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나이가 어리고 생각이 짧을수록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삶이 최고라고 여기는 법이며,

나이가 들고 지혜가 자랄수록 정신적인 삶을 최고로 여기는 법입니다.

- 톨스토이

 

 평소 강의를 하면서 도입 부분 강사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나이를 말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요즘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가 부족하다고 강조하며 대화가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은 대화 주제를 찾지 못하여 대화가 단절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공개한다.

“우리 집에는 2학년 10반 공주와 2학년 7반 왕자, 즉 1녀 1남이 있습니다. 저는 2학년하고도 36반입니다. 우리는 이 지구를 살아가는 같은 2학년 동지로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합시다.”라고 말을 하면서 대화의 공통분모를 제시하고 대화를 유도한다. 그러면 이 책을 보시는 독자님들은 제가 한국 나이로 몇 살인지 짐작이 가시는지요? 이해가 가면 작가의 나이를 알 수 있으나 이해를 못 하는 교육생은 계속 나이에 대한 해답을 찾느라 강의 시간 내내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모습을 가끔 목격할수 있다.

동화집 속의 ‘수명’(독일의 빌헬름과 야코프 그림형제, 19세기에 펴냄)에 대한 내용은 우리 인간들의 실속 있는 진정한 삶과 수명에 대하여 의문점을 던져 주기에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형제에 의하면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들에게 30년의 수명을 주기로 하고, 각 피조물들과 인터뷰를 실시했다. 그 인터뷰 장면을 한번 상상해 보도록 한다.

먼저 나귀가 찾아와 “하나님, 전 얼마나 살게 되나요?”라고 물었다. 하나님이 너는 “30년이다. 마음에 드느냐?”라고 묻자, 이에 나귀는 “아이고! 하나님, 너무 길어요. 저의 고달픈 삶을 생각해 보세요. 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등에다 무거운 짐을 실어 날라야 해요. 그 덕에 사람들은 빵을 먹을 수 있지만, 제게 돌아오는 것은 정신 차리고 기운을 내라는 욕설과 발길질뿐인 걸요.”라고 답했다. 이에 하나님은 나귀를 불쌍히 여겨 18년을 깎아 주어 12년의 수명을 주었다.

다음은 개의 차례였다. “넌 얼마나 살고 싶으냐? 나귀는 30년이 길다고 하여 18년을 깎아 주어 수명이 12년이 되었는데, 내 생각으로는 너에게는 30년 수명이 적당하다고 보는데 어떠하냐?”개는 이렇게 응답했다. “하나님은 그러길 바라세요. 짖지도 못하고 물어뜯을 이빨도 없어진 다음에는 이 구석 저 구석을 옮겨 다니며 불평 속에서 살아야 해요.”라고 말하자, 하나님은 개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12년을 줄여 18년의 수명을 주었다.

다음으로 원숭이가 찾아왔다. “원숭이야, 너는 개나 나귀처럼 힘들게 집을 지키거나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 항상 즐겁게 놀면서 사니까 분명히 30년을 살고 싶어 할 것 아니냐?”

원숭이는 대답했다. “아이고! 하나님,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내게 늘 재미있는 장난과 우스운 표정을 기대해요. 그러면서도 그들은 내게 시어 먹을 수도 없는 사과 한 조각만 던져 줄 뿐이죠. 내 기쁜 얼굴 뒤에는 슬픔이 감추어져 있다고요. 난 그런 일들을 30년이나 견뎌 내긴 싫어요.”라고 하자, 하나님은 원숭이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인정하여 10년을 빼 20년의 수명을 주었다.

마침내 만물의 영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물으셨다. “네 수명은 30년이다. 30년이면 충분하겠지?”라고 물으니 사람이 말했다. “하나님, 30년은 제게는 너무나 짧아요. 생각을 좀 해 보세요. 집을 지어 불을 지피고, 제가 심은 나무에서 열매가 맺어 이제 막 인생을 즐기려 할 때 죽어야 하다니요. 오! 하느님, 제게 좀 더 시간을 주세요.”라고 간절히 수명 연장을 요청하였다.

이에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그렇다면 나귀의 수명이었던 18년을 네게 주마.” 사람이 “그래도 충분치 않아요.”라고 응답하자, 하나님이 “그럼 개의 12년도 주지.”라고 말하자 사람은 “아직도 너무 적어요.”라고 하소연하였다. 다시 하나님이 “좋다. 그렇다면 원숭이의 10년도 더 주겠다만 그 이상은 안 돼.”라고 말씀하였으나 욕심이 끝이 없는 사람은 썩 만족스럽지 못한 얼굴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으며, 그래서 사람의 수명이 70년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 30년은 사람 자신의 수명으로 참으로 빨리 지나가고 건강하고 즐겁고 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며 산다. 나귀의 수명 18년은 다른 사람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곡식을 실어 나르지만 충성스런 봉사의 대가로 돌아오는 것은 채찍질뿐이다. 개의 12년 동안 사람은 이빨도 없이 구석에 앉아 불평만 늘어놓는다. 나머지 원숭이의 10년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사람의 모습을 지워 간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은 과연 내 수명이 몇 살까지인지 생각해 본 경험이 있으신지 아니면 본인의 기대 수명을 몇 살까지 잡고 있는지 묻고 싶다.

