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가격까지 다 잡은 집

아귀(餓鬼)는 불교에서 파생했다. 배가 산처럼 크고 목구멍은 바늘처럼 좁아 늘 배고픔의 고통을 당한다고 여겨지는 육도의 중생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다.

사람이 살아 있을 때의 식탐 때문에 받는 고통이라고 한다. 특히 탱화나 지옥도(地獄圖) 등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며, 지옥 광경을 묘사한 탱화에는 흔히 장발(長髮)에 험상궂은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귀는 살, 아가미, 내장, 난소, 꼬리지느러미, 껍질 등을 모두 먹을 수 있다. 아귀는 바다 생선이다. 예전에 어부들은 아귀를 잡으면 그냥 버렸다고 한다. 아귀는 정말 못생겼다. 하지만 담백한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특히 매운탕으로 먹으면 요즘처럼 추운 겨울엔 건강에도 최고의 일등 공신이다. 주로 찜이나 매운탕의 재료로 이용되는데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주당의 입에도 안성맞춤이다.

저지방 생선으로 다이어트에 좋으며 단백질이 풍부해 필수아미노산 보충에도 좋다. 껍질에는 콜라겐 성분이 있어 피부 건강에 탁월한 효능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성장발육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자녀에게 자주 먹여도 탈이 없다.

중부권 최대의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에 위치한 [선미식당]을 찾았다. 오랜 기간 ‘아귀탕’으로 소문이 짜한 집이다. 이른바 ‘먹자골목’에 위치한 [선미식당]은 주인 내외의 친절한 접객부터 남다르다.

푸짐한 콩나물과 미나리, 생선, 기타 양념이 어우러져 팔팔 끓기 시작하기 전부터 식욕과 술탐을 동시에 호출한다. 글을 쓰는 작가이다 보니 시중에서 소중한 우리 한글을 오용하는 경우가 잦음을 발견하게 된다.

맞춤법이 틀린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귀찜’을 아구찜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순대국은 ‘순댓국’으로 써야 한다. 오뎅탕은 ‘어묵탕’으로 써야 하며 소세지는 ‘소시지’가 옳다.

오뚜기는 ‘오뚝이’가 맞고, 닭도리탕은 ‘닭볶음탕’이 맞다. 만두국 역시 ‘만둣국’이 올바르며 생일에 자주 찾는 케익 또한 ‘케이크’로 써야 한다. 간혹 꽁짜로 얻어먹는 술과 밥도 ‘공짜’가 맞는 표현이다.

아무튼 대전시 동구 중동 82-43 중앙시장 먹자골목 중간에 위치한 [선미식당]의 아귀탕은 상호의 의미처럼 신선하고 산뜻한 맛의 그 선미(鮮味)가 남다르다. 낙지탕과 곱창전골, 낙곱전골, 낙지전골도 그 맛이 시원하고 웅숭깊다고 소문이 났다.

[선미식당]의 전화는 042-256-1049이며 새벽에 문을 여는 전통시장답게 오후 8시면 문을 닫는다. 아귀탕은 1인분에 9천 원이어서 부담도 없다. 동행한 문인 형님께서도 “맛과 가격까지 다 잡은 집”이라며 칭찬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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