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한 그릇, 따뜻한 배에서 따순 심장으로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창동의 보은사에는 아침불공을 드린 후 분주하다.

내일 있을 팥죽나눔을 위해 모두가 팔을 걷어 부치고 새알을 빗고 있다.

불자들이 새알처럼 둥그렇게 둘러앉아 새알을 빗고 있다.
불자들이 새알처럼 둥그렇게 둘러앉아 새알을 빗고 있다.

 

우리 일행은 도제스님(주지스님)과 차담을 나눌 요량으로 보은사에 들렀는데, 스님께서도 바쁘시다.

손님들을 맞이하시면서 새알을 빗는 불자들을 챙기시는 도제스님께,

"동지팥죽은 불교문화도 아닌데 그리 애쓰십니까?" 여쭈었더니,

"동지팥죽이 불교문화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이웃과 즐겁게 나눔을 할 수 있으면 된거지요."하신다.

보은사 주지 도제스님
보은사 주지 도제스님

우리 일행에는 불자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따뜻한 동지팥죽 나눔과 같이 이웃들을 살피시고 돌보시는데 늘 솔선수범하시는 도제스님께 자연 합장하게 된다.

도제스님께서는 그렇게 차갑고 삭막해져가는 오늘의 도시를 데우고 계셨다.

 

내일 광산구를 지나갈 요량이라면 일부러라도 보은사에 들를 일이다.

어쩌면 도제스님과 불자들 덕분에 팥죽 한 그릇 공양으로 세상을 향한 따순 심장을 되돌려 받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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