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승세의 <신궁>, 한여름의 불꽃이 되다

연극으로 재탄생한 천승세 작가의 중편소설 ‘신궁’
 
          6월 17일- 2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 제작으로 국내 연극계 거장들의 발자취를 되짚어볼 수 있는 원로연극제가 4월 28일부터 개최되었다.

마지막 작품 <신궁>(천승세 작, 박찬빈 연출)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오는 6월 26일(일)까지 열리고 있다.천승세 작가의 중편소설 <신궁>을 희곡으로 각색한 이 작품은 국내 초연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이번 공연에 맞추어 천승세 작가의 신작시집 <산당화>가 발간되어 극장 로비에서 판매되고 있다.

<신궁>은 어촌의 무당 왕년이를 통해 악덕선주와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영세어민들의 실상을 그린 이야기이며, 무속과 토속적 방언이 작품 전체에 흘러넘치는 것이 특유의 매력이다,


이승옥, 정현, 강선숙, 이봉규, 최성웅, 김선동, 나기수, 김승덕 등의 배우가 출연하여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었고, 주인공 왕년을 맡은 강선숙은 판소리의 무형문화재로서 연극 속에서 살풀이, 씻김굿 등과 함께 춤과 소리로 작품을 끌어나가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신궁>은 내용전개가 예측되는 평이한 전개방식을 탈피하려는 노력으로 영상을 사용함으로써 형식의 선선함을 보여주었다. 박찬빈 연출가는 1막에서 3막에 이르기까지 날씨, 시간변화, 대못질에 죽어간 사람들의 시체를 영상으로 보여주어 주제를 형상화시켰다. 이공희 영상감독은 실제로 전라도 섬 현지 로케이션, 강화도, 제주도, 서울에서 올 로케를 진행하여 살아있는 현장의 영상을 무대에 재탄생시켰으며, 왕년이가 접신되는 영음현상의 영상은 아방가르드적 실험형식으로 리얼하게 창조했다. 이와 더불어 세련된 앵글의 최찬규 촬영감독의 솜씨도 돋보였다. 안지홍 음악감독은 과거에 공연된 <만선>의 음악을 다시 연작으로 사용하여 프롤로그와 대못질 장면, 라스트 판수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영상과 잘 연결시켜 효과적인 하모니를 이루어냈다.


<신궁>은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벌어지면서 한국의 샤머니즘, 고유한 굿의 문화가 파멸돼가는 아픔을 당시의 참담한 시대상과 함께 연상시키면서 극의 스토리텔링을 점진적으로 이끌어나가며 억울하게 죽어간 당시의 서민들의 비극을 새롭게 시각화시키면서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정중헌 <신궁>에 대한 단평을 한 내용이다.
  
-천승세의 <신궁>. 원로연극제에 박찬빈 연출로 참여한 공연을 어제 보았다.

이 작품은 소설이 지닌 예술적 체취를 얼마만큼 형상화해냈다. 천작가의 중편을 누가 각색했는지 밝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연극으로 잘 엮어냈다.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고성중기자] 전체적으로 <만선>과 유사한 분위기이지만, 영상을 적절히 사용했고 배우들이 연기조화를 이뤄내 소설의 내용을 극으로 보여주었다.
영상은 아주 좋았다. 영상이 나오면 연극이 죽는데, 여기서는 상승작용을 했다.


1막은 지루했으나 2막은 짧지만 극의 클라이맥스를 잘 형상화해냈다. 천승세 문학의 특징이 현장성 향토성이라고 한다면, 이 연극을 이만큼 이뤄낸 동력은 배우에게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라도 어촌의 체취와 당골례(무당)의 기량에 연기까지 할 수 있는 강선숙이라는 배우가 이 공연을 살려냈다고 할만하다.


대사만 좀 증폭시켜 잘 전달했다면 이 배우의 연기가 더 빛났을 것이다. 이승옥, 정현 두 노배우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이장 역 이봉규의 연기가 좋았고, 판수역 최성웅도 비중있는 배역을 잘 해냈다. 어촌 여인네들의 투박한 앙상블도 극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세트가 약해 무대가 허전한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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