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소방서 방호구조과 소방민원팀 김동명

대한민국 사람들은 식사를 하면서 김치가 없으면 퍽 서운하다. 화려한 맛 때문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익어가는 맛의 과정에서 제 입에 딱! 맞는 맛 찾기가 쏠쏠한 탓이다. 이게 ‘발효음식’의 미덕이다. 문제는 발효만 하면 좋으련만 어느 순간 부패를 한다는 데에 있다. 쾌적한 환경, 적당한 온도 등 최적의 조건이 흐트러질 때 김치는 점차 부패되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질 운명에 처한다.

 김치의 운명과 공직자의 위기를 비유해보자.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 청렴도 종합평가를 내세우면서 각 시도들이 순위가 매겨지게 되었다. 김치의 부패가 진행되었음을 소비자에게 인식시켜준 것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공직비리 언론보도로 인해 국민들에게 공직자들에 대한 청렴신뢰도는 밑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이미 진행된 부패를 막으려는 시도는 부질없다. 그렇다면 공직자들의 다음 할 일은 무엇일까.

 어디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던 걸까 고민해본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은 공직자가 공직을 수행함에 있어서 마치 김치의 유산균처럼 유익하게 훌륭한 인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부패세균으로 전락하여 부패의 일등공신이 된다. 연고주의로 인한 업체 수주사례, 실적보다는 개인 충성도에 따른 인사 행태가 이를 대변한다.

 이에 대해 해당기관이 먼저 칼을 꺼내들었다.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및 정기적인 청렴교육 실시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럴 것이 공직자라면 누구나 부패의 위기에 놓일 수 있으며, 관행과 관당 문화에 길러진 이기심과 탐욕성이 끊임없는 자기성찰 없이는 언젠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에 ‘나 하나부터’라는 청렴 의식의 중요성을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소설가 이외수는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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