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의 다름을 인정하자

가장 과묵한 남편은 가장 사나운 아내를 만든다.

남편이 너무 조용하면 아내는 사나워진다.

- 디즈레일리

 

 

아내의 애칭으로 나는 얼퀸이라 부른다. 얼퀸의 뜻은 첫째 얼짱 퀸이다. 내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밥상이 술상이다. 항상 술상을 차려놓고 기다린다. 그래서 얼짱 퀸?

둘째는 얼렁뚱땅 퀸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무슨 일을 저질렀을 때나 내가 잔소리를 할 때 , 아내가 불리할 땐 얼렁뚱땅 말 돌리기를 잘한다. 그래서 붙인 별명이며 내가 부르는 애칭이다. 그런 아내는 사 형제의 장남인 나를 만나 돌아가신 할머니 어머니를 모시며 불평 한마디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엔 동생들을 어머니처럼 챙겨 줬는데, 가끔씩은 장남의 짐이 나에겐 크게 느껴져서 동생들의 흉을 보면 아내는 동생들의 편을 든다.

처음엔 내 편을 안 들고 동생들 입장을 얘기할 때면 화가 나서 부부싸움을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리 가족이 우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얼퀸을 칭찬했으니 흉도 봐야지. 부부가 살다 보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얼렁뚱땅 퀸은 가끔씩 화장실 문을 열어 놓고 볼일을 보는 습관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잔소리를 했는데,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나도 집에 아

무도 없을 때 화장실 문을 열어 놓고 사용해 보니 답답한 화장실보다는 문 열고 일 보는 게 답답한 기분도 안 들고 기분도 좋고 개운함을 느꼈다. 부부는 그렇게 사소한 것도 닮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30년 전 결혼했을 때도 처갓집 화장실은 재래식이었고, 외양간 옆의 구석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화장실 문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20여 년의 생활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저마다 부부로 연을 맺어서 살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 조금만 관심과 배려로 이해한다면 싸울 일도 없겠지.

갑자기 장인어른과 외모와 풍채가 비슷하신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나의 아버지는 과묵하시고 모든 일에 열정이 있으시고 도전하시는 분이셨다. 고향이 덕적도이신데, 인천에서 그 당시 고등학교도 나오시고 태권도 선수도 하시며 부족함 없이 지내셨다. 어머니와 혼인 후 어머니의 만류에도 방앗간 사업도 하시고 배도 구입해서 덕적도에서는 남부럽지 않게 지내셨다.

초등학교 때 도련님 소리를 들으며 과외까지 하면서 인천 도시로 나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따르는 것처럼 배가 풍랑을 만나 잘못되면서 충격으로 아버지는 40세에 돌아가셨다. 남자들은 투자할 때 과감하다. “모 아니면 도다.”로 지나고 보니

우리 가족에겐 빚만 남겨졌다.

그 당시 나는 중학교 1학년, 동생들 셋과 할머니, 어머니의 너무도 큰 충격을 뒤로하고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빚을 갚느라 너무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답은 없다. 남자들에게 사업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그래도 아내 말을 들으면 가정이 힘들어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어머니는 힘든 나날을 보내며 모든 빚을 갚아서 사 형제에게 빛을 안 물려주시려 열심히 일하셨다.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것을 나의 어머니를 보고 새삼 느꼈다.

30대 중반에 혼자되셔서 고생하셨던 어머니를 뵐 때마다 너무도 안쓰럽기도 하지만 장남이란 무게가 더 나를 힘들게 했다.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첫 발령지인 홍성 금마지서 관사에서 생활을 하다가 홍성경찰서로 발령이 나서 박봉에 방 값이 없어서 6개월 정도 나는 온양 처갓집에서 홍성으로 출근하고 아내는 인천에서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들을 챙기며 시집살이를 했다.

나의 걱정과는 반대로 나의 아내는 시집살이가 아니라 할머니, 어머니, 동생들과 딸처럼 친구처럼 너무도 잘 지냈다. 그런 고마움에 나는 한 번도 아내가 어떤 일을 한다고 하면 반대를 안 한다. 그러나 항상 살면서 시련은 있다. 어떤 때는 반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힘들 땐 힘든 상황이 고스란히 내 몫이 된다.

