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들에게 축복을

오늘은 동지(冬至)다. 이십사절기의 하나인 동지는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에 든다. 북반구에서는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

동지에는 음기가 극성한 가운데 양기가 새로 생겨나는 때이므로 일 년의 시작으로 간주한다. 이날 각 가정에서는 팥죽을 쑤어 먹으며, 과거 관상감에서는 달력을 만들어 벼슬아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관상감(觀象監)은 조선 시대에, 예조에 속하여 천문(天文), 지리(地理), 역수(曆數), 기후 관측, 각루(刻漏) 따위를 맡아보던 관아를 말한다. 세종 7년(1425)에 서운관을 고친 것으로 고종 32년(1895)에 ‘관상소’로 고쳤다.

동짓날에 팥죽을 끓여 먹는 풍속은 오래전부터 습관이었다. 또한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기에 앞서 대문이나 장독대에 뿌리면 귀신을 쫓고 재앙을 면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사하거나 새 집을 지었을 때에도 팥죽을 쑤어 집 안팎에 뿌리고, 이웃과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또한, 병이 나면 팥죽을 쑤어 길에 뿌리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팥의 붉은색이 병마를 쫓는다는 생각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한다.

동짓날을 맞아 오전에 보문산의 모 사찰을 찾았다. 대웅전 앞의 새하얀 숫눈(눈이 와서 쌓인 상태 그대로의 깨끗한 눈)은 더욱 살가웠다.

눈보라가 제법 요동치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불자들이 많이 오셨다. 법당에서 가족의 건강과 함께 이 세상에서 양심 있고 착한 사람들에게 모두 부처님께서 너른 자비와 축복을 주시길 발원했다.

절을 한 뒤 나와서 동지 팥죽을 한 그릇 얻어먹으려 별당으로 들어섰다. 순간 액자에 담긴 그림과 글이 마음을 강탈했다. 인용한 정호승 시인의 글이 정말 압권이었다.

=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팥죽과 같이 떠먹는 동치미 국물도 시원했다. 팥죽 먹은 그릇을 반납하려니 보살님께서 달력을 하나 주셨다. 절에서 주는 달력은 음력이 병기되어 있어서 참 좋다.

또한 달력의 뒤에는 계묘년 1년의 조견표(早見表)라 하여 나이와 띠, 삼재명, 복단일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무언가를 알아보고자 할 때 더욱 효율적이다.

눈은 계속하여 내리고 있었다. 절을 내려와 802번 시내버스를 기다리노라니 대학원 동기 중 한 분이 송금하신 금액이 나의 다섯 번째 저서로 출간 예정인 크라우드 펀딩 후원 출판 지원금으로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떴다.

참으로 감사했다! 이제 내일(12월 23일)이면 올해 좋은 인연으로 만나 공부하고 화기애애의 뒤풀이까지 풍성했던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MBA) 과정도 종강이다. 뒤풀이로는 화려한 쫑파티까지 준비되었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만만하다.

"우리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54,55기 원우 여러분 ~ 올해 여러분들 덕분에 정말 보람되고 행복했습니다. 2023년에도 초행진강(招幸進康)과 만사형통(萬事亨通)으로 하시는 일에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축원합니다. 꽃이 진다고 해도 그대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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