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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인,서정현 작가의 책쓰기 실전 팁 80가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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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민기자협회
등록일
2017-06-12 16:29:05
조회수
1792
윤석인,서정현 작가의 책쓰기 실전 팁 80가지 -2-

책을 낸 순간 메신저가 된다

《존재와 시간》은 1927년에 출간되자마자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를 유명 인사로 만들었다. 20세기 철학의 기본 교재가 된 이 책은 막스 도이치바인 교수가 아니라면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일화가 있다.
도이치바인은 교수였다. 그의 아버지는 영문법 책들을 저술했고 그도 영문학과 언어학에 관한 저서를 꾸준히 출간하며 명성을 얻었다. 이런 업적을 바탕으로 학계에서도 성공했다. 1919년에 저명한 마르부르크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어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동료, 제자들과 함께 학자의 길을 걸었다.
도이치바인과 달리 하이데거는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집안 사정이 넉넉지 못했으나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해 장학금을 받고 김나지움에 다녔다. 프라이부르크 대학에 들어가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거장 하인리히 리케르트 밑에서 공부하며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이후 현상학의 창시자인 에드문트 후설이 교수로 부임하자 조교로 일하며 사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1922년 하이데거는 마르부르크 대학에 부교수로 부임했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곳은 하이데거가 적응하기 어려운 사회였다. 동료들과 어울리지도 않았고 책 한 권 출간하지 않은 채 10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당시 철학대학 학과장이었던 도이치바인은 하이데거가 훌륭한 스승이라는 평판에 정교수직을 받도록 추천해주었다. 하지만 독일 교육부에서는 저술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도이치바인은 훌륭한 학자가 퇴출될까 봐 전전긍긍했다.
‘출간하거나 아니면 사장되거나’ 이것이 당시 대학 풍토였다. 도이치바인은 하이데거에게 당장 무엇이라도 출간하라고 설득했다. 그런 이유로 하이데거는 산장 오두막에 칩거하면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결국 한 달이 지나《존재와 시간》을 완성했다.
도이치바인의 압력이 아니었더라면 책은 출간되지 못했을 것이다. 출간은 정교수직을 따낼 명분과 실리를 제공했다. 지금 도이치바인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이데거를 유명하게 만든 저술을 내도록 도운 사실 하나로 서양 철학의 역사를 바꾸었다. 전문가에게도 다른 분야 전문가는 필요한 법이다.

여기에서 강조하는 것도 이것이다. 한 분야 최고라는 것을 책으로 증명하라는 것이다. 형식이 먼저이든 내용이 먼저이든 그것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책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내용이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다. 현재 일에서 정체되거나 더 나아가고픈 욕구가 있거나 한 분야 정점을 찍고 싶다면 책이라는 1인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 저서로 확실하게 퍼스널브랜딩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개인의 시간당 몸값은 10만원부터 ~10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어떤 방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느냐에 따라 시간은 마법을 부린다. 우리는 이런 시간의 속성에 대해 알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사는 것보다 부가가치 있는 삶을 노린다. 많은 시간 일한다고 잘사는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하다. 일은 핵심을 얼마나 관통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불특정 다수, 불특정 소수, 특정 다수, 특정 소수

자신의 실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인가부터 알아야 한다. 더 영향력을 퍼뜨릴 수 있는 영역부터 알아야 시간활용도 할 수 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불특정 다수 영역이라면 서비스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전문가를 상대로 하는 특정 소수 영역에 비해 감정노동이 많다. 자신이 상대해야 할 시장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영역에 따라 사용할 도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속성으로부터 시간관리를 우월하게 해낼 수 있다.
시간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원이라고 할 때 어떻게 영향력을 퍼뜨릴 수 있을까. 이때 책은 시공간 초월하여 분신처럼 일하는 아바타와 같다. 책을 낸 순간 하나의 키워드에 대해 메신저가 된다.


책읽기는 어느 날 책쓰기로 진화한다

지금은 책이 많아도 잘 읽지 않는 시대이다. 중세만 보더라도 성직자나 상류층이 아니면 글을 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고급 정보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루어졌다. 대중은 문맹이라는 까마득함 어둠 속에서 헤맸다. 신분상 간극을 두었던 문자야말로 계층이동을 가로막았던 강력한 도구였다. 대대손손 계급을 영속시킬 수 있었던 이 장치는 목숨을 걸고라도 지킬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런 글은 인쇄술로 말미암아 대중의 곁에 왔다. 평등의 물꼬가 터진 것이다.
이젠 평생 다 읽지도 못할 문장들에 둘러싸여 산다. 시공간 초월하여 청계천에 앉아 하버드 대학의 전공서를 읽을 수 있으며 여의도 공원에서 피렌체 역사를 읽어낼 수 있다. 아프리카 역사든 브루클린의 예술사든 유럽의 신화든 마음껏 지적 탐험을 할 수 있다.
예전 ‘글’이라는 강력한 도구는 이젠 ‘미디어’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미디어끼리의 경쟁이다. 많은 것들이 세계를 구성하는 몇몇 미디어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진행된다. 그래서 CNN 자체 이슈든 구글 검색이든 순수한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세계의 이해관계자들은 미디어를 활용하여 부나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적인 시나리오는 진행되고 있다.

책이라는 1인 미디어를 갖는다는 것은 개인에게 역사적인 사건이다.

소비자는 물리적인 임계점을 넘으면 어느 순간 생산자로 전환한다. 독서가로 산 지 20년~30년 이상 세월을 보낸 사람이라면, 메모하고 글 써온 지 10년 이상 세월이 흘렀다면, 한 분야에서 풍부한 전문 서적을 읽었다면, 오롯이 한 길에서 산증인이 된 사람이라면 어느 날 생산자로 전환된다.
이런 의미에서 방점을 찍은 지식 소비자는 어느 덧 책쓰기라는 지식 생산자의 대열에 진입하고 있다. 책읽기라는 엄청난 양의 배경지식이 쌓였다면 이제 주체적인 생산자로 진화한 것이다. 50년을 지식의 소비자로 산들 지적 갈증을 메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카테고리는 다르다. 생산자는 읽을 때마저도 생산과 연결 짓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하나를 읽더라도 의식이 다르다. 단순 소비가 아니라 의식 자체가 하나의 개념을 창조하는 일에 익숙하다. 물건의 생산도 쉽지 않지만 지적 생산이야말로 지식공장의 공장장이라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책 한 권에는 한 분야에 대한 철학, 신념, 핵심, 노하우, 경험, 시행착오, 필살기, 비법, 절차 등이 녹아난다. 이것을 바탕으로 저자와 독자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책은 듣기로 작정한다면 두세 시간 강의를 훌쩍 뛰어넘는다.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만 있다면 그 이상이다. 10년 이상 전문가 노하우로 집필된 책은 한 분야 입문을 돕는 것이다.

