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등록금' 전국 대학가서 학교와 대립중

서민경제 옥죄는 대학등록금

'살인등록금' 전국 대학가서 학교와 대립중
수도권 집중… 지방국공립대학 지원 늘려야

등록금 반대 시위하는 하생사진 - 시사저널 제공-
대학 등록금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급기야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 2월엔 강릉에서 대학 4학년생이, 지난해 11월엔 대구에서 여대생이 학자금 대출 상환 등을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살인등록금'이란 용어가 생긴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대학생들이 스스로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전국 대학가가 등록금 투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개교 125년만에 처음으로 채플 수강을 거부키로 했고, 덕성여대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은 삭발을 감행했고, 동국대·서강대·인하대 등도 등록금 문제를 두고 학교와 대립 중이다.
대학등록금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짚어보고, 당면한 과제를 살펴본다.

■ 대학 등록금 ‘대학 자율화’
2000년 연평균 230만 원이던 국립대학 등록금이 2010년엔 444만원으로, 449만원이던 사립대학 등록금은 754만 원으로 10년 만에 거의 2배가 되었다. 전 계열 '평균' 등록금이 이 정도이고, 2010년 사립대학 등록금 최고액은 인문사회계열을 제외하고 모두 1천만원을 넘어섰다. 의학계열 등록금은 최고액뿐만 아니라 평균액까지도 1천만원을 넘어섰다. 국립대학 등록금 최고액도 전 계열에서 500만 원을 넘어섰으며, 특히 의학계열 등록금 최고액은 1천35만원(서울대)으로 사립대학과 맞먹는 수준에 이르렀다.
OECD 국가들의 일반적인 등록금 수준은 1인당 국민소득의 1/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의 등록금부담률은 소득 대비 1/3에 육박하고 있다. 대다수 가정이 빚을 지지 않고는 대학생 자녀의 교육비를 부담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들은 법인이 자발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위임받아 대학을 설립했다. 국가 못지않게 설립 주체로서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최소한의 법정기준만큼도 재산을 확보하지 않고 있거나, 있더라도 수익률이 제로인 토지만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대학에 지원할 돈이 없다고만 한다. 사학법인이 사립대학에 대한 소유권만을 내세우며 정작 자신의 책임은 방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사립대학들은 등록금을 주된 재원으로 하는 교비에서 여유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사립대학 전체 적립금 보유액이 10조 원을 넘어섰다. 대부분이 교비에서 마련된 적립금이다.

■ OECD 국가 중 가장 비싸
올해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이 예년과 달리 '개나리 투쟁'을 넘어섰다고 한다. 대학가에서 개강 직후 3월에만 반짝했기 때문에 붙여진 '개나리 투쟁'을 넘어 확산 속도와 투쟁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31일 5년 만에 학생총회를 열어 학교 측이 새내기 등록금 동결 등 6개 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인 '채플'(기독교 예배) 수업을 거부키로 했다. 고려대 학생들도 5년 만에 열린 학생총회 결의에 따라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건물 등을 점거한 채 농성 중이다. 인하대도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에 들어갔다. 지난 2일에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학생 1천여명(경찰 추산)이 집회를 열고 정부에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학등록금 문제를 계기로 2000년대 대학가에서 사그라지는 듯했던 집회문화가 되살아난 것이다.
주요 사립대 의학계열은 연간 1천200만원을 넘어섰으며 학비가 가장 적은 인문 사회계열도 700만∼900만 원에 달한다. '등록금 상환제'가 처음 시행된 올해도 사립대 110개교 가운데 79개교(71.8%)가 등록금을 인상했다고 한다. 이중 정부의 가이드라인 3%를 넘긴 대학만도 33개교에 달했다. 특히 일부 대학은 등록금 결정에 의사를 표시할 수 없거나 저항이 작은 신입생이나 대학원생을 '희생양'으로 삼기도 했다. 이화여대는 재학생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신입생 입학금을 2.5% 인상했다. 등록금이 4.2% 인상(학부 3%)된 성균관대 대학원생들은 국가인권위에 "대학들이 등록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바람에 교육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진정을 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구매력 환산액 기준)라고 한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생각하면 대학 등록금 인상 폭을 줄이는 선에서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 한국사회는 조금 더 과감한 변화를 주장할 때가 됐다.

