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스피치 대표

100만의 성난 민심이 촛불로 밤을 밝힌 지 며칠이 지나고 있다. 민심은 19일 제4차 촛불 집회를 예고하고 있고 이번 집회 또한 만만찮은 규모가 예상된다.

 

그렇다. 지금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로,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 필자 역시 광화문 광장에서 분노를 느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기필코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는 그저 분노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분노는 사태를 진정시키고 국정 혼란을 수습할 힘이 없는 ‘인간의 감정’에 불과하다. 지금의 분노는 많은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최순실이나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아니라, 명백한 잘잘못을 가려서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지금의 혼란을 수습하고 미래의 발전 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 크나큰 혜안(慧眼)이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민주국가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본질은 법치주의가 우선한다. 우리의 법은 대통령의 하야는 내란죄 성립 시에만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 번 따져보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토를 참절(僭竊)하거나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측근의 농단에 눈을 가리운 채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맞지만, 그것은 분명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사사로이 이득을 취한 범법 행위가 있다면 그것은 검찰 조사에서 명백히 밝혀 그 죄를 물으면 되는 일이다. 지금처럼 분노에 휩싸인 채 대통령의 사생활이나 캐며 군중심리를 이용하여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결코 우리나라의 국정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사퇴 지지 비율을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하여, 혹은 분노에 가득 찬 군중집회를 조직한다고 하여 대통령을 하야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법치주의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마땅히 여기서 끝나야 한다.

지금의 ‘최순실 사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의 자라나는 후세와 역사 앞에 떳떳하게 고개조차 들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는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나 국회의 청문회 등을 통해서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 될 정도로 범법 행위를 자행한 사실이 확인될 때에 요구될 수 있는 사항이다.

대한민국의 여론은 연일 최순실과 그 일당들의 천박한 범죄 사실을 보도하기에 바쁘다. 또 대통령의 사사로운 사생활까지 캐내며 가십거리를 만들어 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신문방송이 떠들어댄 것들은 단지 소문에 의한 것들이다. 객관적인 증거나 검찰의 조사에 의해 입증된 잘못은 아직 없다. 모두가 마녀 사냥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군중심리에서 비롯된 ‘루머’라는 말이다.

지금은 최첨단의 과학 시대를 걷는 21세기이다. 마녀라는 소문에 의해 누군가를 분노의 화염 속으로 던져 넣었던 중세 유럽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군중심리를 이용해 여론을 호도하고 국정을 혼란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명백한 폭민정치요 군중정치이다. 대다수의 여론을 등에 업고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것은 민중민주주의에 불과하다.

필자는 이번 칼럼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호소하고자 한다. 이제는 분노를 끝내고 냉정을 되찾아야 할 때이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와 특검 조사가 예정되어 있다. 아무리 가리려 해도 진실만큼은 가릴 수가 없는 법이다. 만약 대통령에게 명백한 잘못이 있다면 진실을 규명한 후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물으면 그만이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법을 논하고 정치를 논하고 도(道)를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군중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본권을 가진 한 사람의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나아가 대통령 역시 사생활이 있고 상처받을 수 있는 한 사람의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며 국정 혼란을 수습해 나가야 할 때이다. 더 이상 마녀 사냥식의 폭민 정치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는 때이다.

대한민국은 숱한 역사적 사건들을 겪어 오며 민주적으로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부패가 없고 공정하며 깨끗한 나라, 서로 나누고 베풀며 배려하는 따뜻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한낱 분노에 오염되는 일이 더 이상은 없길 바란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민심이 되고 국론이 될 수 있는 오늘이 되기를, 필자는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글 : 이창호(李昌虎 55세)

*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

* 이순신리더십.안중근평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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