《당신을 보는 세상의 관점》에서 저자는 “경쟁은 사람들을 밀어붙여 최고의 능력을 끌어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햄스터처럼 쳇바퀴 돌리며 남들과 똑같은 방향으로 더 빨리 가도록 강요할 수도 있다. 더 잘하기보다 ‘다르게 하기’가 낫다. 다르게 하기는 이미 당신 안에 내재된 특성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반드시 경쟁자보다 더 잘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은 이미 다르다.”라고 했다.
그렇다. 시장이 점점 더 붐빌수록 ‘강점’보다 ‘차별점’이 중요해진다. 나이 들수록 느끼는 것은 시간은 빨리 가고 몸은 모자란다는 점이다. 특히 인생2막부터는 에너지 관리를 다르게 해야 한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어떤 차별화로 두각을 나타낼 것인가. 이것이 우리 모두의 화두이다. 경쟁하듯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나의 구분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그 구분의 으뜸은 책쓰기다. 진정성을 가진 저서 한 권이야말로 명함 대신 상대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통째로 건네는 일이다. 하나의 키워드에 대해 메신저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메신저는 다른 자본보다 저서라는 자본으로 시간의 물리성을 뛰어넘을 수 있다. 당신은 어느 분야의 메신저인가.


1주일에 1편이면 1년에 48편이 된다

아서 밀러는 인터뷰에서 “규칙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작업실에 틀어박혀 글을 쓰고는 갈기갈기 찢어버립니다! 그런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가끔 뭔가에 자극 받으면 바로 그 자극에 따릅니다. 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맞으며 쇠막대를 쥐고 어슬렁거리는 사람이라 할까요?”라는 말을 남겼다.
대가도 이렇게 원고 쓰기에 대해 두려워한다. 잘 쓰는 사람은 잘 쓰는 대로 못 쓰는 사람은 못 쓰는 대로 글쓰기란 두렵다. 하지만 한 줄씩 써내려갈 때 원고는 어느 사이 하나의 개념을 드러낸다. 이것이 쾌감을 준다. 무형이 유형화되는 작업은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매일 하루 한 개의 블러그 포스팅도 좋다. 글을 올리고 주변과 교감한다면 더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게 된다. 하루 1편의 글은 적어 보여도 40일 모이면 40편이 된다. 책 한 권의 목차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하루 1편이라는 글은 힘이 세다. 하루 일정량의 시간을 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자기 투자인 셈이다. 이런 자기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원하는 미래와 만날 수 없다.

1주일 한 편 X 48주 = 48편 → 책 1권(250~270P)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책 쓰기이다. 지인 중에 서른 안 된 변호사가 있다. 그런데 1년 동안 매주 1편씩을 기고해왔다. 어느 덧 48편의 원고가 모아졌다. 본인도 놀랐다. 1년을 기고했기 때문에 오로지 써나가는 데만 집중했다. 이제 기존 원고를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으로 나누어 장을 만들어 그 아래 각 꼭지를 정돈하는 일만 남았다. 이른바 목차 구성이다. 올해는 다른 키워드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그녀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이 48편을 계기로 더 많은 위시리스트를 이루리라고 본다.

만약 30대 초반의 전문가가 현업에 대해 쓴다면 40대가 되면 어떨까. 모르긴 해도 어느 정도 고지 위에 있을 것이다. 책이 출간되고 나면 강의나 지식 나눔, 칼럼 기고 등 다양한 일이 늘어난다. 가치를 찾으려고만 한다면 현업에서 그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사소하게 원고 쓰기를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출간 후에는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 어느 일이든지 진입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출간 후 세계에는 일련의 과정이 기다린다.
저자가 하나의 키워드에 바친 열정은 저서로 보답받을 수 있다. 저서로 증명해보이면 활동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전문가라고 하여도 역량을 강화하는 일은 평생 이루어져야 한다. 업데이트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매일 일정량을 쓰는 것은 자연스럽게 내공을 키우는 일이다. 강점이라고 하여도 지속적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삶은 마감이라는 유한성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일정한 범주 에서만 가능하다. 전문가라면 현업에 대한 증명은 필수다. 이 일이 왜 중요한지, 문제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왜 이 솔루션을 적용하는지 등 누구보다 노하우가 풍부하다. 세상에 무수한 업이 있지만 같은 업에서도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기업에서 잘 나가는 B가 있다. 바쁜 직장생활에서 책 한 권을 냈다. B는 조직에서의 갈등을 역사적인 사례를 통하여 연결하여 메시지를 던진다. 역사를 인문학적으로 잘 풀어낸다. B의 이러한 강점은 틈틈이 글쓰기로 이어진다. B는 “글쓰기 시작 이후로 불안하고 막막한 상황에서 벗어났다.”라는 말을 했다. 지금 잘나가가고 있더라도 언제 상황이 달라질지 몰라 내심 불안했던 모양이다. “만약 회사에서 한직으로 자신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한직에서마저 충실할 수 있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것은 역사적인 인물 탐구로 글쓰기를 지속하고 있는 데서 오는 자신감이다. 저서 한 권이 든든한 배짱을 키워줬다. 직장 생활 내내 틈틈이 쓰고 있는 원고는 B의 자산이 될 듯싶다.
서평가 이현우는 “에세이는 틈틈이 써두었다가 전체적으로 큰 틀에 맞춰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책을 낸다”라고 했다.《적자생존》에서 말했듯이 1주일에 1편 씩만 쓴다고 하더라도 48주면 48편을 쓰게 된다. 1년에 하나의 콘셉트를 지닌 책이 탄생할 수 있다. 그러면 10년이면 10권이다. 책쓰기에 대한 공식은 이러하다.


책은 좋은 ‘밈(Meme)’을 퍼뜨린다

혜민스님의《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는 힐링을, 법륜스님의《인생수업》에서는 죽음에 대한 해탈을, 《조훈현 고수의 고수법》에서는 포커페이스를,《하버드 새벽 4시 반》에서는 치열함을, 《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에서는 멘토링을, 《원씽》에서는 우선순위의 중요함을, 《광고천재 이재석》에서는 상상력과 창의력에 대해 나눌 수 있다.
책은 ‘나눔’을 향한다. 흔히 물질만 나눌 수 있다고들 생각하지만 정신, 철학, 신념, 의지, 소명, 비전을 나눌 때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자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주변에 퍼뜨릴 때 공유의 기쁨은 커진다. 의미있는 풍요의 쾌락이 오감의 경계를 넘나든다.
책은 동반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슬그머니 건네는 한 권의 책에는 암묵적인 말이 오고간다. 우리는 하고 싶은 말 대신 책을 건넬 수 있다. 하물며 저서를 건넨다면 포만감은 말할 수 없다. 그 책에는 3박4일 해도 모자랄 말들이 섞여있다. 책의 면지에 사인을 담아 선물할 때 우리는 상대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책에 사랑이 물드는 것이다.

당신에게도 나눌 것이 많다. 혼자만 알다 세상을 떠나지 마라.

