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칼럼리스트 '행복인문학연구소' 대표

어제 광화문 광장에는 그리스 아테네의 아고라광장처럼 자유발언대가 후끈 달아올랐다. 초등학생부터 주부 심지어 연로한 어르신까지 등단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자유 발언과 평화 시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고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도움 되는 정상적인 일이다. 또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평화롭게 시위가 종료되어 천만 다행이다.

지난 주 행복인문학연구소 행복인문학포럼에서 출판기념식을 가진 필자의 11번째 저서 「행복강사의 인문학 Symposium」에서 노자와의 대화체로 건강한 통치술을 밝혔듯이, 국정문란 사태가 통치자나 정치인들에 의해 비롯되었다면? 노자 선생의 충고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일 노자 선생이 광화문 광장 아고라 무대에 등단한다면 무어라고 말할까? 노자 선생의 사상을 담은 이 책에서 그와 관련된 일부를 인용하면 이러하다.

“나는 늘 무(無)와 무위(無爲)를 주장했소이다. 무는 인식론의 입장이고, 무위(無爲)는 실천론으로서의 정치학이라고 말하고 싶소. 잘 아시겠지만 나는 유(有)보다 무를 우위에 두오. 만물의 본체는 무이며 무에서 유가 나오기 때문이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나 제계는 영원할 수 없이 가변적인 것이오. 기자불립(企者不立)이듯이 발뒤꿈치를 들고 오래 서 있을 수 없으며, 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즉 강풍은 아침 내내 불 수 없고 폭우는 하루 종일 내릴 수 없는 것이 자연이오.”노자는 인위적인 조직이나 운영, 통치술의 헛점을 지적한다. 인간에 의해 조직되거나 임명된 사람들은 쉽게 변질되기 쉽다. 왜냐하면 영원한 진리에 근거한 것도 아니며 전지전능한 신이 주관하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자는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활동하는 정치 무대를 현실적으로 부정한 것일까? 이에 대해 노자는 이렇게 설명한다.“꼭 그런 것만은 아니오. 정치인이 현실적으로 왜 필요하지 않겠소? 단지 정치인은 약자(弱者)의 편에 서서 행동을 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함이오. 그러한 개념이 상선약수(上善若水)올시다. 내 정치철학은 위무위(爲無爲)에서 제시하는 실천방법론이라고 하겠소.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겸손을 실천하며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지요. 나는 늘 위자패지 집자실지(爲者敗之 執者失之)라고 했소이다.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설치는 강한 자는 반드시 패하고 잃게 된다는 말이올시다. 그러니 정치인은 동(動)보다는 정(靜)을, 만(滿)보다는 허(虛)를, 진(進)보다는 귀(歸)를, 공(巧)보다는 졸(拙)을, 웅(雄)보다는 자(雌)를 더 높은 가치로 보는 사람이어야 하오.”

맞는 말이다. 노자는 현실정치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단 정치인이 백성을 주인으로 섬기는 겸손한 자세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 체감하는 정치 현실은 어떠한가?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선거철에는 권력을 잡기 위해 거짓말이나 가증스러운 행동, 위선과 기만,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공약 남발도 불사한다. 당선이 되고 나면 목숨을 바쳐 잘 섬겨야 할 백성을 각종 방법으로 자신이 뜯어 먹으며 자신의 배를 채울 개돼지라고 크게 착각하고 무례함을 범하는 심각한 정신착란 증세에 상당수가 감염된다. 그러다가 결국 세계적인 망신을 당하고 추락하며 쫄딱 망하게 된다. 위자패지 집자실지의 악역으로 끝나게 된다.

그래서 노자는 오늘 우리 대한민국의 통치자와 정치인들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정치인은 상선약수의 자세를 기억하고 따라야 하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지 않소? 물은 온갖 것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무르지요. 그러므로 물은 도에 가깝소. 살 때는 물처럼 땅을 좋게 하고, 마음을 쓸 때는 물처럼 그윽함을 좋게 하고, 사람을 사귈 때는 물처럼 어짊을 좋게 하고, 말할 때는 물처럼 믿음을 좋게 하고, 다스릴 때는 물처럼 바르게 하고, 일할 때는 물처럼 능하게 하고, 움직일 때는 물처럼 때를 좋게 하여야 하는 것이오. 물은 다투지 아니하니 허물이 되지 않는 법이오. 이것이 상선약수의 의미인게요.”노자는 공자의 사상과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성리학의 본체론과 인식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문학, 예술, 예도, 무위의 철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 노자의 귀본(歸本) 사상은 오늘 대한민국의 혼란한 상태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된다. 즉 본래 상태인 도(道)나 자연(自然)으로의 회귀를 본성과 관련하여 생각하라는 말이다.

노자가 말한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은 앞으로도 계속 될 진리이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깊은 진리를 대한민국 국격이 실추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대통령과 간신들이 다시 깨닫고 회심하면 좋겠다. 그러한 대한민국이 건설되기를 희망하면서!

 

* 행복인문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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