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출판기념회를 마치며

봄 경치가 한창 무르익는 춘삼월(春三月) 첫째 주 토요일에 나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다섯 번째 저서를 냈지만, 이번이 첫 출판기념회다.

그래서 결혼을 앞둔 새신랑처럼 며칠 전부터 밤잠조차 이룰 수 없었다. 초대한 손님들이 모두 오실 수는 있을까... 그들이 오시면 어떻게 대접하지... 인사말은 또 어떻게 하는 게 옳은 예의일까 등등 고민의 숲은 무성하기만 했다.

이윽고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신문에 실린 나의 신간 소개 광고와 칼럼 등이 게재된 신문을 100부 받고자 관저동부터 달려갔다. 그걸 가지고 와서는 출판기념회에 가져갈 각종 용품을 선배님의 차에 싣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간은 저벅저벅 흘러 행사 시작인 정오가 가까웠다. 그때부터 경향 각지에서 오신 손님들로 행사장이 떠들썩했다. 접객 인사를 하느라, 진행 순서에 맞추느라 정신이 다시 혼미해졌다.

그런 가운데서도 시 낭송과 경기민요 공연, 하모니카, 기타 연주와 축사 등의 또 다른 행사는 예정대로 척척 진행되었다.

출판기념회를 하기 전 진행 스태프들과 합의를 본 것은, 오후 1시 전에 반드시(?) 출판기념회를 마치자는 것이었다. 왜냐면 그 시간대가 가장 시장기를 느끼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식은땀이 흐르는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무사히(?) 마쳤다. 축하객들을 식당까지 안내하니 그 수가 엄청나서 당초 예약했던 방 두 개로는 어림도 없었다.

방 하나를 추가로 개방하여 식사를 대접하자니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식사까지 마치고 가시는 손님들께 인사를 하자면 그날의 주인공인 나는 술을 조심해야만 했다.

최대한 절주하면서 배웅 인사까지 깍듯이 마쳤다. “오늘 출판기념회 정말 좋았어요!” “홍 작가님의 인맥이 이처럼 두터운지 처음 알았습니다. 존경합니다.” 등의 칭찬에 얼굴이 붉어졌다.

세계를 지배한 나폴레옹도 가장 무서운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건 일주일에 한 번씩 면도를 할 때였다.

혹시 면도사(面刀士)가 적에게 포섭되어 암살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자신에게 합법적으로 칼을 댈 수 있는 사람, 즉 완전 무장 해제된 상태에서 얼마든지 자신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면도사가 무서웠던 것이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나폴레옹은 면도할 적마다 이발사의 아들을 인질로 잡아서 부하에게 그 아들의 목에 칼을 대게 하고 이발사에게 이렇게 협박했다고 한다.

“너, 나를 면도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네 아들부터 죽는다!”​ 여기서 볼 수 있는 현상이 많은 사람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염려해 가면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 ‘나폴레옹보다 홍키호테가 낫다’는 셈법이 통용되는 셈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시겠지만, 나의 별명이 바로 ‘홍키호테’다.

내가 나폴레옹처럼 괜스레 앞날을 염려했다면 출판기념회 또한 공염불(空念佛)에 그치고 말았으리라. 나의 첫 출판기념회를 빛내고 축하해 주신 분들께 다시금 머리 숙여 정중히 감사 인사를 올린다.

더욱이 날도 참 좋은 3월의 첫 토요일까지 희생해가며 참석해주신 분들이라서 의미가 남달랐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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