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의 지혜와 겨울철 안전 산행

겨울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하얀 눈꽃과 뚜렷하게 드러난 산맥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겨울산을 찾게 한다. 그러나이렇게 신비하고 아름다움을 맛보려는 겨울 산행이 다른 계절에 비해 위험 요소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무엇보다도 낮은 기온으로 인한 저체온증에 노출되기 쉽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옷차림에 신경 써야하는데, 두꺼운 등산복 한 벌을 입기보다 여러 벌을 겹쳐 입으면 열 손실이 적다. 이는 자작나무를 보면 알 수 있는 이치다.

자작나무는 위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시베리아나 북유럽, 동아시아 북부, 북아메리카 북부 숲의 대표적인 식물이다. 하얗고 벗기면 종이처럼 벗겨지는 수피(樹皮), 목재는 아주 단단하고 곧기 때문에 여러 지역의 많은 민족들에게 영험한 나무로 신성시해 되어왔다.

특별히 수피는 기름기가 많아 습기에 강하고 불에도 잘 탄다. 수피에 지방질이 많기 때문에 예명으로 비게나무라고 불리는 자작나무는 수피의 지방 때문에 옛날 결혼식 때 신방을 밝히는 촛불의 재료로 사용되어, 자작나무 화(), 촛불 촉()을 써서 화촉(樺燭)’을 밝히는데도 이용되었다. 또한 방수성이 우수하므로 북미 원주민들이 카누를 만들거나, 여진족들이 배를 비롯한 각종 생활 용구의 재료로 사용하였다. 과거 고구려나 신라에서 종이 대용으로 사용되었는데, 천마총의 천마도도 이 자작나무 수피에 그린 것이다. 이 모두가 수피의 지방성과 함께 겹겹이 쌓인 엷은 수피가 있어 가능한 것이다.

얇고 하얀 여러겹의 자작나무의 수피
얇고 하얀 여러 겹의 자작나무의 수피

이처럼 자작나무가 엷은 수피를 여러겹 두르고 있어서 다른 나무에 비해 추운 지역에서도 자랄 수 있는 것처럼, 겨울산행에서 특별히 피부에 닿는 옷은 땀이 빠르게 흡수, 건조되는 쿨맥스 소재가 좋다. 겉옷으로는 방수, 방풍, 투습 기능이 있는 고어텍스 소재를 입으면 될 것이다. 모자와 방한 장갑을 꼭 착용하고, 장갑이나 양말의 경우는 여분을 준비해 젖을 때마다 교체해야 한다.

자작나무의 수피는 왜 하얀색일까?

자작나무의 수피도 처음에는 다른 보통 나무처럼 갈색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갈색 껍질은 벗겨지고, 수피에 함유되어 있는 베툴린산(betulinic acid)’이라는 물질이 빛을 반사해서 흰색 빛깔로 보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무가 탈 때 자작자작소리가 난다고 해서 자작나무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겨울철 산행 시 하얗고 얇은 여러 겹의 옷을 입은 자작나무의 지혜를 생각하며 저체온증으로부터 안전한 산행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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