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언휘 원장

 대구의 시각장애인 1급 강모씨는  평소  간질과 과민성  대장염 및 비염 등으로 진료를 받아 왔지만,  그는 병원에서 받는 진료 자체보다도 정작 약국을 다녀온 뒤에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주고 설명도 하지만, 글씨가 보이지 않아 막상 약을 구분해서 복용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를테면 저녁 약을 아침에 먹고  하루종일 인사불성으로 잠을 자기도 한 후로는 약을 받아도 무서워서 복용을 하자 못한 지가 3년이 지났다.

가족의 도움없이 살고 있는 강씨에겐 약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픈 현실이 너무 서러웠다. 그런 강씨에게 아주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 이가 있다. 대구의 슈바이처로 불리우는 박언휘 의원장께서 시각장애인 점자약봉지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안 후, 약을 복용할 때의 어려움을 줄일 수가 있었다.특히 박언휘 종합내과 원장과 대구장애인 경제협회 이경선 회장은 약봉지의 한가운데에 아침은 점 1개, 점심은 2개, 저녁은 3개, 취침전은 4개를 표시하기로 했다. 점자판으로 점자 스티커를 만들어 약봉지에 붙여서 식별이 가능하며 점자의 높이를 0.6㎜로 했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강씨처럼 “예전에는 약을 받아와도 절반도 먹기 힘들었다. 점자스티커 덕분에 가족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약을 챙겨 먹을 수 있어 기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으로 보건당국이 나서서 시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약봉지 점자 스티커의 보급을 위해 지역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동참 의사를 밝힌 점만 봐도 전국으로의 확산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박언휘 원장은 “시각장애인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약복용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의사협회와 약사협회가 인식하고 적극 동참해야 한다”면서 “작은 관심이 시각장애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의사로서 부끄럽지 않게 의료사각지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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