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의 경거망동과 담지자의 시각

예식장에서 열린 어떤 행사 모습
예식장에서 열린 어떤 행사 모습

김성 장흥군수가 장남의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계좌번호가 찍힌 청첩장을 대량 발송해 비난받고 있다는 뉴스가 돋보였다.

3월 15일 전남 장흥군에 따르면 김 군수는 최근 군민과 지인 등을 포함해 300여 명에게 카드 형식의 청첩장을, 1,000여 명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다고 한다. 종이 청첩장에는 자신의 계좌번호, 모바일 청첩장에는 신랑·신부·양가 혼주의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결혼식은 오는 19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참석이 어려운 군민에게 노골적으로 축의금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는 것이 이 뉴스의 핵심이었다.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 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 된다. 친족, 현재 근무하거나 과거에 근무했던 기관 소속 직원, 자신이 소속된 종교단체, 친목 단체 회원 등에게만 제한적으로 경조사를 알릴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김 군수는 “유관 기관, 장흥군 내부 게시판 등에는 알리지 않았지만 이장, 사회단체장, 활동 중인 교회나 로터리클럽 회원들에게 청첩장을 보내다 보니 양이 많아졌다”며 “사려 깊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자신의 경거망동이 어떤 사달을 빚을지는 분명 예측했을 것이라고 느껴진다. 이와는 사뭇 상반된 인물이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다.

그는 지난 2009년 5월에 아들을 결혼시켰다. 장소는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맞은편에 있는 조그만 성당이었고, 참석자는 양가 가족과 친지였다. 축의금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반 총장은 "도둑 결혼을 시켜 미안하다"는 말로 지인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결혼식은 반 총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반 총장은 외교부 장관 재직 시에도 큰딸과 막내딸 결혼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가족끼리 조용하게 치른 바 있다. 박수받아 마땅할 뿐만 아니라 그처럼 공직자의 본분을 다했기에 지금도 불변하게 존경을 받는 것이리라.

공직자가 자녀의 결혼식과 출판기념회를 축재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이는 감히 윤리적 담지자(擔持者)를 자처하는 필자의 변함없는 어떤 신앙이다.

심한 표현이겠지만 제대로 된 글줄조차 못 쓰는 사람이 권력을 잡았다고 대필 작가에게 부탁하여 자서전 형식의 소위 ‘인간승리’ 스토리 성격의 출간을 도모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이를 빌미와 발판으로 합법적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결혼식을 이와 비슷한 창구로 활용, 아니 악용하는 정치인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유명인의 경우 <네이버 인물정보>에 본인의 각종 정보가 노출되고 있다. 애먼 아버지의 인위재사(人爲財死) 때문에 결혼도 하기 전에 자신의 이름부터 인구에 회자될 것으로 추측되는 김성 장흥군수의 아들 처지가 적이 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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