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소고

=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사랑 땜에 울먹일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 나훈아의 히트곡인 ‘홍시’다.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절로 눈물이 난다. 노래의 가사처럼 보고픈 울 엄마가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엄마란 무엇일까. 아이에게 있어서 엄마는 우주보다 위대하다. 그렇지만 나에겐 엄마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리워했어도, 힘들 때 목이 터져라 불러봤어도 엄마는 단 한 번도 이 아들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던 즈음, 초등학교 동창이자 죽마고우인 친구와 함께 그의 모친께서 입원해 계신 요양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코로나를 들먹이며 면회조차 못 하게 막는 요양병원 관계자 앞에서 무기력한 자신을 한탄하며 오열하는 친구를 붙들고 한참을 같이 울었다.

독일 소설가 장 파울은 “어머니는 우리의 마음속에 얼을 주고, 아버지는 빛을 준다”고 했다. 그렇다. 또한 저울의 한쪽 편에 세계를 실어놓고 다른 쪽 편에는 나의 어머니를 실어 놓는다면 세계의 편이 훨씬 가볍다는 건 상식이다.

그렇지만 나에겐 그런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았다. 대체 나는 전생에서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기에 이처럼 가혹한 고통과 시련을 감당해야만 했던 것일까. 방화 [해바라기]는 2006년에 개봉했다.

고교 중퇴 후 맨주먹으로 거리의 양아치들을 싹 쓸어버렸던 오태식(김래원)이 주인공이다. 술만 먹으면 개가 되고 싸움을 했다 하면 피를 보는 다혈질의 태식은 칼도 무서워하지 않는 잔혹함으로 오죽했으면 별명이 ‘미친개’라고 불렸다.

그가 가석방되면서 조폭 두목인 조판수는 아연 긴장한다. 출소하면서 ‘술 마시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다’, ‘울지 않는다’ 이 세 가지를 생활 수칙으로 정한 태식은 하지만 친모보다 더 살가운 양모(養母)인 양덕자(김해숙)가 조판수 일당의 흉계로 인해 죽게 되자 그만 눈이 돌아버린다.

이로부터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한 태식의 무시무시한 보복이 이 영화의 압권이다. 사실 태식은 덕자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이었다. 하지만 덕자는 태식을 면회하면서 그의 진실성을 간파하곤 양아들로 삼는다.

그런 어머니였기에 태식은 개과천선으로 자신의 죄를 조금이나마 씻어내려 애썼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어려서 나를 길러주신 유모할머니가 오버랩되어 눈물을 훔쳤다.

[따뜻한 하루]라는 사이트의 글에서 <따뜻한 감성편지> 편에 ‘열다섯 엄마의 눈물’이라는 글이 돋보인다. 열다섯 철없는 여중생이었던 시절 과외선생님의 아이를 갖게 된 주인공은 둘째까지 출산했지만, 남편은 다른 여자의 사람이었다.

면목은 없었지만 다시 가족을 찾은 주인공은 두 아이를 큰오빠의 호적에 올린다. ‘고모’로 가장하며 산 지 어언 20년... 성장한 아들이 결혼을 하루 앞둔 그날, 한 통의 메시지가 왔다.

“고모, 내일 결혼식장에 예쁘게 하고 오세요.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오늘 꼭 해야 할 거 같아서요. 저 기억하고 있었어요. 사랑해요. 엄마! 이젠 좋은 사람 만나세요. 아빠.. 아니 그분 같은 사람 만나지 말고요.

엄마를 아끼는 사람 만나 지금이라도 행복을 찾으세요.” 주인공은 20여 년간 참아왔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이 글을 보면서 나도 꺼이꺼이 울었다. 그런 어머니도 있었거늘...

나훈아의 노래처럼 홍시가 열리면 나는 울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쭈글쭈글했던 할머니의 젖가슴이 그립다.

■ “어머니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기대는 것을 필요 없게 만드는 사람이다.” (도로시 캔필드 피셔, 미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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