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스피치 대표(연합뉴스)

 

2016년 11월 4일 목요일 오전,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큰 슬픔에 빠져들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중략)……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듭니다.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어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입니다. ……(중략)……

 

국민여러분.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더 큰 국정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합니다.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님들과 종교지도자분들 여야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대한민국을 참담하게 만든 ‘최순실 게이트’는 명백한 대통령의 실수요, 잘못이다. 하지만 그것을 책망하기 위해 국운을 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의 담화 내용처럼, 정권은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의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세종의 궁극적인 관심은 “이것이 오직 백성을 위해 필요하고 쓸모 있는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세종의 마음은 오로지 백성을 향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만 한다. 권력 투쟁의 시퍼런 칼날이 휘몰아치는 모습을 보며, 조선의 제4대 왕으로 등극한 세종의 국정운영의 출발은 ‘권력에 대한 허무(虛無)’에서 출발한다. 유한한 생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권력이 무한할 것이라는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불나방과 같이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인간 존재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 그 측은지심은 곧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되었다.

 

세종은 신하와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권력은 사상누각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세종은 한 나라가 안정되게 유지되려면 백성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충분한 군사력과 백성들의 충분한 먹을거리, 그리고 만백성의 마음과 믿음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셋 중에 부득이하게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먼저 군사를, 다음은 먹을 것을 버려야 하고, 마지막까지 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백성들의 마음과 믿음임을 강조했다. 세종은 백성들의 ‘마음의 화합’이 국가 존립의 우선이며 본질이라고 여겼다. 군주와 백성은 하나이며, 백성이 곧 국가이고,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다시 지금의 대한민국을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은, 그 달콤함에 빠져 안하무인으로 권력을 탐하던 최순실이란 인물로 인해 참담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한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한 ‘하야 요구’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물론 누군가의 잘잘못은 검찰의 수사로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그것에 앞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난국에 처해 있을수록 힘을 합쳐 헤쳐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갈기갈기 찢긴 생채기만큼이나 혼란스럽고 암울하다. 상처는 손톱으로 자꾸 긁어 덧나게 할 것이 아니라, 약을 바르고 감싸 주어야 비로소 나을 수 있다. 비단 최순실이란 인물로 인한 상처는, 위기를 틈타 권력을 손에 쥐려는 욕심들로 인해 국민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로 자리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권력의 피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감싸주고 흩어진 민심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비록 권력은 유한할지언정,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오늘 담화에서 울먹이는 대통령의 음성은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진심 어린 대통령의 사죄가 국민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그러나 강렬하게 두드렸을 것이다. 누군가의 진심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다. 이제는 그 진심을 전해 받은 우리의 차례이다. 대한민국은 그 누구의 손이 아닌 온 국민의 손에 그 운명이 달려 있다.

 

필자는 현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첫 번째 해결책으로 국민대통합의 장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4년 전, 우리가 행사한 한 표의 믿음을 되새기며 대통령에게 지금의 위기를 수습할 기회를 줄 것 또한 제안하는 바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지금의 위기를 디딤돌 삼아 다시 한마음으로 위대한 대한민국으로의 도약을 꾀하길 온 국민에게 간곡하게, 아주 간곡하게 성토해 본다.

 

글/이창호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

이순신리더십.안중근평전 저자.

사진 : 이창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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