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별명이 ‘홍키호테’인 이유

어제 저녁에는 모 기관의 기자단 모임이 있어 참석했다. 여기서 나는 “빠르면 이번 달 중으로 다섯 번째 저서가 나온다”고 홍보했다. 그러자 한 기자분이 “나도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네, 꼭 책을 내십시오! 그러면 인생이 바뀝니다.” 책 한 권이 지닌 가치는 얼마나 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참 기분이 좋다. 책이 주는 위안 때문이다.

가끔은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사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선물용으로도 안성맞춤인 책은 인류 발전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가 이르길 “세계는 아름다운 책 한 권에 도달하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했듯 책은 커피와 함께 ‘마시면’ 더 좋다. 그렇다면 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걸까?

먼저 출판기획을 짜야 한다. 제목에서부터 시작하여 독자층의 세분화, 책의 구체적인 콘셉트와 방향 등을 정해야 한다. 이어 원고 작성에 들어간다. 이걸 마치면 가장 중요한 원고 편집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완성하여 출판사에 보내면 이제부터 출판사의 몫이다. 출판사에서는 책이 돋보이도록 시각적으로 멋지게 디자인을 한다. 저자의 글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수정하는 작업은 물론이다.

교정 교열을 통해 글의 오타나 생략된 문단은 없는지, 내용의 흐름을 검토한다. 어느 정도 책 제작 일정이 마무리되면 출판사는 인쇄소에 제작을 의뢰하고 출간 일정을 저자와 조율한다.

제본의 과정을 거쳐 모든 책 제작이 완료되면 배본소로 이동된다. 이렇게 하여 제작이 완료된 책은 등록하고 계약된 서점 및 다양한 플랫폼에 판매되도록 배부된다. 책이 출간되면, 홍보 담당자를 중심으로 출판 운영 담당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홍보한다.

서평 이벤트, 저자와의 만남, 매대 구매, 북 토크 등 홍보를 통해 독자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구매를 유도한다. 이때 가장 왕성하게 ‘세일즈맨’으로 활약해야 하는 건 당연히 저자이다.

● ‘홍키호테’의 우격다짐

어제의 모임과 환담에서는 출간과 연관된 나의 어떤 무용담(武勇談)이 화제에 올랐다. 2015년에 첫 저서를 냈을 때의 실화이다.

무려 440곳이나 되는 출판사에 완성된 원고를 보냈다. 하지만 모두가 묵묵부답과 함흥차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나는 출간 조건으로 출판사에서 나에게 선불로 500만 원을 달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그랬으니 일제히 “별 미친놈 다 봤네.” 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처럼 말도 안 되는 돈키호테식(式)의 우격다짐은 명목장담(明目張膽)의 마인드에서 기초한 것이었다. (이후로 내 별명은 ‘홍키호테‘가 되었다.)

● 명목장담

‘명목장담’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분발하여 일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송나라의 유안세(劉安世)가 간의대부(諫議大夫)라는 요직에 임명되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직책으로 뜻밖의 사고를 당할까 걱정하였는데, 유안세는 어머니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황제께서는 재능이 없는 저를 간의대부에 임명해주셨습니다. 제가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황제의 명은 바꿀 수 없습니다. 관직을 맡게 되었으므로 '모름지기 눈을 밝게 하고 담력을 크게 하여[須明目張膽]' 신하로서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어머니를 모시는 일에 소홀할지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

강직한 성품을 지녔던 유안세는 맡은 일을 수행할 때도 아첨하지 않고 여러 차례 간언하며 대신들을 탄핵하였다. 그래서 조정의 모든 문관과 무관들도 그를 두려워하였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이 눈을 밝게 하고 담력이 크다는 뜻의 ‘명목장담’은 주저함이 없이 공공연하게 좋지 않은 일을 할 때 비유하는 말로도 사용하게 되었다.

첫 저서의 출간 당시 내가 꼭 그랬다. 사람을 만나보면 의외로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음을 발견한다. 그럼 책을 내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객관적 시각에서 공개한다.

● 2천만 원 x 5권 = 1억 원?

최근 일독한 어떤 책에 그 답이 나와 있다. = “(전략) 내 몸값을 올리는 브랜딩을 위해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이천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고 책 쓰기를 배웠다. (후략)” =

그러니까 책 한 권이 지닌 가치는 정말 대단하고 엄청난 것이다. 또한 이 주장에 따르면 나는 이제 다섯 권의 저자가 될 터이니 무려 1억 원에 상당하는 재력가까지 되는 셈이다. (^^) 생각만으로도 부자가 되는 까닭이다.

끝으로 한 마디 더. 위에서 지인 기자님께 내가 했던 말, 아니 호언장담했던 “책을 내면 인생이 바뀐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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