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옷은 수리할 수 있지만

기자 또한 주변의 칭찬 덕분에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기자 또한 주변의 칭찬 덕분에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어머니의 힘>은 1937년 이서구(李瑞求)가 지은 희곡이다. 3막 5장으로 동양극장의 전속 극단인 호화선(豪華船)이 1937년 12월에 공연하여 크게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같은 시기에 공연되어 역시 크게 성공한 임선규(林仙圭)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와 인기 면에서 쌍벽을 이루면서 동양극장의 주요 레퍼토리가 되었다. 이 작품은 기생을 주인공으로 한 화류비련극과 가정비극의 계열에 드는 신파극이다.

<어머니의 힘>의 줄거리는 기생 출신의 여주인공이 명문가의 아들과 연애결혼하고서도 시집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숙명적인 비극으로 짜여져 있다. 여주인공은 아들까지 낳았음에도 집안의 반대와 주변의 체면 때문에 시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화가인 남편과 함께 밖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선구적인 사상을 지니고 집에서 쫓겨나면서까지 용감하게 기생과 결혼한 주인공인 화가가 폐결핵으로 죽게 되자 집안 상속 문제가 클로즈업된다. 자연히 기생 며느리가 낳은 아들이 상속자가 되어, 은행 두취(頭取, 어떤 일이나 단체에서 으뜸인 사람 & 예전에, ‘은행장’을 이르던 말)인 시아버지가 손자를 데려간다.

그러나 이번에는 죽은 주인공의 사촌 형이 상속권을 노리고 주인공의 아들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그 음모가 결국 실패하면서 완고한 전통주의자인 시아버지가 기생 며느리와 손자 간의 인륜의 정과 모정에 감복한 나머지 자기의 고집을 꺾고 며느리로 맞아들인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신구사상의 충돌 속에서 새로운 도덕을 찾는 사람들의 고통과 좌절, 그리고 그것을 모성애로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토착화된 신파극의 한 전형을 제시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고)

1960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김승호, 주증녀, 최무룡 등 당대의 기라성 같은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2월 11일 자 C일보 <아무튼, 주말> 편에 ‘별에서 온 총장님? 오늘도 ’무당이‘ 타고 캠퍼스 누비는 91세 여걸’ 가천대학교 이길여 총장 인터뷰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이 기사에서의 압권은 어머니에 대한 술회이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이길여 총장은 인천에서 산부인과를 개원한다. 베이비붐의 상징인 ‘58년 개띠’들이 한 해 약 100만 명씩 태어나던 시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사상 처음으로 25만 명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그러니까 이는 살기 힘들었던 지난 1958년보다 4배 이상 감소한 수치이다.

하여간 ‘성공한 여걸’ 이길여 총장의 뒤에는 그의 현명한 어머니가 있었다. 이길여가 중2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정미소를 처분하고, 땅과 논까지 팔아서 학비를 댔다. 불멸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어머니의 힘’은 동서고금을 관통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을 역임했던 잭 웰치는 어렸을 때 심한 말더듬이였다. 그래서 늘 열등의식에 젖어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가 이렇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너는 머리가 무척 좋은 아이야. 다만 두뇌 회전이 너무 빨라서 말이 미처 생각을 따라가지 못할 뿐이란다. 넌 커서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어머니의 칭찬에 그는 결국 세계적 기업의 CEO가 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입을 가지고 있다. 희망의 언어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 반면 멀쩡한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 독약 같은 언어도 있다. 찢어진 옷은 수리할 수 있지만 말로 입은 상처와 찢어진 마음은 다시 이어 붙이기 어렵다.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는 것은 어머니의 관심과 칭찬이다. 오늘의 자녀 모습이 아니라 미래에 훌륭하게 될 모습을 그리며 칭찬하는 게 관건이다. 어머니의 고운 입술이 자녀를 축복하는 샘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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