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경실과 사불급설 중요성

어제도 아침부터 분주했다. 나의 다섯 번째 저서가 이번 달 말이면 인쇄를 마치고 집으로 도착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에 따라 출판기념회 준비가 관건이었다.

한창 바쁜 시간이었는데 전화가 울었다. 고향 죽마고우의 동생이었다. “응,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동생은 지금 운전 중인데 KBS 해피FM에서 방송 중인 <주현미의 러브레터>에서 내가 보낸 사연을 방송하길래 유심히 들었다고 했다.

“고맙다. 그나저나 형이 3월 초에 출판기념회를 하니까 시간 되면 오려무나.” <주현미의 러브레터>에 보낸 사연(글)은 나의 다섯 번째 저서인 <두 번은 아파봐야 인생이다>를 탈고하면서 느낀 에피소드와 소회를 담담하게 담았다.

나는 이 내용을 어제 오후에 그 방송에 접속하여 ‘다시 듣기’로 만났다. 같은 날, 개그우먼 이경실 씨가 배우 이제훈 씨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며 경찰에 고발당했다는 뉴스가 올라왔다.

연세대학교 재학생이 그녀를 고발한 사유는 이렇다고 한다. 이경실 씨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두시 탈출 컬투쇼’에서 배우 이제훈 씨의 상의 탈의 장면을 언급하며

“가슴과 가슴 사이에 골 파인 것 보이시냐. 물 떨어트려 밑에서 받아먹으면 그게 바로 약수다. 그냥 정수가 된다. 목젖에서부터 정수가 된다. 여자들은 골을 보면 빠지고 싶다. 새로운 정수기”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재학생은 고발장에 ‘자기 또는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라디오라는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함으로써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적시했다고도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싶었다. 입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는 건 상식이다. 말조심과 관련한 사자성어는 차고 넘친다.

대표적인 게 사불급설(駟不及舌)이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말로, 소문은 빨리 퍼지니 말을 삼가라는 뜻이다.

언비천리(言飛千里)는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라는 의미다. 다언삭궁(多言數窮)은 말이 많으면 자주 곤란한 처지에 빠짐을 나타낸다.

뉴스 말고 대부분 녹화방송으로 내보내는 TV 프로그램과 달리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진행자는 물론이요 출연자도 말조심을 해야 한다.

사람이 사물을 볼 때 어떤 폐쇄적인 관점에 갇히게 되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그러므로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슬기와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상대방을 향해 험담하는 사람을 가장 경계한다. 설저유부(舌底有斧)를 잘 알기 때문이다.

■ 설저유부(舌底有斧) = 혀 아래에 도끼가 들었다는 뜻으로, 말을 잘못하면 화를 불러일으키니 말을 늘 삼가라는 말.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봐야 인생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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