사람은 환경이 바뀌면 그 환경에 적응하는 과도기를 거친다고 한다. 나 또한 청년에서 중년으로 가는 과도기에서 너무 실망하고 아쉬운 마음에 긴긴 시간을 울먹거리며 보냈다. “내가 왜 이렇게 늙어 가야 되는 거야?”를 혼자 묻고 답하는 시간이 오래되어도 답을 나에게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시간이 세월에 순종하여야 너의 삶이 편하다는 위로의 말은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세월의 흔적에 아쉬움만 들고 무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한숨만이 나를 대변해 주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눈물짓고 싶다. 창문 밖을 화창하게 비치고 있는 저 달에게 외치고 싶다. “내 청춘을 돌려줘.”라고.

지금 살고 있는 나의 집이 10년이 넘어 11년째가 되고 있는데, 저번 달부터 융자금의 이자와 원금 상환이 시작되어 월납입금이 갑자기 늘었다. 지난 10년 동안 이자만 해도 큰 비용이 들어갔는데, 우리 사랑하는 식구들에게 좋은 호텔에서 살고 있다는 마음과 명절 등 집안 행사 시 내 집으로 모이는 형제들이 잠시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부담을 가지면서도 넓은 평수의 집에 거주하며 이자를 꼬박꼬박 입금하였다. 두 달 전부터 원금과 이자가 같이 나오는데, 한 달에 내는 비용이 많아지자 갑자기 자금 조달에 부담이 팍 오면서 바로 내가 ‘하우스푸어(House Poor)’라는 느낌이 팍 왔다.

오늘 퇴근하면서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데, 올해 새로 도색한 지하주차장이 너무 깔끔하여 갑자기 마음이 울컥하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지하주차장을 도색하느라 몇 달을 불편을 감수하고 참았는데, 이곳을 떠나야 하나.’라는 아쉬움과 이제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와 1년 만에 호주에서 휴가를 온 공주에게 홧김에 한마디 하고 돌아서는 순간 ‘아차! 내 감정이 흔들렸구나.’라는 아쉬움으로 후회를 하였다.

‘공주에게 화를 낼 필요도 없었고, 자식들이 내 입장을 이해 못 할 위치일 텐데!’라고 부모로서 능력이 부족함을 반성하며 내 마음을 추스르고 가족들의 걱정을 덜고자 애써 태연한 척 외식을 제안했다. 며칠만 지나면 떠날 공주의 마음도 달래 줄 겸 꼬막비빔밥, 닭볶음탕을 파는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게임으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음식 값 내기를 하였는데, 내가 지불하려는 마음으로 같은 손(가위)을 내어 져 주고 음식 값을 지불하면서 미안한 내 마음의 감정을 풀어 보았다.

가끔 내 마음이 가라앉을 때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항상 되뇌고 다니는 문구인 ‘환경을 탓하지 마라. 그 중심에는 내가 있다.’를 외쳐 보면서 인터넷상에서 유행했던 그 옛날 나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분들의 사례를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주나라 태공망 강태공: 지지리도 운이 없는 놈이라고 하늘을 원망하지 마라.

·한나라 회음후 한신장군: 얼굴이 못생겨서 되는 일 없다고 스스로를 푸념, 비하하지 마라.

·사기의 작가 사마천: 한때 자존심과 명예를 무시당했다고 좌절하지 마라.

·명나라 태조 홍무제 주원장: 집안 배경이 나쁘다고 변명하지 마라.

·중국 유일 여황제 측천무후: 여자로 태어나서 하고픈 일을 못한다고 푸념하지 마라.

·청나라 말기 거상 호설암: 돈이 없어서 재기할 수 없다고 낙담하지 마라.

요즘 많이 사람들이 인간의 나이를 이렇게 구분한다. 초년 0~19세, 청년 20대 전후, 중년 30~49세, 장년 50~69세, 말년 70세 이상,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는 65세를 고령의 기준으로 삼는다. 65세가 되면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고, 2033년부터는 65세에 국민연금을 받는다. 그러나 고령화시대를 맞아 그 기준을 바꿔야 한다. 그 이유는 출생 이후 살아온 햇수가 아니라 남은 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오늘날 65세는 과거보다 건강하고, 의존적이지 않으며, 정신력도 있다. 기대여명을 기준으로 고령 기준을 정하면 기대여명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인구 고령화는 더디게 진행된다.”라고 말했다.