어차피 우리는 지구에 있는 동안 빌려 쓰다 간다. 빌려온 경험이나 지식을 재구성하여 펼쳐놓을 때 세상은 진화한다. 진정성만 있다면 말이다. 상업성보다 진정성이 먼저다. 얼마나 상대에게 도움 줄 수 있느냐를 생각하면 된다.
묵향천리(墨香千里)라는 말이 있다. 묵의 향기는 천리를 간다. 소소한 글쓰기의 덕은 그만큼 깊고 오묘하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써낸다면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물질적 존재로만 살다가는 것보다 정신도 함께 충만해진다면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21세기, 파편화된 시간을 살지 않으려면 하나의 인생철학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그 철학은 책읽기에서 책쓰기로 전환한 삶에서 더 진하게 묻어난다.
모방처럼 비유전적인 방법을 통해 전달되는 문화의 요소를 ‘밈(Meme)’이라고 부른다. 밈을 많이 퍼뜨리는 생활을 하는 사람은 주로 작가, 예술가, 기자, 방송인, 영화배우, 음악가 등이다. 이들은 창조력과 예술적 성취는 밈을 복사하고 사용하고 퍼뜨리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주위 작가들은 에너자이저들이다. 서로를 격려한다. 물이 아주 좋다. 아이디어라도 떠오르면 메일이나 전화로 건넨다. 다른 작가에게 알려준 것은 다시 부메랑이 되어 온다. 상대가 성장하면 그만큼 함께 성장하기 때문이다. “A 작가가 있어 고마워”라는 말이 나올 만큼 동반성장에서 오는 희열을 포기할 수 없다. 함께 성장한다는 것은 동시대를 같이 호흡한다는 의미다. 이것은 비단 작가들만의 공유는 아니다. 누구나 마음만 열고 함께 성장하기로 한다면 동반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 사명에 도달하고자 글을 쓴다.

모든 것은 결국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것과 관련된다. 좋은 밈을 퍼뜨리는 작업은 묵향천리에 있다. 많이 읽었다면 다음은 쓸 차례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정확한 문장은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이 아니라 사태의 본질에 대해 정확한 인식에 도달함으로써 다른 어떤 문장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문장을 뜻한다.”라고 했다. 이것은 업인 평론에 대해 정확히 핵심을 꿰뚫은 말이다.
말과 글은 표현의 도구이다. 머릿속에 아무리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현재적인 의미재구성을 통해 풀어놓지 않는다면 의미없다. 세상에는 의미로 꿰어지지 않은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방대한 지식이 하나의 콘셉트로 꿰어지지 않는다면 단순 자료일 뿐이다.
그런 이유로 책쓰기는 현업에서 일가(一家)를 이루는 것을 돕는다. 1인1업은 전파해야 할 하나의 정신이다. 책쓰기는 혼을 담은 1인1업이 완성도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누구나 1인1업 천직이라면 핵심을 뚫고 하나의 계통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경험과 경력에서 나만의 키워드를 찾는다

《인생편집》에서 인생 자체를 한 권의 책에 비유했다. 10대 에피소드 10개, 20대 10개, 30대 10개, 40대 10개, 50대 10개…. 이런 식으로 인생 자서전의 꼭지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누구나 1년에 하나 정도 기억할만한 에피소드는 있고 이것을 모으면 자서전이 된다. 그것이 현재의 나를 형성했다. 상처는 상처대로 기쁜 일은 기쁜 일대로 오늘의 삶을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자서전 쓰기는 의외로 쉽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만 모으면 한 권의 책이 된다. 에피소드 모음이 자연스럽게 ‘나’를 이룬다.
인생을 정리해보는 작업은 부모님 회갑선물을 비롯하여 누구나 50대 이상이라면 꿈꿀 수 있다. 산티아고는 순례여행은 못 가더라도 현재 공간에서 하기 쉬운 인생정리법이다. 에세이 정도 쓸 수 있는 자녀라면 부모의 구술을 바탕으로 원고를 작성해줄 수도 있다. 물론 간간이 사진을 첨가하면 좋다. 이런 사적인 내용은 자비출판의 범위에 속한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차이는 타인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차이다.
우리는 각자 나이별 꼭지를 살아간다. 몇 학년 몇 반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만약 35세라면 3장의 5번째 꼭지를 살아가고 있다. 한 꼭지가 A4 2~3장이기 때문에 1년을 다 표현할 수 없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부터 한 꼭지가 완성된다. 그렇게 인생 자서전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가고 있다. 어느 꼭지라고 소홀히 넘어갈 수 없다. 모든 꼭지는 점과 점으로 연결되고 있다. 각자 인생에서 감독이나 작가인 것이다.
세상은 내가 편집한 대로 살아가게 된다. 단지 편집이 편견이 되지 않으려고 많은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거나 사람을 만나면서 균형을 잡는다. 다양한 관점을 얻기 위해서다. 중요한 것은 한 권의 책이든 한 편의 영화든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명한 어린이 책《마녀를 잡아라》에 등장하는 할머니는 어머니에게서 가져온 캐릭터다. 로알드 달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캐릭터로 만든 것이다.
유년에 대한 자전적 소설《보이》을 참조하면 로알드는 아홉 살에 기숙학교에 들어간다. 학창 시절은 우울하고 쓸쓸했다. 억압적인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다행인 것은 어머니의 무한 사랑이었다.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지탱하는 데 힘이 되었다. 로알드는 가족이 그리울 때마다 편지를 썼다. 거기에는 어머니가 좋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머니가 생일 선물로 보내준 롤러스케이트를 타다 벌어진 이야기 같은 것이다.
편지는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1967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보내진다.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던 때, 아프리카의 셸 정유회사에 다니던 때, 2차 세계대전 당시 지중해에서 공군으로 복무했던 때까지 32년 동안 지속된다.
어머니는 아들이 보낸 편지를 한 통도 빠짐없이 모아 깔끔하게 정리해두었다. 이렇게 모은 편지는 1925년부터 1945년에 이르기까지 모두 600통이 넘는다. 로알드는《보이》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이라는 문장으로 어머니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살아온 경험이나 경력은 모두 유용하다.

현재 ‘자아실현연구소 소장’이라는 의식으로 살아가도 있다. 모든 활동은 읽고 쓰기를 통하여 타인의 자아실현을 돕기 위한 것이다. 천직의 퍼스널브랜딩을 포함한 것이다. 각자 인생은 태어난 것만으로도 고귀하고 가치가 있다.
이렇듯 누구나 인생의 키워드가 있다. 그 키워드에 따라 삶이 하나의 콘셉트로 꿰어진다. 이것은 일이관지(一以貫之) 인생이다. 그동안 펴낸 책들은 모두 자아실현과 맞물려 있다. 펼치거나 응축하거나 상관없이 오로지 자아실현에 연관된 것들이다. 인생을 살다 가는 이유를 참자아에서 찾는다.
참자아는 궁극적으로 이타를 포함한다. 우주에서 당신을 보낸 이유는 적절한 소명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현업에서 펼칠 노하우가 있다. 어느 한 분야에 종사한 세월만큼의 경험과 경력이다. 한 분야에 시간이라는 조공을 바쳤다면 그것은 하나의 콘셉트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조직이라는 상자 안에 갇힌 채 보낸다. 반면 상자 밖은 거친 세상이다. 버팀목이 없는 곳이 상자 밖이다. 언젠가 상자 안을 떠나야 할 시간이 온다. 다만 시기만 다를 뿐이다. 인생2막이든 3막이든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상자 안에 있을 때 상자 밖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소박한 꿈은 대대손손 전해질 수 있다

인생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는 ‘나는 누구인가’와 연관된다. 1만 시간의 노력을 들인 것이 ‘내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와 연동된다. 그것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이기도 하다. 당신의 존재감은 다른 사람과 달라야 한다. 우리는 누구와 비슷해지려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다움으로 타인과 구분 지으려면 자신 안의 것을 적극 계발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것은 인생 1막에 이어 2막이나 3막에서도 연계성을 가질 것을 권한다. 하나의 업에 대해 장인정신으로 일이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이 곧 인생이라고 하였을 때 삶이 하나의 맥락으로 흐를 수 있는 근거이다.