■ 고교졸업자 다양한 진로 기회 제공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잡은 학벌의 벽을 무너뜨릴 단초를 마련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학벌구조’의 정점인 서울대라는 이름 대신 예를 들어, ‘한국 1대학’ ‘한국 2대학’ ‘한국 3대학’ 식으로 국공립대의 명칭과 학제를 전반적으로 통합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교수들의 순환 근무 등을 활성화한다면 학벌구조의 폐해를 희석화하는 한편 지방 국공립대학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같은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일본의 경우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국공립대학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사립대의 비중이 한국과 유사한 일본의 경우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한 국공립대 인프라를 갖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도쿄대뿐만 아니라 교토대, 오사카대, 나고야대, 히토쯔바시대, 도쿄공대, 도호쿠대, 규슈대 등이 모두 국공립대학으로 일본의 대표적 사립대인 와세다대학이나 게이오대학보다 학문적으로 더 높은 수준을 자랑하며 모두 일본의 대표적 지역 대학으로서 지역 발전에 필요한 우수한 젊은 인재들을 길러내고 있다.
미국 또한 ‘아이비리그’로 알려진 명문 사립대학들이 매우 높은 학문적 성과를 자랑하지만, 전체 대학의 67% 가량이 주립대학 등 국공립 형태로 운영되며 대학 등록금도 평균적으로 사립대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주별로 편차는 있지만 각 주의 대표적 주립대학들의 학문 및 교육 서비스 수준도 매우 높아 지역의 우수 인재들을 유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UC버클리나 UCLA 등으로 대표되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들이나 텍사스주립대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이비리그’에 진학할 실력을 갖춘 상당수 젊은이들이 각 주의 대표적인 주립대에 진학해 졸업 후 지역의 기업이나 주정부 등에 취직하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적어도 한국의 수도권이 젊은 인재들을 싹쓸이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국공립 대학의 등록금을 낮추고 교육서비스의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사전에 많은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교 졸업자에 대한 다양한 진로기회 제공 및 대학의 구조조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1980년 22.6%에서 2008년에는 83.8%로, 전체 학령인구 가운데 대학 재학 비율을 나타내는 취학률은 같은 기간 11.2%에서 70.5%로 급상승했다.
이처럼 대학 진학률이 가파르게 상승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것은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경우 취업과 소득 면에서 받게 되는 불이익이 커지는데다 독일이나 핀란드, 스위스 등에서 활성화된 산업과 연계된 고교 수준의 직업교육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탓도 크다.
따라서 고교 수준에서 전문직업교육을 활성화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 문제는 교육정책상의 개선 방안도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채용 기준을 현실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기업들이 무턱대고 업무 성격이나 난이도에 관계없이 대졸자만을 채용할 것이 아니라 학력에 상관없이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력을 채용하는 식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 대학 지역 균형발전 촉매제로
학생들의 적성이나 관심과는 상관 없이 이른바 명문대학이나 한의치대와 같은 일부 인기학과 진학이 한국 교육의 최대 목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에는 지역경제가 우수 인재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지 않으면 안 된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지역의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 후 해당 지역에 남아 산학연 협력을 토대로 지식벤처를 활발히 창업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방 국공립대학교육에 대한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한국 젊은이들의 뛰어난 두뇌와 역량을 생각할 때 여건만 갖춰진다면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첨단산업 클러스터가 지방에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 경우 수도권에서는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부족하고 지방은 두뇌 유출과 인구 감소로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극복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서열화된 학벌구조는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와 불균형 발전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매년 수도권에 유입되는 인구의 60% 이상이 대학 진학과 취업을 앞둔 20대이다. 이른바 명문대들이 모두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빚어지는 현상이다.
수도권의 경우 만성적인 주거난과 집값 상승, 교통 혼잡, 환경 오염 등으로 매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반면 지방의 경우 젊은 인재가 부족해지고 인구도 줄어 역동성이 떨어지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교육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교육이란 개인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더욱 발전된 사회공동체 형성을 위해 이 사회가 요구하는 의무가 아닐까 싶다. 등록금 걱정 없이 부모는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학생들은 마음편히 공부하며 대학을 다닐 수 있는, 소박한 바람을 이룰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작성=이희영 빛고을고등학교 교사

<학생글>
첨단고등학교 2학년 오승현
‘내 자식만큼은 남에게 뒤떨어지면 안돼’ 혹은 ‘다른 아이 다하는데 안하면 불안하잖아’라는 생각으로 사교육비 지출이 해마다 늘고 있다. 그로 인해 부모들은 '이 돈만 모아도 웬만한 부자가 되겠다'는 말씀을 하실 때 대한민국의 학생으로 사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다.
등록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부모님께 너무 큰 짐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는 선배들은 대학 입학해 맨 먼저 장학금을 알아보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고 하더라도 최저 시급을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등록금 인상이 사회의 큰 이슈가 되자 정부에서 대학 학자금 대출제도를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학자금을 대출을 해주는 대신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고 나중에 취업을 한 다음에 갚으라는 좋은 취지인 것 같은데 뉴스에서 보면 대학생 10명중 4명이 취업도 전에 빚에 시달리고 극심한 취업난으로 취업 전 신용 불량자로 전락해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취업 후 상환제도로 바뀌고 있다고 하는데 직장인까지 빚에 시달려서 결혼이 늦어지고 이것이 다시 저 출산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물가는 약36% 올랐는데 대학등록금은 3배인 116%가 올랐다고 한다. 초·중·고 다닐때는 대학 입시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지만 대학문턱을 성적이 아닌 등록금 문제에 가로막혀, 상당수 학생들은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하는 불효자로 생각하고 있다.
80%이상의 대학 진학률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청소년 행복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OECD 26개중 꼴찌라고 한다. 가장 빛날 시기의 우리가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는 결과는 무엇일까? 우리가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등록금 관리 정책이 이뤄져 우리 부모님의 시름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좋겠다.

 

무등일보 기자 root@honam.co.kr
1. 최근 10년동안 주요대학 대학등록금 인상률을 조사하여 그래프로 작성해 보세요.

2. 서강대, 고려대 등은 이명박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현재 대학교를 비롯 고등교육에 대한 민간부담분은 OECD 평균이 23.6%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76.8%이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능력과 실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유린되고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적절한 대학등록금은 어느 정도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지 자신의 생각을 써 보세요.

3. 대학등록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는 대학측 입장과 대학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학생측 입장으로 나누어 토론해 보세요.

4. 최근 대학 축제에서 아이돌 가수를 대학교 축제에 부르는데 무려 1천만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대학등록금을 인상하면서 대학축제에 수천만원하는 아이돌 가수를 초청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세요.

5. 대학은 수도권과 지방간의 양극화와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지방대학 활성화 방안과 대학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적어보세요. 무등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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