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계속되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서원종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가 소강 상태로 접어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구제역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8일에는 수도권인 연천에서도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난 만큼, 방역당국의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전라도와 충청도 등 지방의 대다수가 뚫린 마당에 수도권까지 구제역이 확산될 위험에 놓이자, 농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방역당국이 농민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농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맡기니 이 사단이 났다는 것이다.  이에 농민들은 자신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 방역을 제대로 담당하지 못한 정부의 탓이 더 크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미 정읍 지역은 소 125마리를 살처분 처리했고, 보은 지역은 소 183마리를 예방적 살처분을 완료했다. 조류인플루엔자 사태와 마찬가지로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 가운데, 아직 구제역이 발병되지 않은 돼지농가들은 방역당국의 움직임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은 아주 큰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실수를 교훈 삼아서 차후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한다면 그것처럼 좋은 스승은 없다. 하지만 매년 같은 일로 죄 없는 동물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면 교훈과 반성은 없는 것 같이 보인다.

각자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사회는 불안하게 변할 수 밖에 없다. 방역당국에게는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조치해야만 하는 책임이 있고, 농가는 자발적으로 가축들의 건강을 확인하고 질병예방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구제역 사태에 미루어 본다면, 매년 끊임없이 벌어지는 가축 질병 파동에 어느 누구 하나 과오가 할 수 없다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인 정부와 농가의 남탓은 계속되고 있다. 백신의 항체가 만들어질 확률도 10% 미만으로 극히 적을 뿐더러, 소가 건강한지 정부 측에서 확인하는 표본조사 또한 엉터리인 것으로 판명났다. 정부 측에서는 '백신의 항체가 만들어질 확률이 적은 것은 농가 측의 책임'이라며 책임회피를 했고, 농가에서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맞받아치는 실정이다.

잠시 소강 상태로 접어 든 조류인플루엔자 역시 십수년 동안 이어져 온 공장식 사육이 문제라고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공장식 사육은 변하지 않았고, 누구 하나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구제역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로 비난만 한다면 변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구제역 발병이 이제 시작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다. 누가 물을 엎질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닌, 왜 엎질러졌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차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현재는 엎질러진 물을 닦는 작업부터가 필요하다. 아직 발병되지 않은 지역에 대한 소독과 방역을 빠짐없이 하며, 조류인플루엔자 당시 알려졌던 방역구멍과 실수를 이번에는 다시는 해서는 안 된다. 소와 돼지에게 질병이 걸리는 것을 원천봉쇄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같은 이유로 많은 학살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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