지인 한 분은 76세인데 멋진 칼럼을 쓴다. 아직 언론계에서 현역이다. 한 곳에서 정년을 해도 다른 언론사에서 불러준다. 글로써 평가하기 때문에 나이에 영향을 덜 받는다. 요즘 온라인 언론사도 점점 늘고 있다. 처음에는 67세인 줄 알았다. 그런데 76세라는 나이를 알고 깜짝 놀랐다. 그 나이에도 멋진 원고를 뚝딱 써내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자리의 높고 낮음 또는 빈부의 차이 이런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역이라는 영향력에서다. 그 분은 언젠가 써놓은 원고를 정리하고 싶다는 말씀을 건넸다. 기꺼이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 인간의 마지막을 정리하는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명함이라는 계급장 떼고 조직의 모든 방패막이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존재감이 있을까. 공무원의 경우 60에 정년이라고 해도 10년 전에 정년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고민은 정년 10년 전쯤 해야 한다.《퇴근 후 2시간》에는 이러한 고민의 흔적이 녹아있다. 정년 10년 전에 퇴근 후 2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는 공무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 현실태만 생각하고 정년 후에 대해 고민이 없다면 상상력이 부족한 탓이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했다. 닥쳐야 아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주변으로부터 간접경험을 한다. 적어도 정년 10년 전에는 무엇을 해야 존재감을 가질지에 대한 자아탐구다.
명함이 없어진다면 나를 대하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것 때문에 자존감 지수가 낮아진다면 문제다. 나는 그대로인데 주변 시선이 달라져 자존감이 떨어진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회적인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인생이다. 통제 가능한 인생이다. 자존감 강한 사람이라면 세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 속도로 가는 인생을 원한다.

부모의 유산은 물질적인 것도 있지만 정신적인 것도 크다. 금수저 물고 나오지 않은 이상 정신적인 유산이라도 쥐어줘야 훗날 어려운 시기에 부모를 기억할 것이다. 부모가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았는가는 교과서처럼 남는다. 인생은 흔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김중만의 아버지는 평생 아프리카에서 의료인으로 봉사하다 삶을 마감했다. 임종시에 손에 얼마 되지 않은 달러를 쥐어줬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다. 이런 가치는 사는 동안 정신적 지주로 남는다.
만약 훗날 자녀가 같은 나이에 당신이 쓴 원고를 읽는다면…. 당신이 전해줄 모든 말은 그 안에 담겨있을 것이다. 죽어서도 살아있는 것은 단연 활자를 통해서다. 가치의 세대 전승이다. 당신의 소박한 꿈이 대대손손 전해질 수 있다. 죽어서도 기쁠 것이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중요한 것은 말하는 것이나 희망하는 것, 바라는 것이나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 당신의 선택이 실질적으로 당신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분명히 말해준다.’라고 했다. 책은 당신이 하는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자녀가 공감할 시기에 그 가치는 더할 것이다. 문학 작가는 타고나야 하지만 비문학 작가는 만들어진다. 누구나 전문가 영역만 있다면 저서로 펴낼 수 있다. 문학 작가를 제외한 비문학 작가들은 주로 노력파들이다.


조직에 있더라도 퍼스널브랜딩은 필수다

《왜 공부하는가》의 김진애 저자는 책 읽기에서 책 쓰기의 삶으로 전환했다. 1991년에 첫 책 《서울성》을 낸 후 ‘1년에 책이나 한 권씩 쓸까?’ 하는 농담을 했는데 예언처럼 되었다. 그러면 책 쓰기 후에 인생은 달라졌을까.
모든 것이 책을 쓰기 위한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생은 훨씬 더 풍부해졌고 또 정교해졌다. 오히려 고민은 책 쓸 거리가 넘쳐나는 현상이다. 프로젝트를 끝내도 그렇고, 어느 직책을 해보고 난 후에도 그렇다. 세상엔 왜 이렇게 책 쓸 거리가 많으냐고 불만도 토한다. 저자는 어떤 사람이든 일생에 책 세 권은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을 시작할 무렵 두근두근하는 선택과 희망에 대해서 쓰는 책, 본격적으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냉철하게 자신의 노하우를 알리는 책, 상당한 경험이 쌓인 후에 통찰과 지혜를 담아 전체적인 조망을 하는 책이 그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일하는 프로이든 세 가지 책의 개념을 머릿속에 갖고 있다면, 일에 대한 공부와 자신에 대한 공부와 사회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스물다섯여 권이나 썼지만 죽기 전에 꼭 쓰고 싶은 책 리스트가 있다. 근본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들이다. 여전히 십여 가지 주제가 살아 있으니, 인생은 계속 바쁠 것이다. 책 쓰기에 관련된 모든 계획들이 내 인생을 여전히 두근거리게 만든다. 저자는 “일생에 단 한 권의 책을 쓴다면, 어떤 책을 쓰겠는가?”를 묻는다.

TV를 보면 건강 프로그램이 많다. 꼭 그것을 알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문제제기를 한다. 호흡법을 잘 해야 장수한다, 지압법을 알아야 한다, 활성산소를 잡아야 한다, 치매에는 이런 것이 좋다, 하루 한 끼만 먹어야 한다, 면역력은 체온과 연관된다, 장은 제2의 뇌이다, 탄수화물은 중년의 적이다…

평생 다 알고 죽지 못할 것들이 쏟아진다. 지금까지 잘못된 습관으로 살아온 것처럼 전문의마다 의학정보가 다르다. 각자 분야가 중요하다고 외친다. 전문의의 브랜드 구축에 해당될 것이다. 개인이 곧 브랜드가 되는 세상이다.
이제 남자 요리사는 대세가 되었다. 요리라는 열풍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서 그 기세는 대단하다. 프로그램마저 식상한 것을 탈피하려고 기존 콘셉트와 차별화를 내세운다. 세프마다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온다. 세프 한 명이 하나의 브랜드인 것이다. 유럽 미쉐랑 음식점 순회, 집밥 요리, 인스턴트의 요리화, 전국 사대천왕 요리, 팔도 요리, 냉장고 요리 등 하나의 제목이 하나의 브랜드다.
현재 조직에 있더라도 퍼스널브랜딩은 필수다. 직장인이라고 하여 책쓰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경험이나 경력의 노하우를 집대성할 필요가 있다. 한 분야에 10년 이상 경력이 있다면 책 쓸 만한 배경지식은 마련된 셈이다. 여기에 체계적인 공부를 더하여 현장의 생동감을 살린다. 자신을 전문화, 특화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전문가는 변별력을 위해 책을 쓰지만 직장인은 개인 브랜드 구축을 위해 저서를 집필할 수 있다.