지금도 아내의 무리한 투자 덕분에 생활은 힘들지만 그 덕분에 책 쓰기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좋은 표현으로 말한 것이고,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아내 말 믿으면 개고생할 때도 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익숙한 것, 즉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후회하거나 환경과 세상 탓을 하게 된다. 내가 자주 주장하는 말 중에 하나가 ‘가난은 세습된다.’이다. 5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이론과 현실에서 많이 보고 깨달은 결론 중 하나이다. 이 말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내 지인 중에 사업이 한참 잘나가던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의 형수는 너무 잘나가는 선배를 보면서 항상 불안감을 갖고 친정 동네에 산과 창고 부근 땅들이 저렴하게 매물로 나온 것을 알고 선배에게 토지를 사달라고 하였다. 그 선배는 그때 당시 가격이 싸서 처갓집 명의로 그 땅을 구입해 주었다.

몇 년이 지나서 잘나가던 선배의 사업이 부도가 나고 말았다. 그 후 우연히 만난 선배는 예전보다 훨씬 더 편안해 보여서 안부를 물으니, 부도 후 형수의 요청으로 구입한 산과 토지들이 개발되어 토지 가격이 올라서 다시 재기를 하였다고 한다. 선배는 형수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보기 좋았다. 깨달은 것은, 누구든 사업을 하더라도 본인의 모든 재산을 투자하지 말고 비상 실탄, 즉 ‘내 가족이 먹고살 수 있는 얼마의 재산은 남겨 두고 투자하면 패가망신하고 가정이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미국의 수필가 워싱턴 어빙은 ‘가정에서 아내에게 기를 펴지 못하고 지내는 남편은 밖에서도 굽실거리며 쩔쩔매게 된다.’라고 말한 의미를 되새기면서 나의 참모습 사연을 소개해 본다.

나는 결혼을 하고 두 개의 화장실이 있는 집에 살아온 지가 만 20년째 이다. 그런데 아내는 그 기간을 살아오면서 화장실 청소를 제대로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아울러 비데가 두 대가 설치되어 있어 렌털로 관리하고 있으나 관리 기간이 길어 수시로 청소를 해야 하는데, 이것도 역시 항상 나의 몫이다. 언제나 화장실 한 곳을 청소를 하고 나면 아내는 청소를 한 화장실에 가서 사용 후 어지르고 나온다.

아내의 잔소리가 아니라 내가 아내를 잔소리하며 살고 있는 오늘도 ‘순간순간 도를 닦고 살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챙길 수 있는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다. 또한 단점이 많고 나에게 잔소리도 많이 듣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깔나게 차려 주는 아내를 나는 사랑한다.

결혼사진을 보면 ‘닮은 사람한테 끌려서’인지 닮은 부부가 많다. 그래서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노스캐롤라이나대학과 암스테르담대학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유럽계 부부 2만 4622쌍을 대상으로 이를 입증하는 실험을 진행한 뒤 이를 〈네이처 인간 행동〉 저널에 발표했다. 배우자 중 한 명의 체질량지수와 키 정보를 분석한 뒤, 이를 통해 상대 배우자의 체질량지수와 키를 예측한 것이다. 연구진이 예측한 자료와 실제 배우자의 특성은 상당히 비슷하게 나타났다.

학업 수준과 IQ 등을 비교한 결과도 동일하게 조사됐다. 연구진은 “배우자의 선택은 어떤 유전체를 물려주느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배우자를 욕하는 자, 어쩌면 누워서침 뱉기를 하고 있지 않은지, 나도 이 책을 쓰면서 다시 한번 나를 돌이켜 봐야겠다.

어느 날 우연히 지인분의 소개로 연락이 왔다. 1권의 『위대한 고객』을 읽은 어떤 분이 나를 교회로 전도하기 위하여 만나자는 것이다. 처음엔 흥미가 생겨 성경 공부를 하면서 성경 필사와 책 쓰기를 비교하게 되었다.

성경의 전체 글자 수는 1,318,129자, 영어로는 3,566,490자라고 한다, 성경의 구조, 구약 39권과 신약 27권으로 총 66권이다. 저자는 약 40명이며, 기원전 1500년경부터 기원후 96년경까지 약 1600년에 걸쳐 기록됐다.

구약은 하나님의 옛 언약(약속)이 담겨 있으며, 당시 백성들은 옛 언약을 지켰을 때 축복을 받았다. 신약은 하나님의 새 언약이 기록돼 있으며 신약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은 새 언약을 지켜야 축복을 받는다. 그러나 신약은 똑같이 27권이지만, 구약은 가톨릭이 46권, 개신교가 39권이다. 그래서 가톨릭 성경은 73권, 개신교는 66권으로 권수가 다르다.

