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의 맛도 압권

언제 가도 좋은 계룡산국립공원 수통골을 찾았다. 뛰어난 자태와 영험함에 발길 머무는 명산이 바로 계룡산이다. 겨울답게 주변은 온통 얼음으로 도배돼 있었다.

그러나 계곡 아래에선 제법 맑은 물이 얼음장을 뚫고 힘차게 흐르는 모습이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를 호출했다.

=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중략) 한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

하산하면서 단골로 가는 [수통골 장수 오리]를 찾았다. 저지방 고단백 식품인 오리고기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들께서도 보양식품으로 즐겨 드신 음식이다. 또한, 약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오리고기는 위를 보하고 종기를 없애며 기침과 수종을 낫게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리는 해독 작용이 뛰어난 식품으로 꼽힌다. 그래서 수술이나 큰 병치레를 한 회복기 환자들도 즐겨 먹는다.

콜라겐 성분이 많아 피부 미용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젊은 여성들에게도 미용 식품으로도 대접받고 있다. 오리는 사실 푸대접을 받던 식재료였다. 닭고기처럼 담백하고 구수하지도 않고 잘못 손질하면 노린내가 나 역겨운 맛을 내기 때문에 예전에는 인기가 없었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거나 '낙동강 오리알'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이 사정이 180도로 달라졌다. 오리의 다양한 해독 능력과 병에 강한 저항력 등이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독성이 강한 유황을 먹여 키운 유황오리의 효능이 알려지고부터는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파는 음식으로 탈바꿈했다. 오리는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45%로 다른 어떤 육류보다도 높다.

아무리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다는 말이다. 오리구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해 통닭구이보다 훨씬 더 고급 음식으로 분류된다.

오리구이는 섭씨 200~3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껍질째 구워내기 때문에 물을 이용한 조리법보다 오리 고기의 풍미를 더 잘 살릴 수 있다. 또한, 숯불에 구워내면 숯의 향이 오리고기에 살짝 남아 있는 잔향까지 말끔하게 없애주기 때문에 훨씬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우리와는 달리 중국이나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오리요리는 오래전부터 고급 요리로 대우를 받으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북경의 베이징덕은 중국을 대표하는 요리로 손꼽혀,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꼭 챙겨 먹고 가는 음식이 되었다.

또 '푸아그라'라는 오리 또는 거위의 간은 송로버섯과 캐비어와 함께 세계의 3대 미각으로 꼽을 정도이다. 오리가 건강 음식의 대표주자로 새롭게 인식되면서 우리네 입맛과 정서에도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오리요리의 명가’로 소문난 대전시 유성구 수통골로 89(덕명동 174-6 / 전화 042- 822-0300) [수통골 장수 오리]는 입에서 살살 녹는 식감의 오리 누룽지 백숙이 장수(長壽) 음식으로 소문나면서 명불허전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딸려 나오는 동동 뜬 살얼음이 더 매력적인 동치미의 맛도 압권이다. 이 밖에 찰밥이 같이 나오는 한방 토종 닭백숙과 오리 누룽지 백숙 역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유황오리 훈제와 오리 주물럭, 오리 로스구이, 오리 코스요리 또한 가족 동반과 접대 차 찾은 손님들의 주문을 듬뿍 받고 있다. 전화로 예약하고 원하는 시간에 방문하여 찾아가는 손님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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