개인이 자아를 세상에 펼치기를 원한다.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것은 중세시대부터 있어왔다. 그렇다고 개인의 자아를 실현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부조리하다. 인간은 시지프의 신화에서처럼 매일 산 정상까지 바위를 밀어 올리는 작업을 한다. 이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자아를 실현해가다 보면 힘이 생길 것이고 영향력도 생길 것이다. 자리나 권력을 빌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길에서 성공할 수 있다. 자아실현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 길에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모두가 한 줄을 세우는 사회는 죽도록 질주해야 한다. 왜 달리는지도 모른 채 생이 마감 때까지 무한경쟁에 자신을 내놓아야 한다. 얼마나 비참한 삶인가. 지구촌 세상에서는 더 끝도 없다.
내 길을 내 속도로 가는 것, 이것을 사랑한다. 각자 인생에서 명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UN의 총장은 훌륭하고 동네 빵집 주인은 비루하고 이런 것이 아니다. 각자 길에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면 된다. 지구에서 잠깐 빌린 자리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빌린 자리다. 그 자리에서 더 좋은 일을 해내지 못하면 그것 역시 죄이다.
세상에 깜빡 유혹되어 인생의 본질을 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오늘도 시각, 공각, 청각, 후각, 촉각의 감각들이 인간을 미혹하게 만든다. 다만 일자(신)가 있다면 어느 날 가더라도 인생 소풍이 즐거웠다고 말할 근거만 있으면 된다. 소명을 알고 가는 것이다.


Part 3 책쓰기에 꼭 알아두어야 할 솔루션

_실전 팁

성과기반과 연구기반 소재를 찾아라

숫자와 통계를 예찬하는 시대지만 때에 따라 직관과 경험에 의존해 일해야 할 때가 있다. 책 쓰기의 첫 단추인 ‘무엇을 쓸까’ 고민할 때가 그렇다.
몇 년간 베스트셀러 목록을 뽑아 통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고 시즌별로 유행하는 장르를 체계적으로 볼 수 있어도 그것을 집필해내지 못한다면 숫자와 통계는 공허할 뿐이다. 자신이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한다면 숫자나 통계가 아니라 직관과 경험에 의존해야 한다.
직관과 경험을 녹이면 영감이 나온다. 무엇을 쓸지 고민하기 시작하면 영감이 생길 때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 없이 책을 쓴다면 말할 거리는 밑천이 바닥나게 되고 원고를 완성할 수 없다. 그래서 영감이 생길 때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고민이 깊을수록 나에게 맞는 콘셉트를 제대로 정할 수 있고 고민 깊이에 따라 독자들은 박수를 보낸다.

제갈공명도 흠모한 관중이 쓴《관자》에는 사지사지귀신통지(思之思之鬼神通之)란 말이 나온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귀신과 통해서 답을 구한다는 뜻으로 생각 안에 정답이 있다는 말이다. 다독을 자랑하고 다상량을 잘하며 남들이 못했던 경험이 있더라도 무엇을 쓸지 결정하지 못한다면 한권의 책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기획출판 코칭을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을 쓰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이다. 무엇을 쓸지 모르지만 책은 쓰고 싶은 심정이다. 책을 쓰고 싶은 심정을 알기에 천천히 무엇을 쓸지 상담해주지만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생각은 주관적인 존재라 상담과정에서 자칫 잡아준 콘셉트가 상대와 맞지 않는 콘셉트일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한다. 목차 만들기, 원고쓰기 상담보다 몇 배로 힘들다. 그래서 상담하기 전 영감을 잡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보내 영감을 구한다. 질문의 세 가지만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질문은 성과기반과 연구기반의 구체적인 사례를 묻는다. 성과기반은 살면서 이룬 것이 무엇인지 정리하는 일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이룬 것이 많다. 진학부터 시작해 취업, 진급, 결혼, 자녀교육, 자격증 취득 등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 자신이 이룬 많은 성과를 평범한 성과로 치부하다면 끝이지만 의미를 부여하면 책 쓰기에 매우 좋은 콘셉트다. 그래서 사소한 것까지 상관없으니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 묻는다. 성과기반으로 책을 쓴 좋은 사례는 ‘디자이너 1호’ 열풍을 일으킨 관점디자이너 1호 박용후 대표의《관점을 디자인하라》다. 성과 중 하나인 카카오톡 성공을 기반으로 관점변화의 중요성을 제시해 히트를 친 책이며 성과기반 책 쓰기의 좋은 예이다.
연구기반은 남들보다 깊이 연구한 것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깊이 연구했다 해서 공인된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하고, 권위자 책을 암기할 정도로 깊이 있는 공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주제로 30권 이상 독서 했다거나 초보를 모아놓고 가르칠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즐겁게 공부했다거나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분야도 해당된다.
연구기반으로 책을 쓴 사례는 공병호경영연구소를 운영하는 공병호 대표의《공병호의 대한민국 기업의 흥망사》가 있다. 대한민국에 몰락한 재벌을 연구해서 몰락한 이유와 교훈을 연구해서 쓴 책이다. 책에 있는 재벌 중 공병호 대표가 근무한 곳은 없다. 말 그대로 연구해서 쓴 책이다.
두 번째 질문은 청중이 있다면 강의하고 싶은 주제를 묻는다. 강의를 한다는 건 짧게는 10분에서 평균은 60분, 길게는 4박5일 동안 8시간을 주도적으로 강의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강의를 이끌어가기 위해선 자신감이 중요하다. 강의하고 싶은 주제를 묻는 건 강의주제를 통탈했음을 묻는 게 아니라 강의 주제에 얼마나 자신감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강의하고 싶은 주제가 ‘실행의 중요성’이라면 실행에 대한 중요성과 나름의 노하우를 녹여 책으로 펴낼 수 있다. 전문강사 직업군 상담을 하다보면 지금 하고 있는 강의 주제와 귀결된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청중이 있다면 무엇으로 강의할지 생각한다면 영감을 떠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질문은 남들이 당신에게 물어보는 ‘그 무엇’이 있는지를 묻는다. 남들이 당신에게 자주 묻는 ‘그 무엇’은 당신 답변에 신뢰가 있음을 전제한다. 또한 지식도 다른 사람보다 많이 있어 집필할 경우 용이한 점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평소 묻는 게 무엇인지 정리를 안 해놓았을 뿐이지 분명 있을 것이다.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며 질문하는 그것을 잘 생각해보자.


