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수 교육위원장
함바집은 토목공사장이나 광산 현장의 노무자 합숙소를 일컫는 일본 말이다. 일반 독자가 아는 함바집 개념과 별로 다를게 없을 것 같다. 몇몇 인부 놔두고 아주머니 서넛이 밥이나 지어주는 허름한 식당 정도가 일반인 상식이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함바집은 공사판에서 옹기 종기 앉아서 밥이나 먹는 정도로 보면 큰 코 다친다.

언론에 보도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유 모씨가 운영하는 함바집은 차원이 다르다. 경찰에서 고위직은 물론 행정부나 심지어 청와대까지 연루된 수백억, 수천억원의 비리 중심이다. 급기야 경찰총수가 구속되기에 이르렀고 대형 게이트로 번졌다. 함바집 하나에 수억원의 판 돈이 오갈정도로 황금알을 낳는 현대판 거위다.

요즘 같은 경제 현실에서 함바집같은 사업도 찾기 어렵다. 일반 식당서 손님대접하랴 종업원 눈치 보랴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식당 사장님들이 보면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기다. 한번 찬찬히 들여다 보자. 경제 교육에 조금이라도 될지 모르겠다. 함바집 경제를 알려면 우선 공사 관행과 수익구조를 살펴야 한다. 수익 구조는 의외로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공사기간을 2년으로 잡고 1000명 정도 인부가 들어가는 아파트 현장은 하루 300만원 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 달 일하는 기간을 20일로 잡으면 한 달 수익 6000만원, 1년이면 7억 2천만원이다. 얼추해도 연간 수억원이라는 계산이다. 이번 게이트의 주인공 유모씨는 이런 함바집을 수백 곳이나 했다니 이제 그 수익이 짐작 가는가. 수천억이다. 서민은 짐작하기 조차 어려운 금액이다.

엄청난 수익이 나다보니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수익 구조를 그냥 놔둘 건설회사 사장이나 회장은 없다. 최소한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사 사장의 오른팔이나 삼촌뻘쯤은 돼야 명함을 내 밀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공사 현장을 좌지우지할 “빽”이 있어야 한다. 현장을 관할하는 경찰이나 관할 인허가 권을 쥔 행정기관을 움직이는 실력자 정도는 돼야 접근이 가능하다.

다시말해 공사 깽판 노는 자를 잡아가는 경찰이나 각종 인허가로 시비를 걸거나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을 정도는 돼야 한다는 소리다. 그래서 이번 유상봉 함바게이트에 경찰 행정 공무원이 줄줄이 꿰인 것이다. 유씨는 공사를 원활히 할수 있도록 기관을 동원해 시공사 사장을 도와주고 시공사 사장은 유씨에게 함바집을 맡기는 식이다.

유씨는 이런 편의를 제공하는 경찰이나 공무원에게 편의 대가를 돈으로 직접 지불한다. 이른바 뇌물 행각이다. 유씨는 함바집을 운영해 2억원이 생기면 1억을 이곳 저곳에 흥청 망청 뿌려댄다. 또 유씨는 2억원이 벌리는 현장은 1억원에 되파는 수법도 애용했다. 이쯤되면 누이좋고 매부 좋은 수법이다. 유씨는 땅짚고 해엄치듯 돈벌어 좋고 행정기관이나 경찰은 돈 생겨서 좋고 시공사는 공사 원활이 돌아가서 좋은 방법이었다.

이런식으로 유씨는 행정 관할 공무원과 경찰과의 공생관계를 통해 전국의 함바집을 점령해갔다. 또 이 방법은 생명력이 길다는 장점도 있다. 돈을 받은 경찰이나 공무원이 타지역으로 발령나면 그 곳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면 따논 당상이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아무리 좋은 사업도 뒷 탈은 있게 마련이다. 천년 만년 할 것 같은 사업도 결굴 게이트라는 얼굴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 진행과정을 더 지켜 봐야 겠지만 비리 사슬의 구조가 하나씩 밝혀 질게 분명하다. 경찰 수백 명이 연루 됐다니 줄줄이 쇠고랑 찬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일선 교단의 선생님 고충이 떠오른다. 특히 경제 교사들의 고충은 이만 저만이 아닐 것 이다. 어른들의 낯뜨거운 비리 구조를 보면서 어린 학생들이 뭘 배울지 모르겠다.

 그렇잖아도 돈이면 다된다는 황금 만능 풍조가 만연한 한국 사회서 이런 일이 터질때 마다 교육 현장의 힘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뼈빠지게 일해봐도 입에 풀칠도 어려운 마당에 누가 열심히 일하려고 할런지 함바집에서 밥먹는 건설 노동자들의 분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런 비리가 어찌 유씨의 함바집 뿐이겠는가. 4대강 사업에는 또 얼마나 뿌려졌는지도 알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봐도 민주화는 이뤄졌는지 모르지만 경제 민주화는 요원하다. 함바게이트 유씨 때문에 수억원을 떼일 처지의 제주도 함바집 A씨가 자살했다는 소문이다.  자살할자는 다른데 있다. 유씨한테 수억원씩 쳐먹은자들이 죽었다는 소식은 언제 들리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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