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은 젊은 노년이다

엊저녁에야 비로소 최종 검토의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이제 남은 건 책으로의 출간이다. 책을 한 권이라도 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책을 만드는 것처럼 어려운 게 또 없다.

그래서 책을 내면 인생이 바뀌고 때론 업그레이드까지 되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되는 저서 말고, 그전에 냈던 네 권의 책은 모두 나 혼자만의 힘만으로 출간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책을 내는 데 ‘도사’인 출판사 사장님의 조언을 따랐기 때문이다. 때는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식이 열렸던 지난주 금요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남대학교로 접어드는데 출판사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간 예정의 저서 내용 검토(수. 교정 과정)를 혼자서만 하지 말고 똑똑한 따님이나 아드님과 공동으로 하는 게 어떠냐는. 맞는 말이다 싶어 즉시 수락하고 딸에게 전화했다. 딸도 흔쾌히 동의해 주어 고마웠다.

이윽고 수료식이 시작되었다. 지난 한 해 함께 공부하며 우정의 탑까지 견고하게 쌓은 동기들과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끝 무렵이 될 즈음, 담당 부장 교수님의 동의를 받아 부장 교수님의 컴퓨터를 통해 딸에게 원고 전체를 이메일로 보냈다.

그 결과가 어제저녁에 도착했다. 추측하건대 그 많은 양의 원고(약 320 페이지 분량)를 불과 사흘 만에 검토하고 수. 교정 작업까지 완수했다는 것은 출판사 사장님의 칭찬처럼 딸과 사위가 모두 서울대 출신이란 점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둘은 내 책 원고를 출력한 뒤, 역할을 나눠 각자 눈이 빠지도록 살펴보았을 것이었다. 어제, 이 같은 내용을 아내에게 말하자 아내는 “책이 나오면 딸과 사위에게 한 턱 쏘라”고 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하여간 이제 남은 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담대함이다. 내가 첫 저서를 낸 것은 지난 2015년, 그러니까 내 나이 57세였다. 이후 2019년, 2020년, 2021년에도 거푸 책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쯤에서 나이와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고자 한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65세에 책을 쓰기 시작해 96세까지 30여 권의 책을 썼다.

미켈란젤로는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70세에 완성했다. 하이든, 헨델 등도 70세 넘어 불후의 명곡을 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75세까지 작곡을 하며 빛나는 명곡을 남겼다. 괴테는 76세에 <파우스트>를 쓰기 시작해 80세가 넘어서야 이를 완성했다.

베르디 역시 80세에 오페라 <오델로>를 작곡했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나이는 고작 숫자일 뿐이다. 아울러 칠십(70)은 젊은 노년이라는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다. “내 나이에 무슨”은 자기 도피이자 괜스러운 합리화일 뿐이다.

세월에 숨지 마라. 나의 또 다른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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