저자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라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건 있을 수 없다. 기존에 있는 것 중 추가, 제거, 응용 3가지를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다. 집필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맞는 콘셉트를 정했다 해서 무작정 쓰겠다고 달려들면 기존 출간된 책과 차별성 없이 집필할 수 있다. 차별성이 없으면 출판사는 출간할 이유가 없으며 독자 역시 구매할 이유가 없다. 차별성을 갖기 위해선 비슷한 콘셉트의 책을 읽고 분석해 차별성을 찾아 원고에 담아야 한다.
나만의 콘셉트를 정했다면 비슷한 콘셉트의 책을 찾기 위해 콘셉트의 키워드 작업을 해야 한다. 1인 기업의 경우 비슷한 콘셉트의 책을 선정해 읽고 분석할 때 1인 기업자체 키워드는 상당히 한정적이었다. 또한 1인 기업에 대한 개념도 모호한 상태라 비슷한 콘셉트의 책을 선정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적용한 것이 키워드 분류작업이었다.
우선 1인 기업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무작위로 기록했다. 홀로서기, 창업, 사장, CEO, 프리에이젠트, 개인사업자, 독립법인, 1인 창조기업, 사업가마인드 등 분류를 하고 각 키워드에 맞는 책을 선정해 독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키워드로 정립하고 1인 기업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 책을 100여권 가까이 구매해서 읽은 것 같다. 키워드로 골랐기에 1인 기업과 상관없는 주제도 있었지만 1인 기업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왔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었지만 포스트잇을 활용하고, 형광펜체크를 위해 구매했다. 경제적 출혈이 있었지만 그때 구입해 읽었던 책들은 다른 책 집필할 때도 도움이 되고 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집필을 전제 하에 책을 읽는다면 정보획득, 유희, 감동 얻기 등 기존 책읽기와 달라야 한다. 즉 책을 분석하며 읽어야 한다. 기존에 나와 있는 책들 중 무엇이 장점이며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하는지 분석해야 한다. 이때 독자의 시선보다 저자의 시선으로 볼 것을 주문한다. 독자는 독자 고유의 역할이 있다. 책에서 정보를 얻거나 책을 쓴 저자의 의견에 찬성, 반박, 보강 하는 게 독자의 역할이며 시선이다. 저자의 시선은 다르다. 저자는 비슷한 콘셉트를 가지고 차별화된 내용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저자의 한 단어에도 다양한 시선을 갖고 해석한다. 그리고 집필할 때 필요한 것들을 건져내야 하기 때문에 메모도 많이 한다.
《1인 기업이 갑이다-실전편》을 준비할 때 기존 1인 기업 책을 저자의 입장에서 면밀히 분석했다. 기존 1인 기업관련 책들은 이미 1인 기업 성공반열에 오른 사람을 인터뷰하는 방식이었다. 성공한 1인 기업들의 결과만 많이 다루었고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1인 기업으로 가는 길에 대해 일괄적인 길을 제시한 책이 없었다. 그래서 이것을 프로세스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차별성을 추가하기 위해 우리나라 특유의 조직문화 속에서 어떻게 1인 기업으로 진화할 것인가도 담아내고 싶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1인 기업 프로세스를 만들고 싶었지만 1인 기업은 너무나 다양했다. 어느 1인 기업은 일순간 뜨는 아이템을 잡아 성공했고, 어느 1인 기업은 불안한 조직이 싫어 1인 기업을 했고, 어느 1인 기업은 정부지원만 노리는 1인 기업도 있었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1인 기업 프로세스를 만들까 고민이 심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답을 준다고 했던가. 이때 로버트 그린의 《마스터리의 법칙》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마스터리는 한 분야의 최고 경지에 오른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책에는 4단계 마스터리 프로세스가 있었다.
작가는 수많은 마스터리 중 인종, 종교, 직업, 국가 등을 망라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마스터리들을 분석해 4단계로 만들었다. 그리고 보강이 필요한 부분은 우리가 많이 아는 마스터리로 설명을 보강했다.

《1인 기업이 갑이다-실전편》역시 유명 1인 기업은 설명을 보강하는데 사용했고 우리 주변에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1인 기업을 선정했다. 사업시작 때 엄청난 자본금이 들었던 1인 기업이나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교육을 마친 1인 기업은 제외되었다.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1인 기업들의 입문과정과 수입모델 확보, 지속성장법 연구하며 ‘1인 기업으로 가는 6단계’를 정립할 수 있었다. 거기에 우리나라 조직문화를 넣어 차별성을 더할 수 있었다.
독자입장에서 책을 읽었다면 6단계까지 도출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 입장에서 1인기업 관련 책을 읽고 비슷한 콘셉트의 책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책을 집필할 수 있었다.


나만의 고유성으로 차별화된 콘셉트를 뽑아라

책을 분석해서 읽었다면 기존에 있는 책들과 다른 나만의 차별화된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나만의 차별성을 찾기 위해서 먼저 할 일은 나의 집필특성을 찾는 일이다. 그래야 나만의 차별성을 나의 스타일로 담아낼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집필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맞는 집필 스타일도 모르는 상태로 집필에 들어가면 ‘이게 아닌데’ 하며 자신과 끊임없이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성공스타일이 있다. 고유한 자기성공 스타일을 무시하고 다른 스타일의 성공을 강요할 수는 없다. 카리스마와 지독한 인내로 영국을 구한 윈스턴 처칠에게 사랑과 끊임없는 박애로 세상에 알려진 테레사 수녀 같은 스타일의 성공을 강요할 수 없는 법이다. 각자 유형대로 성공하는 게 진정한 성공이다. 집필도 각자 유형이 있는 법이다. 이것을 모르고 집필한다면 자신의 색깔도 없는 어중이떠중이 책이 될 수 있다.
집필 코칭의뢰가 들어오면 무조건 만난다. 의뢰자가 아무리 정확한 집필 콘셉트가 있어도 만난다. 만나는 이유는 사람마다 가진 고유성을 알기 위해서다. 사람은 저마다 고유성이 있다. 고유성을 무시한 채 코칭을 해준다면 집필하는 사람이나 코칭하는 사람이나 서로가 피곤하다. 고유성은 전화나 이메일로 주고받을 수 없다. 만나야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느낌이 맞는지 상대방에게 동의를 구하고 목차 만들기 등 필요한 코칭에 들어간다.
고유성을 판별할 때 나름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어떤 유형인가 생각해보자. 유형을 안다면 목차를 작성할 때도 유형별 고유성을 담아내면 된다.

첫 번째는 진취, 자기계발형이다. 독자에게 주문이 정확한 유형이다.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이다. 또한 글에 강한 힘을 담는다.《언니의 독설》을 쓴 김미경 대표를 생각하면 된다. 20~30대 여자들에게 해줄 메시지가 정확하다. 목차에도 여운이 없다. 딱딱 집어주기 때문에 저자의 할 말이 무엇인지 알기 쉽다. 좋아하는 독자층도 많지만 메시지가 확실해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다.
두 번째는 감성, 휴머니즘형이다. 비유나 공감, 소통을 중요시하는 유형이다. 딱딱 집어주기보다 여운을 준다. 유행을 넘어 출판계에 자리를 잡은 ‘힐링’ 관련 책이 좋은 예다.《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혜민스님이나 심리치유, 내면치유관련 책을 참고하면 된다. 책 내용도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자연스러움을 이야기한다. 감성, 휴머니스트형이라 하여 에세이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 김옥림 시인의 저서를 보면 자기계발서 안에 시인 특유의 감성을 넣어 출간한다. 감성, 휴머니스트 형은 독자를 피곤하게 하지 않지만 시간이 부족해 지침서가 필요한 독자는 지루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분석, 연구형이다. 많은 사례와 통계, 데이터화된 근거로 집필하는 유형이다. 방대한 사례와 숫자화 된 근거에서 공통점을 찾아 집필한다. 수많은 경제경영서, 과학서를 생각하면 된다. 기존에 많이 알려진 사례보다 새로운 사례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책 전부가 통계와 사례만 있다면 독자는 피곤하니 작가의 해석과 생각을 넣어야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은 무 자르듯 딱 떨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집필유형에서 대중소로 배정하면 된다. 자신의 집필 스타일이 진취, 자기계발형이라면 목차 안에는 ‘하라’, ‘해라’ 같은 결론을 내주고 내용은 진취적이고 자기 발전적인 내용을 주로 넣어주면 된다. 주장에 필요한 근거들은 분석, 연구 그리고 서론, 결론은 때에 따라 감성과 휴머니즘을 넣는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유형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의 스타일도 모르고 무작정 집필에 들어간다면 고유성을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수정보완 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고유성을 찾았다면 차별화된 콘셉트 찾기가 쉬워진다.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라

