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의원은 “국토부의 실무 매뉴얼이 과연 지진대응 매뉴얼인지, 언론대응 매뉴얼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고 지적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이용기기자]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를 발굴하라는 내용이 담긴 국토부의 ‘지진 재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의 내용이 확인돼 정부부처의 지진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올해 9월 9일 지진재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을 개정했다. 주요 개정 내용은 위기관리 실무매뉴얼 작성기준 표준안(’16.1)에 따라 수정 및 기관 대응 수칙 추가하고 유관기관 연락체계 정비 등 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현희 의원(더민주, 서울 강남을)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진 재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국토부는 매뉴얼을 개정하면서 매뉴얼 부록에 ‘언론홍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별도로 추가했다.

국토부는 브리핑 및 취재지원 요령에서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를 발굴하라’라는 내용을 담았다. “위기가 발생하면 기자는 사건 뒷이야기나 미담에도 관심을 갖기 마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난에 대응하는 실무 매뉴얼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인지 언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이 목표인지 의문이다.

또한 “위기시 언론이 접촉하는 전문가 의견은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주요 전문가 및 관련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사건 관련 정보를 제공하라는 지침도 담겨있었다. 전문가의 의견까지 통제하려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국토부 매뉴얼에는 “브리핑 및 취재지원 요령”에서 방송 인터뷰의 경우 편집되지 않도록 10초 내에 짧게 답변하고 준비되지 않은 돌발 인터뷰는 삼가라며 한번 잘못 언급된 말은 지속적으로 방송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설명하고 있다.

언론의 질문에 얽매이지 마라면서 확언 요구 등 답변이 곤란한 경우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등을 언급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전현희 의원은 “국토부의 실무 매뉴얼이 과연 지진대응 매뉴얼인지, 언론대응 매뉴얼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재난에 대한 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전의원은 “국토부 실무 매뉴얼에 국민들이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은 지진 직후에만 써먹을 수 있는 10개의 국민행동 요령이 전부다. 지진 발생 시 언론 대응과 대국민 홍보 전파 체계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있는 현재의 매뉴얼을, 단계별로 행동해야할 내용을 담은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재구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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