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수교육위원장
고물가 시대, 너나 없이 힘겹지만 대학을 보내는 학부모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학 등록금 1천만 원 시대를 사는 서민들의 고통은 이제 등록금·식생활·주거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등·식·주라는 신조어가 등장해 서민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한명을 서울에 보낸다면 어떻게 되는지 실례를 보자.

광주시 두암동 김(51)모씨의 딸은 한양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번 학기 등록금이 4백17만원이었다. 김 씨는 학자금 대출로 가까스로 학비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받은 학자금 대출이 2000만원에 달한다. 이자도 고공비행해 7%짜리다. 이자만 매달 5만 원 정도 빠져 나간다. 등록금은 대출로 대충 조달했지만 식생활비가 문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딸에게 매달 80만원씩 보냈지만 딸이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해 100만원으로 올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방값만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5만원이니 나머지 45만원이 생활비다. 45만원으로 김 씨 딸은 먹는 것, 입는 것, 버스비에 어학학원비까지 해결해야 한다. 한창때 여학생이라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게 많을 테지만 먹는 것 줄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전형적인 등·식·주에 치여 사는 서민 모습이다.

그래도 김 씨네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또 다른 청춘 광주의 최 모(20, 여)씨를 보자. 그녀는 성균관대학교 1학년 신입생이다. 명문대 입학 기쁨도 잠시 뿐, 앞날을 생각하니 어린 가슴이 타들어간다. 최 양도 입학금은 대출로 조달했지만 이제부터 그녀가 갈 길은 가시밭길이다. 일용직 근로자 부모 형편이 어렵다보니 고향에서 부쳐질 돈이 없는 경우다.

아르바이트로 주거비와 식생활비를 조달해야하는 전형적 아르바이트 학생이다. 과외, 신문 배달, 커피숍 아르바이트까지 닥치는 대로 일 할 각오라지만 세상은 어린 그녀가 생각하는 만큼 만만치 않다. 아직은 꿈을 접지 않은 그녀지만 휴학과 복학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다. 자칫 졸업이라는 꿈을 접어야 하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최 양은 빼빼로 학번이라는 11학번이지만 낭만적 대학생활 같은 것은 딴 세상 얘기다. 이 두 사례는 서민이면 겪는 흔한 사례다. 지방에서 서울 유학 대학생 둘이면 가계 거덜 나기는 식은 죽 먹기다. 자식 대학 까지 보내는데 2억 6천이라는 통계를 보면 대학이 집안 삼키는 공룡이라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국내 전체 대학생 수는 330만 명, 대학원생까지 합하면 360만 명이다. 3인 가족이라면 약 1000만 명이라는 숫자가 대학 등록금에 영향아래 놓여있는 꼴이다. 우리나라 등록금 연간 규모는 15조원에 달한다. 이중 장학금 면제 액이 3조 4천억 원 정도지 나머지는 김 씨나 최 모 씨 같은 서민이 온몸으로 감내해야하는 현실이다.

문제는 졸업 후다. 취업이라도 되면 다행이지만 백수라면 그야말로 나락이다. 신용불량자라는 딱지가 붙게 되는 것이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자금 연체 신용불량자 2만 6천에 달했으니 이쯤 되면 대학은 사람 잡는 곳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못하는 세태를 감안할 때 등·식·주 현실은 암담하다. 취직을 한다 해도 비정규직으로 나간다면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하는 대출금은 88만원세대에게 대학은 멍에요 굴레다.

학부모와 학생은 죽어나는데 희한하게도 매년 대학 적립금은 늘어난다. 2009년 기준으로 전국 149개 4년제 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은 총 6조 9493억 원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춘진 의원에 따르면 그중 건축 적립금이 3조 2000억원(46%)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 적립금 2조 4155억원 (34.8%), 연구 적립금 6381억원(9.2%), 장학 적립금 5954억원 순이었다. 한마디로 학부모들 등쳐서 적립금으로 쌓아 놓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올봄에도 정치권에서는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러다 슬그머니 사그라지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다. 올 봄에도 대학에는 등록금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 열기가 시들하다고 한다. 해봤자 별수 없다는 체념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도 안 되는 것을 누가 해결할지 서민이 불쌍하다. 올봄은 유난히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젊은 청춘이 언제쯤 등·식·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봄이 봄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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