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소년특별회의 의장단 선거 결과 조작에 대한 심각한 비판

지난 3월 26일, 서울 방화동 국제청소년센터에서는 제12회 청소년특별회의 출범식이 개최됐다. 특별회의는 전국 17개 시도 대표 청소년으로 구성된 여성가족부 산하 대표적인 청소년 참여 기구로 청소년의 목소리를 직접 정부에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이 날 출범식에는 전국 240여명의 위원을 대표할 의장단 선출이 있었다. 선출방법은 특별히 남녀구분 없이 다득표순으로 의장 1명, 부의장 2명을 선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선출 과정은 후보자들의 연설 및 질의응답등을 거치며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진행됐다.

▲ 제12회 청소년특별회의 출범식 한장면 /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인용

총 7명의 입후보자가 있었고 투표 결과 다득표순에 따라 총 3명의 의장단 순서가 정해졌다. 그리고 이 결과는 특별회의 운영기관인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측에 전달됐다. 그러나 이내 개표를 맡았던 사람들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투표 결과는 의장 1명, 부의장 2명 모두 남학생이 선출됐는데 이중 부의장 1명이 여학생으로 바뀌어 발표된 것이다. 이 자리에는 강은희 여성가족부장관도 참석한 자리였다.

진흥원이 투표 결과를 말한마디 없이 바꿔 발표한 배경에는 여성가족부가 성별영향평가에 따라 특별회의 의장단 구성에 성별을 고려하라는 지침이 있었고, 이를 준용했다는 것이 진흥원측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진흥원이 특별회의측에 이런 내용을 전달한 적도 없고, 부의장중 1인은 여학생으로 한다는 선거 규정을 만든 적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아이들은 분노했고 억울해 했다.

진흥원은 강은희 여성가족부장관도 참석한 이 출범식에서 여가부 지침을 미처 전달하지 못한 실수를 덮으려 민주적 원칙에 따라 나온 투표 결과에 마음대로 손을 댔다. 그러고선 아이들이 항의해도 결과는 바꿀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다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지난 23일, 청소년 대표위원 16명, 진흥원 직원 2명 등 관련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선 4월 26일자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사과문조차 자신들의 행위를 단순한 '실수' '오류'로 격하하며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는듯한 태도을 보였다.

이 날 동시에 관리감독의 책임을 진다며 여성가족부도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이 사과문은 또 도대체 담당부서도, 기안자도 없고 사과자가 여성가족부장관도 아니고 그냥 여성가족부인데다가 제목도 없고 A4용지에 개인이 편지쓰듯 조잡하기 이를데가 없다. 이 엄청난 일을 업무 실수라고 보고 있는 시각도 진흥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래 사과문 참조)

청소년의 권익과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여가부와 진흥원이 양성평등을 하겠다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이 어처구니 없는 처사앞에서 양성평등과 성별영향평가는 헌법과 인권보다도 높은 가치라는 것인지, 투표를 통해 선출되도록 되어 있는 의장단 선거 과정에 남학생 여학생을 골고루 섞는다며 투표 결과는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결과를 바꾸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장단 구성은 원래 투표 결과대로 원상회복 되는 양상이지만 그사이에 상처받은 청소년들은 도대체 이 어이없는 사건을 보고 접하며 무슨 생각을 가졌을까.

여가부는 양성평등에 빠져 민주주의의 가치와 청소년 인권을 짓밟는 일이 없도록 정신차릴 것을 촉구한다. 진흥원도 그들 스스로가 정부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청소년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사건의 발단이후 많은 조언이 있었음에도 스스로의 논리로 자신들의 잘못을 합리화하려 했던 왜곡된 정체성에 대한 자성의 시간을 갖길 진심으로 충고한다.

여성가족부가 사과문이라고 발표한 글 / 이하 청소년특별회의 페이이스북에서 인용.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사과문 전문. 투표 결과 임의 변경을 실수, 오류라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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