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아동 학대행위, 정부가 공개사과해야

[온 국민이 기자인 한국시민기자협회 이영일 ]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 동원된 구리시청 어린이합창단 소속 초등학생들이 눈보라가 몰아치고 체감온도가 무려 영하 5도에 육박하는 날씨속에서도 얇은 합창단복만 입고 말 그대로 '덜덜덜' 떨며 합창 순서를 기다리는 한 언론사의 동영상이 일파만파 국민들의 공분을 사며 확산되고 있다.

이날 날씨는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로 거의 한겨울 한파에 해당하는 날씨였다. 당시 영결식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 무릎담요까지 거의 중무장을 했을 지경이다.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자 아이들의 부모들이 입고 온 잠바와 무릎담요를 입고 걸칠 수 있도록 주최측에 요청했지만 주최측은 카메라에 잡히면 보기좋지 않다는 이유로 몇차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체감온도 영하 5도의 날씨속에 단복만 입고 떨고 있다.

네티즌들과 국민의 분노가 확산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트위터를 통해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돌아가신 분의 자식으로서 김현철씨의 사과는 당연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당시 행사가 국가장이었던만큼 아이들을 사실상 추위에 방치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 아이들은 행사가 끝나고도 몸이 얼어 잘 걷지도 못하고 눈물까지 흘린 것으로 일려지고 있다.

이 어린이 합창단이 스스로 자임해 당시 영결식에 갔을리는 만무하다. 추천이나 선정의 절차를 거쳐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만큼 이 어린이들도 국가의 중요한 행사에 초대된 자로 보아야 하지만 이 아이들은 당시 영결식장에 초대된 것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동원된 물건쯤으로 하찮게 치부됐다. 그렇지 않고서는 카메라에 잡히면 안좋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거의 1시간 반이상을 추위에 던져진 채 떨어야 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국가 행사라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동원하고선 저런 식으로 아이들을 취급하는 것이 적지 않은 공무원들의 태도다. 저렇게 아이들을 대할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성인합창단을 부르던지 했어야 한다. 과연 성인합창단이 저 자리에 있었다면 단복만 입고 추위속에 던져진채 기다리라고 했을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순히 행정상의 실수로 볼 수 없다. 당시 국가장을 담당했던 정부가 아이들과 그 부모, 국민들에게 공재적으로 사과할 일이다.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따뜻한 분이라고 강조하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모습을 봤다면, 분명히 아이들을 방치하게 한 공무원들의 모가지를 비틀었을 명백한 아동 학대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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