책 자체에 좋고 나쁨이 존재할까. 만약 존재한다면 어떤 책이 좋은 책이고 어떤 책이 나쁜 책일까. 그리고 무엇을 기준으로 좋다 나쁘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결론은 책 자체는 좋고 나쁨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학이 아닌 이상 독자가 책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하는 건 정보량의 차이일 뿐이다. 책에 새로운 정보가 많고, 새로운 관점을 주는 게 많다면 좋은 책이라 말하고, 책 안의 정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면 실망을 하게 된다.
집필에 들어갈 때도 독자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지 살펴야 한다. 만약 기존에 있는 책들과 똑같은 정보와 관점이라면 독자는 실망하게 된다. 집필을 한다는 것은 집필 주제를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장악했음을 전제로 한다. 장악한 수준이 독자와 똑같다면 새로운 정보나 새로운 관점을 주지 못한다. 똑같다면 차별성도 떨어지고 새로운 정보나 새로운 관점도 줄 수 없다. 실망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파된다.
집필에서 새로운 정보나 새로운 관점 제공을 강조한다 하여 어렵게 생각한다면 집필은 유명한 석학이나 전문집필가의 전유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집필을 할 수 있는 시대다. 평범한 사람이 새로운 정보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나만의 솔루션을 담으면 된다. 나만의 솔루션이 없다면 연구를 통해 솔루션을 만들고 자신을 실험대상자로 삼아 결과를 독자에게 전달하면 된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대학 강단에서 미술을 교육하는 최정훈 대표가 있다. 최정훈 대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는 미술교육 현실을 꼬집으며 이제는 미술가도 사업가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콘셉트로 책을 집필하고 싶었다. 하지만 메시지 자체로는 분량과 사례, 설득력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미술과 비즈니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앤드워홀이나 피카소 같은 미술가들이 어떻게 그것을 잡았는지 성공키워드를 정립했다. 겹쳐지는 키워드를 제외하고 6가지 키워드가 나왔다. 키워드를 각 장으로 해서 6장으로 된 목차가 만들어졌다.
각 장에는 최정훈 대표가 공부하고 연구했던 성공한 미술가들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즉 그동안 쌓은 미술과 비즈니스 성공기법을 연구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그리고 대학생이나 미술 분야로 막 입문한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기 위해 SNS활용이나 퍼스널브랜딩에 대해 이야기 했다.
6장에 성공한 미술가들의 조건과 그것을 갖추기 위한 최정훈 대표만의 솔루션을 제공한 것이다. 투고하고 나서 출판사에선 기존 미술관련 저서는 미술가의 삶이나 미술작품 자체의 해석이 대부분인데 미술과 비즈니스의 결합 그리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서 러브콜이 쏟아지며 그는 행복한 고민을 했다.

독자는 구매한 책이든, 빌려본 책이든 책에서 무언가 도움이 되는 걸 찾고 싶어 한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읽는 책이니 만큼 작은 것이라도 도움 받을 것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의 이런 마음을 헤아려 집필해야 한다.
종종 문제만 제기한 책이 있다. 해결책은 독자가 찾으라는 것이다. 이것 역시 책 나름의 콘셉트기 때문에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읽는 사람은 뭔가 빠진 듯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 솔루션이 없기에 독자는 머리만 복잡해질 뿐이다.


목차의 키워드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라

학생 때 방학숙제 독후감에 대한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에 자신 있는 사람이 아니면 독후감은 고역 그 자체다. 학교에서 도서를 선정해주거나 ‘원고지 10매 이상 채우기’ 같은 준엄한 지시가 있다면 독후감 숙제는 더 싫어진다. 하기 싫은 숙제이기에 원고지 10매를 억지로 꾸역꾸역 채워서 제출하고 만다. 선생님이 독후감 원고지를 되돌려 줘도 눈길 한 번 안준다.
하지만 형식에서 자유로운 장르가 아니라면 책으로 출간되기 위해선 ‘원고지 10매 채우기’ 같이 일정 분량이 있어야 책으로 출간된다. 정말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주제라도 일정 분량이 되지 않는다면 나머지는 강제로 채워야 할 괴로운 작업이다. 그래서 할 말의 적정배분이 중요하다. 배분에 실패할 경우 앞에서 할 말을 다하고 나머지는 쥐어짜가며 원고를 채워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집필에 필요할 때는 생활의 절제, 고도의 집중력 등 괴로움이 따른다. 이런 괴로움은 건설적인 괴로움이다. 하지만 할 말도 없는 상태에서 집필하며 생긴 괴로움은 부정적 괴로움이다. 이 부정적 괴로움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진다. 그래서 할 말의 적정한 배분이 중요하다. 이 역할을 해주는 게 목차다. 목차의 첫 번째 역할은 할 말의 배분이다.
목차는 할 말을 배분해주는 역할 말고도 정말 많은 역할을 한다. 먼저 원고를 콘셉트 범주(範疇)에 머물게 하면서 할 말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처음 책 쓰기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목차를 옆에 두고 원고를 쓰라고 조언한다. 특히 목차 안에 키워드를 유심히 볼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집필할 때는 키워드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목차가 왜 중요하고 목차 안에 있는 키워드가 왜 중요한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2015년 5월에 출간된 부제 ‘생존을 넘어 완생이 되는 직장인 생존전략’《인간관계가 답이다》를 보면 3장은 ‘정치-과감하거나 은밀하거나’로 직장인의 정치기술을 펼쳐내고, 두 번째 꼭지는 [호적수를 찾으면 할 일이 보인다] 가 나온다. 키워드를 뽑아보자.

책 콘셉트 : 직장인 처세술
3장 키워드 : 정치
02 꼭지 키워드 : 호적수
작가의 주문 : 회사에서 호적수를 CEO 규정하면 직장능력과 정치발판은 극대화 된다

직장인 처세술, 정치, 호적수의 세 가지 키워드 범주가 나왔다. 3장 02꼭지는 세 가지 키워드 범주에서 머물러야 한다.
서론 키워드를 ‘직장인 처세술과 호적수’로 일반적으로 직장인이 호적수를 입사동기로 생각한다는 점을 집어내어 서론을 제시한다. 첫 번째 사례를 ‘호적수’ 키워드로 현대그룹에서 직장생활을 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호적수로 정주영 회장을 규정했다는 사례를 제시한다. 그 후 원고는 처세술과 정치술, 호적수 세 가지 키워드를 범주 안에서 제시한다. 작가는 마지막 세 가지 키워드를 규합해 호적수를 회사 대표로 정하라고 주문을 준다.
목차가 있다면 키워드를 정립하여 콘셉트에 벗어나지 않게 책을 쓸 수 있다. 그리고 목차 꼭지에 맞는 키워드를 활용해 원고를 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잘 만든 목차는 책 쓰기의 절반인 셈이다. 원고를 쓰고 있다면 원고가 목차 키워드의 범주 안에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목차는 출판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를 잘 만든다면 출판의 절반은 해결된 것이다. 목차 지도를 들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기만 하면 된다. 목차의 중요성을 알고 목차에 심혈을 기울이자.