나의 첫 번째 책은 269페이지, 탈고 전에는 600페이지 이상에 달했다. 집필한 기간은 2년하고도 6개월이 소요되었는데, 성경책 내용 쓰기(필사)는 기존에 기록된 내용을 보고 그대로 쓰는 것이지만, 나의 책은 이 세상에서 전무한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것으로 피나는 노력이 있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우리말에서 ‘개’가 붙으면 부정적인 뜻이 된다. ‘개고생’은 ‘고생’에 ‘개’가 붙어 ‘극심한 고생’을 말한다. 벌집 속 야생 상태의 꿀을 ‘개꿀’, 나리꽃 중에서 질이 제일 떨어지는 게 ‘개나리’, 보릿겨 따위를 반죽해 찐 떡이 ‘개떡’, 살구보다 맛이 시고 떫은 게 ‘개살구’,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할 때 ‘개’가 쓰인다. ‘개꿈’은 헛되고 황당한 꿈을 일컫는다.

헛된 죽음은 ‘개죽음’, 쓸데없는 소리는 ‘개나발’이다. ‘개고생’, ‘개망신’은 어감이 자극적이고 듣기에 거북해 비속어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단어들도 사전에 있는 표준어다. 개고생이란, 비속어가 아니라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이라는 뜻의 엄연한 ‘표준어’이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변화가 생겼다. 심한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잠을 설치고 아내의 예민한 반응을 보면서 책을 계속 써야 할지 갈등이 생겼다.

심혈관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심혈관계질환은 심장질환과 혈관질환을 포함하는 매우 광범위한 질환으로, 심근경색, 고혈압, 심부전, 부정맥, 심근증 및 동맥경화 진행에 의한 허혈성 심장질환 등이 주요 심장질환이며, 혈관질환은 뇌졸중과 말초혈관질환 등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심혈관계질환이 세계적인 사망률 29%로서 1위를 차지하였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암과 뇌혈관질환 다음으로 심장질환이 41.5명(인구 10만 명당)으로 3위로 나타났다.

심혈관계 질환을 분석한 결과 기혼자는 미혼자와 비교했을 때 혈관계통 질병에 걸릴 확률이 5% 낮았으며, 복부대동맥류 이상,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에 걸릴 확률은 각각 8%, 9%, 19%나 낮고, 50세 이전의 경우 기혼자는 미혼자보다 혈관계질환에 걸릴 확률이 12%나 낮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연구진의 국제학술지 〈정신신경내분비학〉에 따르면 결혼 생활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농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미국 건강한 성인 남녀 572명의 타액을 24시간 동안 1시간마다 채취한 뒤 코르티솔 농도를 분석했다. 결혼을 한 사람들의 코르티솔 농도는 혼자 살거나 이혼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낮았다. 이와 반대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진의 실험에 의하면 결혼 생활이 항상 건강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결혼한 사람들 중에 신혼 때 급격하게 살이 찌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유럽 9개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에 살고 있는 1만 226명의 체질량지수와 식사 패턴, 운동량 등을 조사한바 기혼자나 동거를 하는 사람들의 체질량지수가 미혼자와 비교했을 때 높게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적정 체질량지수는 18.5~25다. 과체중은 25~30, 비만은 30 이상이다. 솔로 남성의 경우 체질량지수는 평균 25.7을 기록한 반면 기혼 남성은 26.3으로 다소 높게 나타났다. 여성 역시 미혼자는 25.1, 기혼자는 25.6로 수치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의미 있는 결과이다. 남성들의 경우 기혼자는 미혼자보다 상당히 식사를 잘 챙겨 먹지만 그만큼 운동량이 적어 건강에 꼭 좋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부부 생활이 만족스러울수록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 식사를 잘 챙겨 먹는 반면 운동량은 떨어지면서 체중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나 자신도 결혼 후 몸이 많이 불었는데, 그러면 우리 부부 사이가 좋아서 그러한지 자문자답해 본다.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남의 취향에 맞는 아내(남편)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아내(남편)를 구하라.”라고 강하였다. 그러나 이 말을 직역하면 “아내 말 믿지 마라, 개고생한다.”라는 말과 상반된다. 상대를 배려하고 자신의 입장에서보다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면 당신이 희망하는 참된 삶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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