중년(中年)은 중장년과 장년이라고도 말하며, 삶을 사는 인생 나이인 청년에서 노년 사이의 세대이다. 콜린스 사전에 의하면 중년은 일반적으로 대략 40~60세이다. 미국 인구조사는 중년을 35~44세와 45~54세 나이대로 분류했다. 저명한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40~65세를 중년으로 정의했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표준 진단 매뉴얼인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은 과거에 중년을 40~60세 사이로 정의하곤 했지만, 1994년 4차 개정판에서는 최대 45~65세로 정의를 개정했다. 대한민국의 국어사전에서는 중년을 마흔 살 안팎의 나이대로 간주한다.

그러나 세르게이 쉐르보프 IIASA 세계인구프로그램 부국장은 “200년 전에 60세면 고령이다. 그러나 현실은 60세는 중년이다. 이처럼 우리가 ‘늙었다’고 생각하는 나이 기준은 변화되었고, 건강하게 장수하면서 중년이란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1950년대에 65세인 영국인은 평균적으로 15년 더 살았다. 출생률의 급상승기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는 은퇴 후 평균 24년간 연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남은 수명이 15년 이하인 경우를 고령이라고 정의하면 베이비붐 세대는 74세에 고령이 된다.”라고 했다.

영국 셰필드대학의 앨런 월커 교수는 “고령의 기준이 시대 흐름에 안 맞는 것은 맞지만 ‘65세 대신 74세’ 하는 식으로 특정 나이를 못 박기는 어렵다. 계층 간의 기대여명이 다르고, 심지어 건강수명은 19세까지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때 떠오른 글귀가 있어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지금 나의 모습은 지난 시간 나의 흔적입니다. 먼 훗날 나의 흔적을 위하여 지금 이 시간 무엇을 해야 할지는 당신 몫입니다.”라고 보냈다.

야간신고 사건 중 부모가 사 준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하는 신혼부부가 각자 다른 곳에서 만취가 되어 귀가하여 말다툼을 하는데, 2살 젖먹이는 울고 있어도 챙기지 않고 양쪽 부모를 불러들여 부모들이 서로 자기 자식편만 드는 사돈 간의 다툼으로, 과연 그들이 부모일까? 나이만 먹으면 부모가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 속에 그 어린 자식도 커서 무엇이 되고 정상적인 삶을 살 것인가? 하는 생각에 근무를 하면서 맘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하지만 오늘도 많은 사건 속에서 신고가 계속되어 직원들이 밤새 고생하였다.

이러한 신고를 많이 처리하는 지역 경찰 후배 직원들은 미혼(未婚) 대신 ‘아닐 비’를 써서 비혼(非婚)이라는 말을 많이 쓰며, 결혼을 강요하는 것은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미혼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나 비혼은 경제적 부담을 덜어 내고 더욱 자유롭게 살기 위해 ‘혼인할 의사가 없다’며 혼자서 술과 밥도 즐기고, 나 홀로 여행도 자주 다닌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비혼족의 증가는 사회보편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결혼 관련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20대의 답변은 2010년 16.9%, 2016년에는 올해는 6.5%로 줄었고, ‘결혼은 선택’이라는 질문에 응답은 같은 기간 35.5%에서 50.4%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2007년 34만 3559건의 초혼 부부 결혼 건수가 2016년 9월까지 20만 6000건으로 대폭 줄었다. 이러한 미혼이 아닌 비혼의 증가의 영향 등으로 1인 가구 수가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하여 4인 가구를 제치고 가장 흔한 유형이 되는 사회 풍토가 조성되었기에 왠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쓸쓸함이 밀려와 허전한 기분이 든다.

미래에 부모가 될 자식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모 교육의 효과는 당사자는 물론 그들의 자식, 그 이웃과 친척, 지역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며 그 결과는 사회를 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은 전무하여 관련이 있는 해당 대학에서도 한 학기 몇 시간 교양과목으로 되어 있을 정도이며, 일부 종교단체에서 소수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내 주위의 동료들에게 문의한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로가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나의 의견은 미래에 부모가 될 세대인 유치원생에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과목을 넣어 주기적으로 세분화하여 수준에 맞는 부모 역할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정착되어야 한다. 또한 기존에 부모가 되어 있는 세대인 어머니, 아버지, 조부모들에게도 윗사람으로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수준에 맞는 교육에 참여하여 사회 변화와 국가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미시시피강 유역을 배경으로 개구쟁이 소년인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그린 동화 『톰 소여의 모험』을 쓴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는 마크 트웨인이라는 필명으로 더욱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이다. 그는 “인간은 얼굴을 붉히는 유일한 동물이다. 또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당신의 정신적, 육체적, 얼굴 나이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묻고 싶다 정확히 알지 못하는 축에 손을 들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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