서론은 자연스럽게 말 건네기를 하라

단어의 풍부성이나 극적표현능력은 차이가 있을 수 있어도 집필 자체에서는 누구나 공정하다. 누구나 집필자체는 두렵고 막막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두려움과 막막함을 뚫고 백지를 채워나가는 것뿐이다.
집필에서 두렵고 막막한 것 중 최상위에 있는 것이 서론 쓰기가 아닐까 싶다. 서론이 자연스럽다면 원고 전체가 자연스럽고 서론에서 중언부언한다면 원고 전체가 중언부언할 뿐이다. 이런 이유로 서론은 독자흥미를 끌어내는 동시에 결론까지 염두에 두고 작성해야 한다. 서론에 대한 요구사항이 많기에 더 두려운 법이다.
머릿속에 할 말이 넘쳐도 표현해내지 못하면 혼자만 아는 지식일 뿐이다. 표현해야 지식이며 표현해야 공유할 수 있는 법이다. 지식을 표현하기 위해 집필에 들어가지만 서론 쓰기부터 대부분 막힌다. 서론부터 시작이 안 되니 나머지는 접근도 못한다.
코칭을 하다보면 모양새가 어떻든 첫 꼭지 서론을 쓰는 사람은 원고를 끝까지 채우지만 첫 꼭지 서론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한 꼭지도 작성 못하고 세월만 흘려보낸다. 그래서 첫 꼭지 서론 쓰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낀다.
대단한 만큼 두려움도 큰 법이다. 하지만 극복하지 못하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서론 쓰기를 뛰어넘는다면 본론, 결론은 수월하게 이어진다. 한번은 극복해야 할 서론 쓰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말 건네듯 단숨에 써나는 것이다.
완벽한 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완벽한 서론도 존재하지 않는다. 서론 쓰기를 힘들어 하는 건 완벽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서론에 완벽함을 추구하면 완벽함만 추구하다 완성됨을 보지 못한다. 완벽하지 않다는 당연함을 전제로 서론을 써야 한다. 말 건네듯 쓴다는 것은 화려한 미사여구를 요구하지 않는다. 친한 사람에게 말을 툭툭 건네듯 시작하면 된다.

친구에게 툭툭 말을 건네듯 쓴다는 마음을 갖고 이제부터 실질적인 서론 쓰는 방법을 이야기해보자. <서론은 자연스럽게 말 건네기를 하라>라는 꼭지로 예를 들어보겠다.

책 콘셉트- 집필방법
5장 키워드- 집필, 솔루션
꼭지 키워드- 서론, 자연스럽게

서론 쓰기 역시 세 가지 키워드 범주(範疇)에서 작성을 해야 한다. 키워드를 구했다면 서론 쓰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째, 키워드 안에 있는 화두제시
둘째, 이슈적인 사례로 시작하기
셋째, 경험, 체험으로 풀어내기
넷째, 권위자의 명언이나 속담

하나씩 풀어보면 다음과 같이 서론을 시작할 수 있다.

*키워드 안에 있는 화두제시 (키워드 : 자연스러움)
누구나 자연스러운 걸 좋아한다. 강제적이고 인위적인 것은 포장하고 덧 씌어도 사람들은 믿음이 안 간다.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것을 신뢰한다. 서론 쓰기도 마찬가지다. 서론을 억지로 끌어들여 시작한다면 독자는 거부반응부터 보일 것이다. 자연스런 서론 쓰기는 많은 작가들의 영원한 숙제다.

*이슈적인 사례로 시작하기 (키워드 : 서론)
영웅이 아닌 인간 이순신을 담아 많은 사랑을 받은 김훈작가의 소설《칼의 노래》. 첫 문장이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로 조사를 놓고 김훈작가는 일주일 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꽃이 피었다’고 하면 사실을 진술하는 문장으로 보이고 ‘꽃은 피었다’고 하면 사실에다 들여다보는 사람의 주관적인 정서가 들어간다는 두 가지 생각으로 일주일을 고민한 것이다. 김훈 작가를 보면 모든 글은 시작하는 부분에 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론 쓰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정성과 시간이 본론, 결론보다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경험, 체험으로 풀어내기 (키워드: 솔루션)
서론 쓰기! 많은 작가들은 좋은 추억보다 힘든 추억이 더 많다.《인간관계가 답이다》를 집필할 때 ‘사람을 벌어야 제대로 남는다’라는 꼭지 서론이 막막했다. 핵심 키워드가 사람인지라 서론으로 쓸 것이 많았다. 많다는 건 오히려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었다. 사자성어, 명언, 최근 뉴스 등 무엇으로든 서론을 시작할 수 있으니 더 좋은 서론을 찾기 위해 반나절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서론 쓰기에서 선택 스트레스는 동반자처럼 따라다닌다.

*권위자의 명언이나 속담 (집필 키워드)
“모든 초고는 걸레다”
세기의 명작이라 칭송받는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의 말이다. 정말 모든 초고는 걸레 같다. 그래서 탈고가 있는 법이다. 완벽한 초고는 존재하지 않는데 사람들은 완벽한 초고를 꿈꾸며 글을 쓴다.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에 시작을 어려워한다. 그리고 서론조차 시작하지 못한다.


본론은 풍부한 사례가 뒷받침되게 하라

주장이 있다면 그에 따른 근거가 있어야 한다.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다면 신빙성이 떨어진다. 모든 책에는 작가의 주장이나 주문이 있다. 하지만 작가 주장이나 주문의 근거가 없다면 책은 글의 배설도구에 불과하다. 주장을 뒷받침해줄 근거가 있어야 독자는 수긍하고 작가의 주문에 따른다.
집필에서 주장을 뒷받침해줄 가장 좋은 근거는 풍부한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에게 사랑받는 책 역시 풍부한 사례가 있다. 풍부한 사례가 있다 하여 단순히 풍부해서는 안 된다. 사례의 수준을 생각해야 한다.
한 때 출판계에 청춘, 비전 키워드가 유행했다. 발 빠른 작가들은 비슷한 주제로 책을 출간했는데 사례로 제시된 것이 흔히 알려진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오프라 윈프리, 버락 오바마, 스티브잡스, 짐캐리 등 국한 된 사례로 독자들은 실망했다. 독자들을 더 실망시킨 것은 청소년 책, 청춘 책, 비전 책의 유사성을 활용하여 그 인물에 그 사례를 넣고 해석만 달리해서 책의 권수를 늘리는 작가들이다. 일부 깨어있는 독자에게는 공부 안 하는 작가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자기계발서 그게 그거다란 편견을 갖게 했다.
사례의 수준과 풍부함은 작가의 시간투자에 비례한다. 사례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으면 다 알려진 버락 오바마 사례만 넣을 수밖에 없다. 그럼 책에는 식상함만 흐르고 독자 역시 식상함에 책을 덮는다.

본론에 들어갈 사례를 찾을 때 무원칙이 원칙이다. 책은 물론 일상자체가 사례 찾기에 적용된다. 일상생활 틈틈이 인터넷 만화인 웹툰을 본다.《1인 기업이 갑이다》를 집필하다 주호민 웹툰 작가의 <무한동력>에서 주인공이 꿈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화내용을 사례로 넣었다. 예상치 못하게 많은 독자들이 웹툰 내용과 나의 해석에 용기를 받았다고 칭찬해주었다. 책과 웹툰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사례를 모을 때는 무원칙을 삼아 수집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민해야 풍부한 사례가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내면치유에 관한 책을 쓴 박경은 대표는 가족이 주는 상처에 대한 꼭지를 쓰고 있었다. 내면치유방법, 아들러 등 권위자의 주장도 다 준비해
작성일:2017-06-12 16:29:05 210.100.18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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