷지 못할 것 같으면 즉시 권력에서 물러나라고 강조하였다. 이렇게 소중한 내용으로 집필되어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책을 다시금 우리 삶의 현장으로 끄집어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특히 새로 청와대에 입성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리하다.

그것은 18대 여성대통령을 탄핵하고 파면시키고 구속한 비극의 현장에서 촛불시위대의 무한한 지원으로 19대 정권이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19대 정권은 자신들이 특별히 정의롭거나 아주 유능해서 청와대의 주인이 되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급박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궁여지책이며 차선책으로 선택된 행운아라는 사실을 매 순간 기억해야 한다. 또한 18대 정권이 범한 잘못을 개혁해야 하는 소명을 받은 사명인임을 한 시라도 잊고 방심하거나 그들의 구태를 조금이라도 흉내 내면 국민들의 더 강력한 촛불시위에 의해 임기 5년을 채우지 못하고 토사구팽 당할 것이다.

아무튼 지금 보여주는 시작은 괜찮은 것 같다. 대통령이 50대 초반의 젊은 비서실장을 기용하고 파격적인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애쓰는 여러 모습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곳은 아니다. 마치 다양한 악기와 음향의 조화가 절대적이어야 하는 오케스트라처럼 청와대의 모든 근무자들의 겸손하고 지혜로운 협업의 조화가 최적화 되어야 하는 곳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야당 대표들에게 형님,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다니는 일이다. 이는 친근감의 표현일수는 있으나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다. 정치는 가족의 정처럼 사사로운 관계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관한 대의명분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협상해야 하는 공익적 차원이기 때문이다. 최순실로 인한 박근혜 정권의 공동파멸은 바로 그러한 사사로움의 혼돈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비서실장만 아니라 청와대의 모든 구성원은 정치인이든 누구든 간에 공식 직함과 공적 태도로 만나야 하며 사사로운 마음으로 만나서는 큰일을 자초할 수 있음을 자성하기 바란다.

19대 정권을 통하여 대한민국에 대통령의 진정한 귄위가 회복되고, 국민대통합과 더불어 자유 대한민국의 무궁한 번영을 기원해 본다.

 

- 국제웰빙전문가협회 행복강연센터 대표 김용진 행복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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