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수
국내 최대 재벌 삼성 이건희 회장 딸이 운영하는 호텔이 신라 호텔이다. 왠만한 서민은 발도 붙이기 힘들다. 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드레스 코드라는 복장 심사부터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신라 호텔은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를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쫓아내는 사고를 쳤다.

그 호텔 뷔페 식당은 한복은 위험한 의복으로 걸려 넘어지거나 한복이 다른 사람에게 밟히는 등의 불만 사항이 제기됐기 때문에 출입을 금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자 여론은 부정적 의견으로 들끓었다. 뒷수습은 삼성가 답게 신속하고 대범했다. 이부진 대표이사가 직접 이씨를 찾아가 사과를 해 여론을 무마하는 듯했다.

신라 호텔 직원들도 ‘정중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한복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내쫓기는 복장이 된 것도 그렇지만 우리사회 어디에나 끼리 끼리 노는 곳이 정해져 있는 공간이 너무 많다는 생각 때문이다. 노는 물이 다르니 나가달라는 것이다. 나이 많다고 나이트 클럽 출입을 제지하는 것에서부터 한복입었다고 식당 문밖으로 내쫓기는 것까지 우리 사회는 입는 것, 먹는 것 자는것, 타는 것 모두가 특급이 존재한다.

호텔이 내세운 원칙에 따르면 한복은 호텔 뷔페식당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호텔 뷔페식당을 드나드는 사람과는 급이 다르다는 의미다. 한복을 입은 사람정도는 이런 호텔에 들어갈 고객의 일반에 들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항상 최고급만을 강조하고 세계 제일 만을 강조하다 보니 한복 입은 사람은 부지불식간에 하류층으로 밀려나 버린 것이다.

끊임없는 차이와 다름을 구분해 아예 금을 쳐놓는 버릇이 자기들만의 성을 쌓아 차별한 것이 신라호텔 한복 규제였던 셈이다. 이번 사건 현장이었던 그 뷔페식당에서 성인이 저녁식사를 하려면 6만9천원에 봉사료와 세금이 10%씨 붙어 총 8만이 넘는 값을 치러야 한다. 여기에다 와인이라도 한잔 한다면 값은 배로 뛰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니 입장이 허용된 사람들도 경제적인 면에서 꽤 제한적이다. 한복 입은 서민은 왠만하면 기웃거리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을 법도 하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신라 호텔에 이혜순씨 같은 유명인사가 아니고 허름한 촌로가 아들 내외 덕분에 신라 호텔을 찾았다면 어찌 됐을까. 이번처럼 재빨리 사과를 받아낼 수 있었을까. 아마도 한복 홀대는 이씨가 처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러 차례중 이씨가 호텔의 정체성을 따지며 트위터에 글을 올려 사회문제로 비화 됐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신라호텔은 부지기수 문전박대당한 한복 제지를 당연히 오늘도 드레스 코드란 듣고 보도 못한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신라 호텔같은 드레스 코드가 존재 하는 것일까. 특급 호텔에서는 양복을 입어야만 밥을 먹을수 있듯이 한국말 한국 옷입으면 안되는 곳이 너무 많다. 우선 대기업 입사에서 한국말은 어눌해도 괜찮다. 우리 대기업은 영어 면접에서 유창하게 하면 점수를 후하게 받을 수 있다. 그들은 우리말이 혹시 창피한 말은 아닌가.

그래서 외국 유학을 갔다 온 부잣집 아이들에게는 유리하게 돼있는 것이 우리의 사회구조적 대기업 입사구조다. 뿐만아니다. 대기업 입사구조에는 지방대학교 나왔다고 한복 입은 사람처럼 쫓아내기 일쑤다. 서울에서 대학 나온 사람끼리 해먹겠다는 심보와 뭐가 다른지 묻고 싶다. 지방대 출신을 무슨 죄인처럼 취급하니 누가 지방대를 가려고 하겠는가. 한복이나 지방대나 다를 편리한 우리식 구조인데 특급의식은 왠지 부끄러워 한다.

그들과 뭔가 다른 사람이 다니는 학교라는 것이다. 타는 것도 문제다. 경차인 티코는 주차에서 부터 문전 박대당하기 일쑤다. 우리 것임에도 외제차 손님에게 양보하는 것을 쉽게 볼수 있다. 먹는 것도 이미 우리 것은 찬밥신세다. 피자에 빈대떡이 밀려나고 커피에 국산차가 밀려 난지 오래다. 우리 사회는 갈수 있는 곳과 갈수없는 곳, 먹을수 있는 곳과 없는 곳, 할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사회 통합은 커녕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지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앙과 지방이 대립하더니 양복과 한복으로 까지 대립한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무섭다. 이번 신라 호텔에서 보듯 한복은 우리의 전통의상을 뜻하지 않는다. 사람을 구분하는데 활용되는 도구일뿐이다. 자동차에다 하다 못해 핸드백까지 원래 구실 못하고 사람을 가르는데 쓰이는 도구가 늘어나는 사회는 아무리 봐도 바람직 하지 않다.

그러니 기를 쓰고 외제차를 타고 명품 하나라도 사려하지 않는가. “나도 끼워주세요”하면서 외치는 것 같다. 이미 우리가 특권층에 들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도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특권층은 하나 같이 서양문화를 좇는다. 서양의 발달된 문화를 받아드리는 것이야 뭐라 하겠는가 마는 서양식 식당을 위해서 우리 한복을 벗어야 하는 짓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 이것은 세계화의 병폐가 아니라 캐캐묵은 사대주의 일뿐이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